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2 여자 프로게이머 이유라 "이 노트북 스타일, 제게 딱인데요?"

지난 2014년 7월 16일, 인천 부평구 삼산동에 위치한 프로게임단 '프라임팀(Prime)'팀을 찾았다. 숙소에는 프라임팀 소속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프로게이머와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프로게이머들이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남자 프로게이머들이 북적거리며 연습에 몰두하고 있을 때, 숙소 한 켠에서 프로게이머 이유라 선수를 만났다. 현재 국내 e스포츠 시장에서 여자 프로게이머는 찾기 어렵다. 스타2 프로게임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자 프로게이머 수는 단 2명으로 이유라 선수와 김가영 선수뿐이다.

이유라 선수는 편견과 싸우고 있다. '여자가 무슨 게임을 하겠어?'라는 편견은 그녀를 옥죈다. 남자 선수들의 경기와 비교해 박진감이 떨어지고, 수준이 낮다고 저평가되지만, 글쎄… 이유라 선수가 내보이는 게임에 대한 열정은 남자 선수들 못지 않다. 단순히 프로게이머 활동에만 그치지 않는다. 게임 전문 채널 Spotv(스포티비)에서 프로 리그 경기에 리포터로 활동 중이며, 다음 포털과 아프리카 방송 채널 등에서 헝그리앱TV의 스타2 게임 방송도 진행 중이다. 프로게이머, 방송 리포터 활동과 함께 자신의 꿈인 아나운서 및 캐스터 공부도 준비 중이다.

HP 엔비15 이유라 인터뷰
HP 엔비15 이유라 인터뷰

얼마 전, 이유라 선수에게 최근 HP가 출시 준비 중인 게이밍 노트북 'HP 엔비15(ENVY 15-Q003TX)'를 건넸다. 프로게이머의 시선으로 제품을 사용해보고, 장단점을 듣기 위함이다. 그녀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가장 처음 인사 대신 이 말부터 건넸다.

"이 노트북, 딱 제 스타일인데요?"

프로게이머 이유라, "잘못은 인정하고 더 노력하겠습니다"

이유라 선수의 나이는 26. 프로게이머 나이로 꽤 많은 편이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독특한 이력을 소유하고 있다. 여자 프로게이머라는 현 직업도 예사롭지 않지만,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그녀는 여자 축구 선수로 활약했다. 프로게이머 전에는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재직했다. 승무원들에게 기내에서 사용하는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했다고. 그래서 물었다. 어떻게 프로게이머의 길을 걷게 됐느냐고.

IT동아: 이력이 상당히 독특하다. 승무원으로 일하다가, 여자 프로게이머라니. 어떻게 프로게이머로 전향(?)했는지 그 계기가 궁금하다.

이유라: 어릴 때부터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를 즐겼어요(웃음). 스타1이죠. 친언니와 함께 PC방에서 8시간씩 게임에 빠져서 지낼 정도로 좋아했습니다. 그러다가… 2년 정도 됐을 거에요. 우연찮게 박외식 감독님(현 프라임팀 감독)을 알게 됐습니다. 박 감독님이 취미가 뭐냐고 묻더라고요. 그 때 게임이라고 얘기하면서 인연이 시작됐죠.

처음 박 감독님을 만났을 때는 프로게임단 감독인 줄도 몰랐어요.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자기가 프로게임단 감독이라고 스타1을 한번 같이 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 때, 박 감독과 3번 정도 게임해서 제가 다 이겼습니다(웃음). 그렇게 스카우트가 됐어요.

