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위메프, 11명 회항으로 사태 수습?

'사과 드립니다. 11명 현장테스트 참가자 모두 최종 합격으로 정정하였습니다.'

오늘 오전 9시 42분, 소셜커머스 위메프 홍보팀에서 보도자료를 보냈다. 위메프 박은상 대표까지 나섰다. 내용은 절절했다. 일단 위메프가 보낸 공식입장 보도자료 전문을 첨부한다.

위메프 인재채용
위메프 인재채용

[공식입장]

안녕하십니까. 위메프 대표 박은상입니다. 먼저 국민 여러분에게 저희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어제 새벽부터 아침까지 임원진과의 진상파악과 밤샘회의를 거쳐 대책을 강구했으며,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과 드립니다.

저희의 소통이 미숙했습니다. 저희의 의도를, 진심을 제대로 전달해드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가장 자부심 넘치는 진정한 지역 마케팅 컨설턴트 그룹을 만들고자 심혈을 기울여 어렵고 힘든 3차 최종 현장 테스트를 치뤘고, 그 통과 기준을 최고수준으로 정했습니다. 그래서 참으로 안타깝게도 모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성과를 내주셨지만 결국 1분도 최종 합격자를 선발시키지 못했습니다.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기인 취업준비기간에 조금이라도 채용에 대한 기회비용을 아껴드리고자 2주만의 과정으로 최종 판단을 말씀 드렸습니다만 저희의 서툰 설명과정이 본의 아닌 오해를 만들었고 많은 분에게 상처를 드렸습니다. 진심으로 가슴 아프고 반성합니다.

11명 현장테스트 참가자 모두 최종 합격으로 정정하였습니다.

완벽하게 준비된 인력을 찾는 방식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잠재력을 갖춘 인력을 찾아 저희가 직접 교육하는 방향으로 신입사원 선발제도를 변경하겠습니다. 아울러 내부 및 외부 소통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희가 달을 가리켰지만 많은 사람들이 손을 본다면 그것은 저희가 말을 잘못 전한 게 맞습니다. 정확하게 소통하지 못한 것입니다. 진정한 지역 마케팅 컨설턴트 전문인력을 선발하고자 했던 저희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에 책임을 통감합니다.

위메프는 직원 1,400명과 고객센터 사우 1,000명을 포함하면 2,400명의 대한민국 청년들이 만든 이제 5년된 청년벤처 기업입니다. (평균연령 29.5세) 그만큼 미숙한 일도 많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해왔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정확하게 소통하고 진심을 제대로 전하는 위메프가 되겠습니다.

위메프 대표 박은상 배상

끊이지 않는 갑질 논란, 해고 이후 논란 일자 다시 채용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위메프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신입 지역영업기획자(MD) 11명을 채용해 2주간 실무능력을 평가하는 필드 테스트(수습 기간)를 실시했다. 신입 직원들은 서울 강남과 강북, 강동 등 각 지역에서 새로운 음식점과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을 체결한 '딜'을 위메프 홈페이지에 올려서 판매하는 등 정직원과 거의 동일하게 일했다. 신입직원들은 아침일찍부터 일을 시작해 밤 12시가 되서야 퇴근할 정도로 일했으며, MBN 뉴스8에 따르면 한명당 최대 8건의 음식점 할인권 계약도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신입 직원들은 MBN 뉴스8과 인터뷰를 통해 “계약한 사람들만 모아서 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 (채용 담당자로부터) '기대가 크다', '이런 식으로 하면 충분히 합격하신다'라는 격려까지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주 후 신입사원 전원은 위메프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으며, 1인당 55만 원을 받은 것에 그쳤다. 또한, 위메프 박유진 홍보실장은 “테스트를 받았던 지원자분이 따온 계약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거예요”라고 말해 신입 직원들의 부족한 자질을 지적했지만, 정작 위메프는 신입 직원들이 성사시킨 계약을 여전히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고사직
권고사직

그리고 바로 오늘 위메프는 해고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자 공식입장 보도자료를 통해 참가자 모두 전원 최종 합격으로 정정한 것. 이에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 및 일반인들은 이는 위메프의 '갑질'이라며 공분했다. 실제로 설치한 위메프 앱을 삭제하고, 불매 운동을 하겠다고 나서는 이들도 상당하다. 또한, 이번 위메프 사태가 밝혀진 뒤에 지난 2011년 약 200명을 권고사직으로 내보낸 결과도 뒤늦게 화제다. 당시 8월, 위메프는 3개월에 걸쳐 500명을 뽑겠다고 강조했지만 약 3개월이 11월 '인력감축'을 이유로 100명이 넘는 직원을 권고사직으로 내보냈다.

위메프의 이번 사태는 최근 갑질 논란으로 사회 문제로 부상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과 백화점 모녀 사건 등도 재조명 중이다. 그야 말로 갑의 횡포가 아니냐는 것. 사실 갑와 을의 관계를 빗댄 갑질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언제나 을이 갑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현실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이번 위메프 사태는 을에 해당하는 신입 사원들에게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세우지 못해서 비난을 받는 중. 이미 해고 처리한 뒤에 뒤늦게 사태가 퍼지자 다시 합격 처리한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또한, 앞으로 합격 처리한 신입 직원들이 제대로 대우를 받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저희가 달을 가리켰지만 많은 사람들이 손을 본다면 그것은 저희가 말을 잘못 전한 게 맞습니다'라는 공식 입장은 과연 신입 사원에게 제대로 사과하는 메시지로 볼 수 있을까. 또한, 위메프는 '정확하게 소통하지 못한 것입니다'라며, '진정한 지역 마케팅 컨설턴트 전문인력을 선발하고자 했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에 책임을 통감합니다'라고 말했다. 글쎄. 여론에 알려지자 해고 후 뒤늦게 합격 처리한 이번 사태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결말임에 틀림 없다.

위메프에서 해고 후 합격 정정을 받은 구직자들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능력이 없다'며 저희를 버리곤, 다시 돌아오라고요? 동기들이 다들 '안 돌아간다'고 손사래를 쳐요. 저도 그렇고요."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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