액티브X 폐지? 웹 브라우저 업그레이드가 먼저!

이상우 lswoo@itdonga.com

[IT동아 이상우 기자] 지난 2014년 3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근 부회장이 "한류 열풍으로 인기를 끈 '천송이 코트'를 중국에서 사고 싶어도 액티브X 때문에 살 수 없다"며, "액티브X에 '액티브하게 엑스' 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액티브X 환경 개선을 주문한바 있다.

이에 대한 미래창조과학부의 대답은 'exe', 즉 설치형 소프트웨어다. 애초에는 액티브X를 사용하지 않고도 웹상에서 결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실상은 액티브X 대신 별도의 범용 프로그램을 PC에 설치해야 한다. 이를 두고 '조삼모사'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형태만 바뀔뿐, 무엇인가 설치해야 하는 시스템은 결국 똑같기 때문이다.

액티브X의 문제점
액티브X의 문제점

그나마 나아진 부분은 인터넷 익스플로러(이하 IE) 외에도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등 다른 웹 브라우저에서도 결제를 진행할 수 있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존 크롬 사용자라면 결제를 위해 IE Tab 등의 확장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그냥 속 편하게 IE를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맥OS 사용자는 여전히 온라인 결제를 하기 어렵다. exe 파일은 윈도 운영체제를 위한 설치파일이며, 리눅스나 유닉스 기반 운영체제에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HTML5 기반의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HTML5란?

HTML5는 W3컨소시엄이 주도하는 웹 표준이다. 인터넷 공간의 문서인 웹 페이지는 HTML(Hyper Text Markup Language)이라는 언어로 작성된다. 기존 HTML은 문서 작성을 중심으로 개발돼,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보려면 별도의 플러그인이 필요하다. 액티브X는 이런 플러그인을 만드는 기술 중 하나다. 이런 플러그인은 특정 웹 브라우저(특히 IE)에서만 작동하며, 이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라면 액티브X를 기반으로 한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HTML5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표준이다. HTML5로 만든 웹 페이지는 브라우저나 운영체제의 종류와 관계없이 동일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HTML5 기반 결제 솔루션이 등장하면 맥북에서 사파리 브라우저를 열어 인터넷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

HTML5 로고
HTML5 로고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다. 보통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구매한다고 하면 자체 결제 솔루션을 탑재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이를 통해 결제를 진행한다. 하지만 HTML5로 만든 결제 솔루션을 사용한다면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지 않고, 크롬이나 사파리 등의 모바일 웹 브라우저로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물건을 고르고 값을 치를 수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역시 이런 장점에 초점을 맞추고, 지난해 중순부터 액티브X 등 국내 비표준 인터넷 이용환경 개선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때 주로 소개한 사례가 액티브X를 HTML5로 대체한 웹 솔루션이다.

그리고 HTML5로 결제솔루션을 만든 실제 사례도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지난해 9월 17일부터 액티브X나 플러그인을 설치하지 않고도 카드로 직접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이 결제 솔루션에 웹 표준인 HTML5를 적용했다.

알라딘 HTML5 기반 결제
서비스
알라딘 HTML5 기반 결제 서비스

다만 알라딘 관계자는 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말도 남겼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비자(VISA)나 마스터카드(MasterCard) 등과 제휴한 카드가 필요하다. 국내 카드사가 액티브X 비설치 결제방식에 관심과 협조가 부족해, 참여한 국내 카드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HTML5만 도입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나?

그런데, HTML5로 결제 시스템을 만들면 정말 모든 사람이 운영체제나 웹 브라우저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을까? 이론상으론 그렇지만, 현재 국내 인터넷 사용 환경을 보면 1/3 가까이 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HTML5와 호환성이 낮은 웹 브라우저를 생각보다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용하는 웹 브라우저를 바꾸거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웹 브라우저의 HTML5 호환성을 조사하고 이 결과를 공개하는 'HTML5테스트(http://html5test.com)'에 따르면 2014년 12월각 웹 브라우저 최신 버전을 기준으로 HTML5 호환성이 가장 높은 브라우저는 크롬(버전 39)이며, 그 뒤를 오페라(버전 26), 파이어폭스(버전 35), 인터넷 익스플로러(IE11) 등이 잇는다. 이 중 IE11은 그나마 호환성이 높은 편이라(555점 만점에 336점) 자주 쓰이는 HTML5의 기능 대부분과 호환한다. 하지만 IE 구버전은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다. IE10은 297점, IE9은 113점이다. IE8은 호환성 점수가 33점에 불과하다.

HTML5 TEST
HTML5 TEST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브라우저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다. 넷애플리케이션(http://www.netmarketshare.com/)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12월 국내 IE 점유율은 59%에 이른다. 호환성이 비교적 높은 크롬의 점유율은 22.65%, 파이어폭스는 11.9%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IE의 버전별 점유율은 어떨까?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운영하는 HTML5 기술지원 센터, '코리아HTML5(https://www.koreahtml5.kr/)'의 국내 인터넷 이용환경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 IE11 이용률은 고작 8.8%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웹 브라우저인데, 최신 버전을 사용하는 사람은 8.8%에 그친다. 반면 HTML5를 거의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 사용자는 무려 49.32%다.

웹 브라우저 버전별 이용률
웹 브라우저 버전별 이용률

이런 상황에서 HTML5 기반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다 해도, 이를 거의 지원하지 않는 웹 브라우저 사용자, 다시 말해 절반 정도의 IE 사용자는 웹 페이지의 텍스트나 그림 파일 정도밖에 볼 수 없다. 역설적으로 이런 사용자에게는 exe 형태의 결제 프로그램이 더 효율적이다.

HTML5는 보편성을 위한 표준이다. 실제로 웹 표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팀 버너스 리는 지난 2013년 서울에서 열린 SDF 2013의 기조연설에서 응용프로그램(앱)보다는 웹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웹 기반 기술은 설치가 필요 없으며, 여러 사람과 같은 콘텐츠를 공유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도 이런 표준화 운동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 HTML5를 제대로 지원하는 웹 브라우저로 교체하거나, 새로운 브라우저가 싫다면 최소한 IE를 최신 버전인 IE11로 업데이트하자.

HTML5 도입은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에 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기업이 HTML5기반 솔루션을 먼저 도입한다면 자연히 이를 지원하는 웹 브라우저 사용자도 늘어나겠지만, 우선 우리가 준비한 뒤 이를 기업에 요구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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