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국내 태블릿PC 시장에서 날개 펼까?

이상우 lswoo@itdonga.com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은 스냅드래곤, 엑시노스, 테그라 등 ARM 계열 프로세서가 주를 이뤘다. 전력 효율, 운영체제 호환성 등 상당 부분에서 이점이 있었기 때문. 반면, PC용 프로세서 시장의 강자인 인텔은, 한동안 모바일 프로세서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해부터 아톰 기반의 저전력/저발열 프로세서를 시장에 공급했으며, 올해에는 고성능 PC용 프로세서를 모바일 기기에 맞게 최적화한 코어 M 프로세서(브로드웰Y)를 공개하면서 태블릿PC 시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참고: http://it.donga.com/19268/).

인텔의 모바일 프로세서 전략
인텔의 모바일 프로세서 전략

2014년 초, 인텔이 태블릿PC용 모바일 프로세서 공급 목표를 대폭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약 1,000만 개의 태블릿PC용 프로세서를 공급했는데, 올해에는 그 수를 4배로 늘려 4,000만 개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만약 이 수치를 달성한다면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분기 인텔 기반 태블릿PC 프로세서 시장 점유율은 11%를 달성했다(애플 30%, 퀄컴 11%, 미디어텍 11%). 인텔 관계자는 "이런 추세를 봤을 때 연말까지 4,000만 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태블릿PC 시장에 두드러진 경향은 브랜드가 없는 저가형 태블릿PC, 이른바 화이트박스의 약진이다. 소수의 대기업이 점령하고 있던 시장(애플 36%, 삼성전자 19%, 2014.02, 가트너)에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운 중국계 기업이 진출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크게 올렸다. 실제로 가트너가 올해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애플, 삼성, 에이수스, 레노버 등 상위 5개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태블릿PC의 시장 점유율은 31%에 이른다. 인텔은 올해 초부터 이 시장에 인텔 아톰 Z3745을 공급하면서 10~20만 원대의 초저가형 안드로이드 태블릿PC를 실현 가능케 했다. Z3745는 아톰 베이트레일 프로세서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최적화한 것으로, 메모리 콘트롤러 원가를 줄인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얼마 전 공개한 인텔 5세대 코어 M 프로세서를 통한 고성능 태블릿PC 출시도 가시화되고 있다.

가트너 시장조사 결과
가트너 시장조사 결과

반면 국내 시장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태블릿PC(윈도, 안드로이드, iOS 모두 포함) 시장은 확산되지 않고 있으며, 특히 교체 수요가 업계의 기대 이하다. 심지어 노트북보다 교체 수요가 낮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SNS, 인터넷 검색 등은 이미 스마트폰이 자리 잡고 있으며, 업무 생산성은 노트북의 확실한 성능과 소프트웨어 호환성을 바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히려 국내에서는 태블릿PC가 특정 애플리케이션에 특화한 제품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인텔이 시장조사기관 TNS와 함께 국내 태블릿PC 사용자의 이용/구매 패턴, 단말기 선호 경향 등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태블릿PC 구매자 대다수는 남성이며, 주요 용도는 전자책, 만화감상 등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조사는 크게 사용자 특성, 선호도, 구매행태와 관련 정보 습득 과정, 사용 패턴으로 나뉜다. 우선 사용자 특성과 그에 따른 구매와 정보습득 과정이다. 태블릿 사용자의 대다수는 남성이었다. 또한, 이번 조사와 별도로 20대 대학생 대상 조사결과에서도 태블릿PC를 구매해본 경험을 묻는 질문에 남자대학생은 80% 이상, 여대생은 20% 이하가 구매해봤다고 답변했다. 남녀차이는 태블릿PC를 구매하기 전 정보수집과 구매형태에서도 더 크게 나타났다. 여성 소비자는 오프라인 매장 방문(25%)을 선호했고, 남자는 온라인 구매 의향(50%)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남성은 가격비교사이트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반면, 여성은 주변 지인의 추천을 중시했다. 정보습득도 남성은 가격비교사이트, 기사,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서 주로 정보를 탐색하지만, 여성들은 지인의 추천과 SNS 등을 통한 탐색이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양쪽 모두 온라인 제품 리뷰(커뮤니티, 블로그 등)가 제품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다.

태블릿PC를 기준으로 분류해보면, 9인치 이상을 구매한 사람은 62%, 8인치 이하는 38%다. 직장인이 8인치 이하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반면, 학생은 10인치 이상을 선호했다. 이는 학업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크기가 큰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10인치급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으며, 배터리의 경우 최소 8시간 이상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형태는 디태처블(전용 키보드독을 포함한 태블릿PC), 태블릿PC와 블루투스 키보드, 슬라이드(LG전자 탭북 등) 순으로 선호했다.

