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하드에 따라 PC를 선택한다?

이문규 munch@itdonga.com

하드디스크(HDD, 이하 하드)는 그동안 PC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저 용량만 부족하지 않으면 그만이라 여겼다. PC 구매할 때 CPU나 메모리, 그래픽카드의 사양은 꼼꼼히 살펴도, 하드는 그냥 몇GB 혹은 몇TB인지 용만만 간단히 확인할 뿐, 브랜드나 주요 사양, 성능 등은 그리 따지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솔직히 그래도 괜찮았다. 하드에 있어 성능은 체감할 수 있을 만큼 현저하게 발전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존 하드의 성능적 한계를 극복한 여러 형태의 하드가 인기를 끌면서 '하드 성능'에 서서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SSD가 그렇다. SSD(Solid-state Drive)는 메모리 소자를 사용해서, 디스크 회전 방식의 일반 하드보다 속도가 월등히 빠르고 안정성도 탁월하다. 그렇다 보니 동일 용량 대비 일반 하드보다 비싸긴 하다. 비싼 이유가 있어 비싼 거니 인정할 만하다.

SSD 다음으로 SSHD(Solid-state Hybrid Drive)를 꼽을 수 있다. 이는 SSD의 빠른 성능과 일반 하드의 대용량 장점을 취합한 신개념 하드다. 즉 내부에 SSD 영역과 하드 영역을 각각 두고, 운영체제나 각종 프로그램 등 빠른 입출력 성능이 필요한 데이터는 SSD 영역에, 일반적인 저장 데이터는 하드 영역에 저장하는 형태다. SSD의 용량적 한계, 하드의 성능적 한계를 극복하는 제품으로, 시장에 등장하자마자 대세로 등극했다.

SSHD
SSHD

뱀발(蛇足)을 하나 달자면, SSHD라는 용어는 하드 제조사 씨게이트(Seagate)가 처음 사용했다. 이러한 형태의 하드는 사실 2007년에 처음 등장했는데, 당시에는 HHD(Hybrid Hard Disk)로 불렸다. 다만 그때는 성능 측면이나 호환성 측면에서 그리 긍정적인 평가를 얻지 못했다.

그렇다면 하드에 있어 성능이란 어떤 의미일까? 하드에는 '저장' 외에 진정 다른 기능은 필요 없는 걸까?

PC에서 하드가 하는 일
하드는 '보조저장장치'다. 흔히 말하는 램(RAM), 즉 메모리가 '주저장장치'인데, CPU가 처리하는, 혹은 처리할 데이터는 메모리에 저장되며, 이렇게 처리된 데이터 혹은 프로그램 데이터 등은 보조저장장치인 하드에 저장된다. 윈도 같은 운영체제와 워드, 포토샵 등의 프로그램도 모두 보조저장장치인 하드에 설치, 저장된다.

때문에 PC 부팅 후 윈도 바탕화면이 뜨는 데는, 혹은 워드를 실행해 사용준비 상태가 되는 데는, 혹은 포토샵을 실행해 사진 파일 몇 장을 불러오는 데는 하드의 입출력 성능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즉 하드 입출력 성능이 좋으면 그만큼 프로그램 실행 속도도 빨라진다.

일반적으로 하드는, 분당 디스크 회전속도를 의미하는 RPM(Revolution Per Minute) 수치와 내장 버퍼메모리 양을 기준으로 성능을 평가한다. 디스크가 빨리 돌아야 데이터 읽기, 쓰기도 빠를 것이고, 버퍼메모리가 많아야 하드보다 빠른 장치(CPU나 램)와의 속도차로 인한 속도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하드 하나만 바꿔도 PC의 전반적인 성능이 향상될 수 있다. 일반 하드를 SSD로 교체하면 그 성능 차이는 격하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다. 하드 1TB(약 1,000GB)의 용량을 포기하고 128GB SSD의 속도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 지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자, 여기 2대의 PC가 있다. 조립PC 전문업체 컴퓨존(www.compuzone.co.kr)이 직접 조립, 판매, 보증하는 완제품 형태의 경제적PC, '아이웍스'다. CPU나 그래픽카드, 메모리 등의 성능이 상향평준화됨에 따라 이제는 PC사양 차별화를 하드에서 찾으려는 시도다. 이에 컴퓨존은 아이웍스 라인업에 씨게이트 SSHD 1TB 하드를 장착한 모델과 데이터 복구 서비스인 'RESCUE'를 적용한 모델을 추가했다.

