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IT 총결산] 잘나가는 애플, 흔들리는 삼성, 몰려오는 중국

강일용 zero@itdonga.com

2014년 스마트폰 시장만큼 다사다난했던 때가 또 있을까. 고착상태에 빠진 시장이 통째로 흔들릴만큼 큼직한 사건이 국내외에서 발생했다. 각 회사별로 어떤 한 해를 보냈는지 정리했다.

애플, 내가 제일 잘나가

위기, 위기, 위기. 위기에 빠졌다고 언제나 지적받는 회사가 하나 있으니 바로 애플이다. 하지만 이러한 언론의 평가와 달리 애플은 여전히 잘나가고 있다. 단순히 잘나가는 정도가 아니다. 매 분기마다 수익과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 11월 애플의 시가총액은 7,000억 달러(약 770조 원)를 돌파했다. 미국 증시 역사상 유례가 없는 놀라운 규모다. 시가총액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가 4,000억 달러를 조금 넘는 정도이니 그 성장세를 짐작할 만하다.

점유율과 수익은 더욱 놀랍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스마트폰 시장 전체 매출 가운데 32.3%를 애플이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4.8%로 2위로 집계됐다. 기존 매출 1위였던 삼성전자마저 제친 것이다.

또한 캐나다 금융계 회사 Canaccord Genuity의 마이클 위클리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3분기 영업 이익은 업계 전체 이익의 86%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대부분을 애플이 꿀꺽한 것이다. 2위인 삼성전자는 전체 이익의 18%를, 3위인 LG전자는 2%를 차지했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처럼 놀라운 수익율의 비결은 바로 얼마 전 출시한 스마트폰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에 있다. 사용자 경험과 환경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많은 사용자들이 원하는 대화면(각각 4.7, 5.5인치)을 채택한 것이 주효했다.

아이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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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컴퓨터 맥(Mac)도 높은 매출에 한몫했다. 애플의 4분기(7~9월, 애플의 회계연도 결산은 9월이다) 맥 매출액은 66억 2,500만 달러(약 7조 원)로 아이패드 매출액 53억 1,600만 달러를 뛰어넘은 상태다. 맥 판매량 역시 지난해 대비 21% 증가한 552만대로 집계됐다. 덕분에 전체 PC 시장 점유율의 6%를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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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는 명성과 달리 조금 주춤했다. 지속적으로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태다. 물론 그 상태로도 여전히 태블릿PC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아이패드 에어2, 아이패드 미니3 등 신제품 투입으로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아이패드 에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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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웨어러블 기기로 판매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아직 정식으로 출시된 제품은 아니지만, 애플의 스마트 시계 애플워치는 내년 시계 시장의 판도를 바꿀 뜨거운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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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애플의 제품이 크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꼽을 수 있겠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운영체제)까지 직접 개발하는 유일한 회사라는 장점을 바탕으로 기존 애플 사용자들이 새로운 기기에 쉽게 적응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뛰어난 하드웨어 사양과 소프트웨어 최적화로 사용자에게 쾌적한 모바일 경험을 제공했다. 덕분에 기존 애플 제품 사용자의 유출을 막고, 다른 회사의 기기와 플랫폼을 사용하던 사용자마저 애플의 생태계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애플의 견고한 생태계가 유지되는 한 애플의 전성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튼튼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반전 노려

삼성전자에게 올해는 조금 아쉬운 한 해였다. 경쟁자 애플은 치솟아 오르는데, 본인은 정작 주춤했기 때문. 심지어 언제나 차지했던 스마트폰 점유율 1위라는 타이틀마저 지난 3분기에는 애플에게 내주는 굴욕을 맛봤다.

삼성전자가 흔들리는 이유는 애플 때문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시장에서 애플과 팽팽하게 겨루고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 고급 스마트폰 판매를 책임진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다. 중국 내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 화웨이 등의 약진 탓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감했고, 이는 점유율과 이익률 감소로 이어졌다.

게다가 하드웨어 기업인 삼성전자를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아우르는 기업으로 탈바꿈 시켜줄 '타이젠' 스마트폰의 출시 연기 역시 부진에 한몫했다.

그렇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막강한 저력을 품고 있는 회사다. 애플과 함께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이익을 거두고 있는 '유이한' 회사고,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선 '기어 플랫폼'을 통해 점유율 1위(2014년 2분기 75.6%, SA 조사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특허의 덫에 걸려 중국 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제조사와 달리 넓은 특허풀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 시장 판매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또한 고급 스마트폰의 판매량 확대를 위해 금속 재질 제품 확대에 힘쓰고 있다.

갤럭시노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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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G에 올인 통했다

LG전자에게 올해는 뜻 깊은 한해였다. 적자였던 스마트폰 부문이 흑자로 돌아섰고,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인상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데 성공했기 때문. LG전자 MC사업부는 지난 2분기 859억 원, 3분기 167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확고부동하게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LG전자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 영업이익의 2%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성공의 배경에는 고급 스마트폰 G시리즈가 있다. 중구난방의 스마트폰 모델들을 모두 정리하고, 사용자가 접근하기 쉽게 G시리즈로 일원화했다. 사양과 제품 품질뿐만 아니라 사후 지원에도 신경 쓴 점이 주효했다.

내년 LG전자는 자체 개발 모바일 프로세서 등을 통해 스마트폰 개발 수직 계열화를 완성한 후 불필요한 지출과 시간낭비를 없애 뛰어난 제품을 소비자에게 빠르게 선보인다는 전략으로 시장에 임할 계획이다. LG G4(가칭)가 사용자에게 얼마나 뛰어난 사양과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LG G3로 촬영한 앰브림
용암호수
LG G3로 촬영한 앰브림 용암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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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아 아프지마

위기에 처한 팬택에게 반전의 기회는 올 것인가. 팬택에겐 쓰디 쓴 한해였다. 보조금 과다 지급에 따른 이동통신 3사 영업정지는 국내 시장에 의존하는 팬택에겐 치명타였다. 영업정지 탓에 제품이 판매되지 않았고, 이는 결국 과도한 적자를 불러 회사가 휘청이는 결과를 불러들였다. 결국 견디지 못한 팬택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현재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는 상태다.

불안한 회사 상황은 신제품 출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팬택이 출시한 제품은 베가아이언2와 베가 팝업노트 2종 뿐이었다. 그나마도 상반기에 출시한 게 전부고, 하반기에는 신제품 출시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내년에는 팬택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 비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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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아이언2
베가아이언2

중국, 찻잔 속 태풍인가 진짜 태풍인가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 ZTE, 원플러스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약진이다. 특히 샤오미는 회사 설립 4년만에 세계 시장 점유율 3위,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화웨이나 레노버 역시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며 판매량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중국 시장이라는 튼튼한 내수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 시장 점유율 1위이던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성장에 밀려 3위로 내려 앉았다. 특히 샤오미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구글의 색을 빼고 대신 자사의 색을 입힘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다. 다양한 중국 특화 서비스(콘텐츠 장터, 중국 전용 서비스 등)를 추가함으로써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내년에도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열풍이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복병은 특허다. 특허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고 해외 영업을 진행 중인 화웨이와 레노버는 특허료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탓에 해외 시장에서 별 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특허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는 샤오미는 특허에 막혀 해외 시장에 제대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간 특허 분쟁마저 심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라는 거대한 장벽에 보호받던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해외에서도 그 힘을 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화웨이 X3
화웨이 X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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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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