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화면이 '상식'이라 했던 아이폰의 딜레마

김영우 pengo@itdonga.com

지난 9일 드디어 애플이 대망의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공개했다. 애플 특유의 화려한 프레젠테이션도 여전하고 여론의 집중적인 조명 역시 '아이폰'이라는 말이 나올 만 하다. 다만, 그 반응이 썩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물론 아이폰의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지난 제품에 비해 혁신이 없다'는 식의 막연한 비아냥은 워낙 일상화(?)가 되어있어서 이제는 식상할 정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시리즈는 꾸준하게 팔렸다. 특히 아직도 북미 시장에서 아이폰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다만, 이번에는 혁신이 없다는 비판 외에 또 한가지 눈에 띄는 비판이 만만치 않게 눈에 띈다. 바로 ‘아이폰이 개성 뿐 아니라 세련미까지 잃었다'는 이야기다. 이는 사실 지금까지 밝혀진 아이폰6시리즈의 사양을 살펴보면 나름 합당한 비판이다.

화면 커진 아이폰6, 애플의 '상식'은 변했다?

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 부분은 바로 화면 크기다. 4인치 이하의 작은 화면만 고집하던 지금까지의 아이폰과 달리, 아이폰6는 4.7인치, 아이폰6 플러스는 5.5인치의 큰 화면을 탑재했다. 예전의 애플은 너무 큰 화면을 탑재하면 한 손으로 모든 기능을 쓸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사 제품의 작은 화면을 장점이라 강조했다. 실제로 아이폰5의 광고에서 그들은 '엄지가 닿는 거리에서 화면 크기는 일치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폰5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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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폰6시리즈는 그들이 말했던 '상식'을 벗어난 기기다. 아무리 봐도 한 손 조작은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화면을 둘러싼 베젤이 제법 두껍다. 비슷하거나 더 큰 화면을 탑재한 경쟁사 제품에 비해 본체 크기가 작지도 않다는 의미다.

아이폰6 플러스와 갤럭시노트3
아이폰6 플러스와 갤럭시노트3

물론 아이폰6 시리즈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이른바 '한 손 모드'도 탑재하고 있다. 다만, 이는 단순히 표시 부분 전체를 내려 일부 콘텐츠를 가린 뒤 화면 상단 일부를 공백으로 만드는 것뿐이다. 참고로 갤럭시노트 시리즈도 유사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지만 이는 화면 일부을 공백으로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화면 전체의 비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표시부 전체를 줄이는 식이다. 게다가 작아진 창의 화면 배치도 자유롭다. 효용성뿐 아니라 세련미 측면에서도 애플이 경쟁사를 앞서고 있다고 말하기 힘들어졌다.

아이폰6와 갤럭시 노트의 한손모드
아이폰6와 갤럭시 노트의 한손모드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표준이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외에 지적 받는 부분은 경쟁사에서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고속 통신 모드인 카테고리6(Cat.6, 광대역 LTE-A)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 본체 후면의 줄무늬가 마치 절연 테이프를 붙여놓은 것처럼 보인다는 점, 후면 카메라가 지나치게 튀어나왔다는 점, 그리고 여전히 배터리 교체가 자유롭지 않고 외장 메모리의 탑재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이다.

예전 같으면 아이폰이 곧 스마트폰의 표준이었기에 위와 같은 지적을 받더라도 그냥 '다른 회사에서 잔재주 좀 부리는군' 식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세계 스마트폰의 80% 가량이 안드로이드폰인 2014년 현재 상황에서 위와 같은 여유는 부리기 힘들다. 예전 같으면 개성의 하나라고 그냥 넘어갔던 문제들이 이제는 명백한 단점으로 지적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뜻이다.

숨겨진 매력 여전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 문제

물론 아이폰6는 여전히 많은 매력을 가진 스마트폰이다. 성능 면에서 여전히 최상급으로 평가 받고 있는 A8 프로세서, 거의 완벽한 색감을 구현할 수 있다는 듀얼 도메인 픽셀 기반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다. 여기에 안드로이드에 비해 높은 성능 효율성을 가진 운영체제인 iOS가 결합된데다 앱 개발자들의 환영을 받을 만한 일관적인 개발 환경도 여전하므로 아이폰6 사용자들은 유사한 사양의 안드로이드폰에 비해 안정적인 품질의 앱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 IT 시장에서는 숨겨진 가치만 강조해선 살아남기 힘들다. 겉으로 드러나는 매력 역시 중요하다는 의미다. 아이폰6 시리즈는 열렬한 팬을 다수 보유한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여전히 안정적인 판매를 기록할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해외 시장, 그리고 이 다음 세대까지 생각한다면 애플은 뭔가 생각을 달리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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