이외의 주요 부품 사양은 인텔 4세대 i3~i5 프로세서(하즈웰), 메모리 PC3-12800 4GB~8GB, 인텔 내장 그래픽 등으로, 지극히 일반적으로 구성됐다. 물론 원하는 사양을 얼마든지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단 컴퓨존 아이웍스에는 윈도 등의 운영체제는 기본 포함되지 않는다(그래서 가격이 싸다).

먼저 씨게이트 RESCUE 하드가 들어간 아이웍스 NO.213은 하드에 저장된 파일, 데이터를 보호 혹은 복구하기 위한 PC다. 하드에 대해서는 3년간 무상 보증을 지원하고, 하드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데이터 복구 서비스를 1회 제공한다. 겪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데이터 복구 서비스는 하드 용량에 따라 적게는 수십 만원에서 많게는 수백 만원까지 비용이 청구되는 고난도 작업이다. 1회에 한하지만 파일 손상으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는 그야말로 구세주다. 이와 함께 망가진 하드는 동일한 하드(단 RESCUE 서비스는 소멸)로 교체해 주며, 복구한 데이터는 외장 하드로 따로 제공된다.

이에 따라 아이웍스 NO.213은 데이터가 특히 중요한 환경, 예를 들어 금융권, 은행권 기업 등의 업무용 PC, 혹은 CCTV/보안감시 데이터 저장용 PC에 적합하다. 그에 맞게 전반적인 사양도 사무용 PC 수준으로 유지하여 가격을 낮췄다. 결국 하드 하나만으로 구매 결정의 조건을 만족한다. 데이터가 중요한 환경에는 성능보다는 안정성/신뢰성을 챙겨야 한다.

아이웍스 NO.213의 하드 복구 서비스
절차
아이웍스 NO.213의 하드 복구 서비스 절차

<아이웍스 NO.213의 하드 복구 서비스 절차>

참고로 아이웍스 NO.213에 적용된 씨게이트 RESCUE 하드는, 1TB 용량에 7,200RPM, 64MB 버퍼메모리 등의 사양을 갖췄다.

한편 아이웍스 NO.209에는 씨게이트 SSHD 1TB 하드가 장착됐다. 앞서 언급한 대로, SSHD는 SSD의 '성능적 장점'과 하드의 '용량적 장점'을 취한 이른 바 '하이브리드' 하드다. 즉 SSD의 플래시메모리와 하드의 디스크를 하나의 드라이브에 담아 성능과 용량을 동시에 충족한다.

아이웍스 NO.209에는 그래서 SSD 8GB(플래시 메모리)+하드 1TB가 달려 있는 셈이다. 하드에 포함된 고유의 메모리 기술(Adaptive Memory)로 인해, PC에서 자주 사용되는 데이터를 식별하여 이를 8GB의 플래시 메모리에 적재되어 전반적인 입출력 속도를 높인다. 다시 말해, 사용자는 그저 평소처럼 PC를 사용하기만 하면 하드가 알아서 다 처리하는 것이다. 특히 부팅과 관련된 파일/데이터가 SSD 영역에 적재됨으로써 부팅 시간이 대폭 단축된다.

SSHD
SSHD

참고로 일반 하드 1TB가 현재 6~7만 원에, SSD 1TB는 하드의 10배가 넘는 60~8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비해 SSHD 1TB는 9~10만 원 수준이다. 동일 용량 하드에 비해 몇 만 원 비싸지만, 하드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니 '최고의 하드'는 아니더라도 '최적의 하드'라고 평가할 만하다.

아이웍스 NO.209는 SSHD의 성능을 잘 받쳐 줄 든든한 사양으로 구성됐다. NO.213보다 CPU 성능과 메모리 용량을 높였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500W급 고급 전원공급기(파워서플라이)가 장착됐다. 외장 그래픽카드는 기본 사양에서 제외됐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성능의 그래픽카드를 구매해 장착하면 된다. 이에 NO.209는 가정용, 게임용, 멀티미디어용 PC 등 다방면으로 활용하기 적합하다.

CPU 성능은 이제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고, 그래픽 전문가가 아닌 이상 요즘에는 최고의 그래픽 품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메모리 가격은 저렴해 질대로 저렴해 져서 (메인보드가 허락하는 한) 원하는 만큼 끼울 수 있고... PC제조사나 소비자나 이제 PC의 차별화를 하드에서 찾는 것도 괜찮은 해법으로 보인다. 하드는 이제 데이터를 저장하는 보조장치가 아닌, 저장 데이터를 보호하고 관리하고 제어하는 보호장치로 변화하고 있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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