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초속 12m의 동작도 감지한다, 로지텍 G402

이상우 lswoo@itdonga.com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히페리온(Hyperion)은 티탄 12신 중 하나로, '하늘을 달리는 자' 혹은 '하늘에 있는 자'라는 뜻이다. 여기서 이름을 따온 로지텍 G402 히페리온 퓨리(Hyperion Fury, 이하 G402)는 FPS 게임에 특화한 고속 게이밍 마우스다. 이전에 출시한 G502 프로테우스 코어(http://it.donga.com/18516/)와 비교하면 일부 기능을 줄이고 FPS 게임에 필요한 기능만 남긴 제품이다. 로지텍은 어떤 특징 때문에 G402를 FPS 게임 특화 제품이라고 소개했을까? 지금부터 살펴보자.

로지텍 G402
로지텍 G402

G402는 초당 최대 500인치 이상의 마우스 이동을 감지할 수 있다(500IPS). 상위 모델인 G502의 경우 300IPS며, 타사의 고급 모델 역시 200~300IPS가 대부분이다. 이들과 비교하면 아주 빠른 속도다. IPS라는 단위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익숙한 단위로 바꿔보자. G402는 12.7m/s 이상의 속도로 마우스를 움직여도 모든 동작을 감지해, 이를 화면에 표시해준다.

FPS 게임처럼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게임에서 이 수치는 중요하다. 사용자의 움직임을 게임에 그대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수치가 낮다면 마우스가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해 커서의 움직임이 끊어진다. FPS 게임 중이었다면 총구를 돌리다 갑자기 멈추는 셈이다.

FPS 게임
FPS 게임

그런데 12.7m/s는 어느 정도의 속도일까? 시속으로 환산하면 약 45km/h 정도다. 우사인 볼트의 100m 최고 기록과 비슷한 속도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 수치는 오버스펙이다. 지나치게 높은 사양이라는 의미다. 필자의 경우 벤치마크 소프트웨어를 통해 측정한 최고 마우스 이동속도는 6m/s 정도다. 게다가 평균 속도는 여기에 못미치니 200IPS~300IPS 정도의 제품만으로도 충분하다.

로지텍 G402
로지텍 G402

하지만 전문 게이머에게는 모자란 것보다 넘치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 장비가 자신의 움직임을 따라오지 못한다면 이는 패배로 이어지지만, 자신의 능력을 넘는 장비를 사용한다면 이런 우려를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

폴링률은 1,000Hz다. 폴링률이란 마우스와 PC 사이의 통신 속도로, 1,000Hz는 초당 1,000번의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의미다. '응답속도 1ms'와 같은 의미다. 이를 통해 지연 현상 없이, 마우스를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화면에서 커서가 반응한다.

로지텍 G402
로지텍 G402

기계적인 성능 외에 사용성 부분에서도 FPS에 특화한 모습이다. G402의 전면 왼쪽에는 3개의 버튼이 있는데, 이를 통해 DPI(마우스 감도)를 조절할 수 있다. 눈에 띄는 기능은 DPI 할당 버튼, 일명 '저격 버튼'이다. 이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사용자가 미리 지정한 DPI(기본 설정 시 400)로 바뀌며, 손가락을 떼면 원래 DPI로 돌아온다. 저격 버튼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로지텍 G402
로지텍 G402

보통 FPS에서 돌격 소총은 빠른 움직임을, 저격 소총은 정확한 움직임을 요구한다. 그래서 전자는 높은 DPI를, 후자는 낮은 DPI를 사용한다. 보통의 마우스는 특정 버튼을 눌러 미리 지정해놓은 DPI 중 하나를 선택하는 형태다. 이와 달라 G402는 버튼을 누른 상태는 낮은 DPI로, 손가락을 땐 상태는 높은 DPI로 유지되기 때문에 저격/돌격으로의 변환이 빠르다.

로지텍 G402
로지텍 G402

DPI는 240~4,000까지 사용자가 원하는 수치로 설정할 수 있으며, 기본 설정 시 왼쪽에 있는 두 개의 버튼으로 감도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현재 DPI 수준은 버튼 바로 아래 있는 LED 조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G402에는 총 8개의 버튼(스크롤 휠 포함)이 있다. 전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각각의 버튼에 기능을 할당할 수 있다. 클릭, 스크롤 등의 기본적인 마우스 기능은 물론, 일시정지, 이전곡, 다음곡 등 재생 관련 기능도 등록할 수 있다.

로지텍 G402
로지텍 G402

키보드의 여러 단추를 조합해 누르는 단축키 입력이나 등록한 버튼을 순차적으로 누르는 매크로 기능 등도 설정할 수 있다. 이 단축키나 매크로를 이용하면 FPS 게임에서 무기를 빠르게 바꾸거나 RPG 게임에서 마우스 하나만으로 여러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 마우스 좌표를 기억해 자동 이동하는 매크로는 지원하지 않는다.

마우스 내부에는 자체 메모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용 소프트웨어에서 변경한 설정과 매크로는 마우스를 다른 PC에 연결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전용 소프트웨어는 게임별 맞춤 설정 기능도 지원한다. 전용 소프트웨어에는 '게임 감지' 기능이 있는데, 이를 통해 각 게임마다 서로 다른 마우스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이는 마우스 메모리에 저장되지 않는다).

로지텍 G402 전용 소프트웨어
로지텍 G402 전용 소프트웨어

전체적인 디자인을 살펴보면 일반 마우스보다 조금 더 길고 폭이 좁다. 그래서인지 날렵한 모습이다. 좌우 버튼은 완전히 분리된 형태다. 이를 통해 내구성과 클릭 안정성을 높였다. 제품 무게는 케이블을 제외하고 약 110g이다. 빠른 움직임을 원하는 사용자에게는 적절한 무게지만,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을 원하는 사용자에게는 가볍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로지텍 G402 외 기타 마우스
로지텍 G402 외 기타 마우스

<왼쪽부터 테소로 슈라이크, 로지텍 G402, 로지텍 G502>

케이블은 섬유 소재가 아닌, 일반 케이블을 적용했다. 또한 케이블을 묶어주는 벨크로 테이프가 없으며, USB 단자 역시 금도금이 아닌 일반 단자를 적용했다. 이런 점들을 봤을 때 조금 더 보급형을 지향하는 마우스라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어떨까? 몇몇 FPS 게임을 실행해봤다. 우선 월드 오브 탱크다. 게임을 한동안 실행해보니 G402는 이 게임에는 굳이 필요 없어 보인다. 일반 FPS처럼 총구를 움직이는 개념이 아니라 전차의 포탑을 회전한다는 개념이라서 마우스를 그리 빨리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저격 버튼은 유용하다. 이 버튼을 누른 상태로 마우스를 움직이면 조준원이 크게 벌어지지 않은 상태로 적을 조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드 오브 탱크
월드 오브 탱크

다음으로 실행해본 게임은 레프트 4 데드 2다. 이 게임에서는 제법 쓸모 있는 제품이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좀비 떼를 막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특수 좀비(차저, 헌터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빠른 마우스 움직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레프트 4 데드 2 외에도 일반적인 FPS 게임에서는 모두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레프트 4 데드 2
레프트 4 데드 2

제품 가격은 4만 9,000원. 보급형 제품과 고급형 제품 사이에 있는 가격이다. 실제로 제품 성능과 기능을 봐도 고급 게이밍 마우스에서 FPS에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덜어낸 모습이다. 보급형 게이밍 마우스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FPS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 특히 정확한 컨트롤과 빠른 움직임을 모두 원하는 사용자에게 추천한다.

글 /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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