에이수스 T100
에이수스 T100

태블릿PC의 용도로는 학업과 업무를 위한 문서보기/작성, 업무 생산, 동영상 콘텐츠 감상, 게임, 각종 SNS 사용 등이 있었다. 이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사용성을 합쳐놓은 모양새다. 하지만 주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 노트북 등과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스마트폰으로 대체가 어려운 문서보기, 전자책, 만화감상, 이메일, 문서 작성 등에 태블릿PC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스마트폰의 용도는 메신저, 채팅(카카오톡, 라인 등), SNS, 사진/동영상 촬영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즉, 스마트폰은 콘텐츠 소비용 및 소셜 커뮤니케이션용, 태블릿PC는 콘텐츠 생산용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 사용성은 태블릿PC의 운영체제별 차이에서도 나타난다. 즉 윈도 태블릿PC는 학업과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며, 안드로이드 태블릿PC는 주로 엔터테인먼트 용도로 사용한다.

이번 조사 결과는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우선 시장 잠식의 방향 변화다. 즉 태블릿PC가 스마트폰과 노트북 시장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반대로, 태블릿PC 시장이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의해 잠식되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태블릿PC 시장은 크게 성장했지만, 올해 들어 성장세는 뚜렷이 둔화되고 있다. 태블릿PC가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사용성을 모두 포함하면서, 양쪽 기기를 대신할 디바이스로 부상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올해 시장 동향과 사용패턴을 보면 오히려 반대방향이다. 노트북은 얇고 가벼워졌으며, 터치스크린을 갖춘 제품이 늘어나면서 태블릿PC의 장점을 흡수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노트북의 성능(혹은 더 높은 성능)까지 갖췄다. 스마트폰은 태블릿PC의 사용성을 대부분 흡수했다. 특히, 패블릿(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합성어로, 6인치 내외의 대화면 스마트폰을 말한다) 제품이 등장해, 태블릿PC의 큰 화면도 더이상 장점이라 할 수 없다.

태블릿PC의 사용처도 확연히 구분된다. 일반 사용자에게 태블릿PC는 엔터테인먼트 용도의 보조 제품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즉, 가정에서 부모가 뉴스를 보는 동안, 아이는 태블릿PC로 만화를 보거나 게임을 즐긴다. 이 경우 태블릿PC는 한 사람을 위한 기기보다는 가족용 공용기기로 쓰이며, 사양도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적정한 가격대의 제품을 선호한다. 반면에 기업용 제품 시장에서는 새로운 사례가 시장 곳곳에서 나타난다. 교육용 태블릿PC가 학습지 및 학원 등과 연계해 보급 중이며, 보험설계사의 영업용 기기로 정착하는 사례도 있다. 요식업이나 유통업에서 영업 보조로 사용하고 있으며, 의사소통 장애를 가진 사람이 병원이나 관공서를 방문할 때 수화 통역센터와 실시간 화상통화용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므로, 성능, 디자인, 가격 등이 다양해진다.

교육용 태블릿PC
교육용 태블릿PC

제품차별화 요소는 배터리와 성능이 될 것이다. 실제로 태블릿PC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요소를 성능이라고 답변한 사용자가 많았으며, 여전히 태블릿PC의 성능이 개선되기를 기대했다. 특히, 성능 측면에서 차별화가 크게 보이지 않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차별화를 보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배터리다. 8~9시간의 사용시간을 보이는 제품은 많지만, 배터리가 10시간 이상 지속되는 제품이라면 시장에서 차별화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장의 요구에 인텔은 어떻게 대응할까? 우선 수많은 소비자 요구에 맞는 다양한 제품 공급이다. 사용자가 필요한 용도에 맞게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을 위한 프로세서를 공급한다. 실제로 인텔은 화이트박스 시장에서 중소규모 기업을 통해 보급형 인텔 칩을 탑재한 제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즉 윈도는 물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도 ‘인텔 인사이드’를 확대하는 중이다. 또한, 성능 부분에서는 삼성전자 아티브탭, LG전자 탭북,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프로3 등 고성능 제품과 함께 에이서 아이코니아 W4 등 보급형 제품 등을 통해 운영체제, 가격, 성능, 크기 등 사용자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최근 공개한 코어 M 프로세서를 통해 고성능 태블릿 PC를, 그리고 베이트레일(혹은 향후 출시할 체리트레일)을 통한 저사양/보급형 태블릿PC를 통해 시장 저변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 5세대 코어 M 프로세서
인텔 5세대 코어 M 프로세서

이와 함께 전용 태블릿PC 시장으로도 진출할 전망이다. 최근 EBS와 콘텐츠 제휴를 통해 교육용 태블릿PC를 출시한 바 있으며, 의류 소매장의 고객 응대용 태블릿PC 공급 프로젝트, 농아용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한 태블릿PC 등 다양한 시도가 있으며, 이런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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