HP 엔비15 이유라 인터뷰
HP 엔비15 이유라 인터뷰

IT동아: 듣고 보니 계기가 재미있다. 그런데, 프로게이머 전에 승무원으로 일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승무원에서 여자 프로게이머로…. 여자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비하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아무래도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이유라: 박 감독님을 만나기 전에 대한항공에서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었어요. 흔히 말하는 스튜어디스죠. 거기서 현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기내 영어 강사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영어를 잘하겠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제는 영어 보다 중국어를 조금 더 잘한다고 대답했다) 마침 게임을 너무 좋아하고 있던 터라, 한동안 승무원과 프로게이머 활동을 같이 했어요. 지금은 프로게이머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웃음). 작년 1월에 정식으로 프로게이머로 데뷔했어요. (프로게이머 성적을 묻자) 작년과 올해 있었던 제 1, 2회 WSL 여성부 리그에서 4강까지 진출했습니다. (잠시 뜸을 들인 뒤) 자랑할만한, 내세울만한 성적은 아닙니다. 더 열심히 노력 중이에요.

프로게이머로 전향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많이 말렸습니다. 특히,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대한 것 즉, "여자가 무슨 게임이냐"라는 말씀이셨죠. 어머니께서 인연을 끊자고 말씀하실 정도였어요. 그리고 직업을 바꾸는 것, 그 자체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설득하셨습니다. 승무원이라는, 그래도 안정적인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직업으로 바꾸는 것을 싫어하셨죠.

지금은 저를 가장 많이 이해하는 후원자이십니다. 요즘은 부모님께서 자랑하고 다니세요. 방송에도 나오고, 포털에 검색해도 나온다고(웃음).

HP 엔비15 이유라 인터뷰
HP 엔비15 이유라 인터뷰

IT동아: 여자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재미있었던 일은 없었는지. 지금 활동하는 방송 리포터라는 일도 누구나 쉽게 할 수는 없을텐데.

이유라: 현재 스포티비에서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이긴 프로게이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요즘 우리 팀 성적이 많이 좋지 않은데(웃음), 우리 팀 선수들이 이겨서 인터뷰하게 되면 기뻐서 자꾸 웃게 되더라고요. 질 때는 저도 모르게 침울하고…. 기분이 참 묘합니다.

IT동아: 요즘 어려운 일을 겪으신 걸로 알고 있다.

이유라: 많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제가 잘못한 거에요. 어떤 이유로 설명하더라도, 그건 변명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게 기대하셨던 분들에게 잘못한 거죠. 제 스스로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더 나은 모습으로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 드릴게요. 열심히 노력하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녀가 말하는 'HP 엔비 15'

IT동아: 앞으로의 모습 기대하겠다. 얼마 전, 노트북 1대를 전달했다. 'HP 엔비 15'. 혹시 HP라는 제조사 이름은 들어봤는지.

이유라: 네. 알고 있습니다. 유명하잖아요.

IT동아: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국내 기업이 아닌데, HP를 알고 있다니… 사실 조금 놀랐다. 평소에도 노트북이나 데스크탑PC에 관심이 있었나.

이유라: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다른 PC, 노트북 제조사의 모델로 활동했습니다. 그 때 모델로 활동하던 업체의 노트북으로 경기를 준비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사실 잘 모릅니다(웃음). 제 주변 또래 여자분들처럼 PC 안의 부품들을 세세하게 알지 못해요. 그래픽카드, 메모리 정도를 구분할 줄 아는 정도? 컴맹에 가깝습니다(웃음).

HP 엔비15 이유라 인터뷰
HP 엔비15 이유라 인터뷰

IT동아: 노트북으로 게임을 즐긴다고 했다. 데스크탑PC와 노트북을 비교해 노트북이 좋은 점은 무엇인가.

이유라: 일단, 노트북은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이 편해요. 쉽게 설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아무래도 데스크탑PC는 이것저것 연결할 것과 설치할 것이 많거든요. 그리고 요즘 노트북은 게임도 잘 실행되고…. 게이밍 노트북으로 출시하는 제품들은 어느 정도 데스크탑PC 만큼의 성능을 보장하더라고요.

HP 엔비 15를 사용하면서 '정말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요. (노트북 디자인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엔비 15는 노트북이지만 키가 좀 큽니다. 그만큼 게임할 때 키를 입력하기 쉽더라고요. 저희 박 감독님이 사용하는 노트북은 이 노트북 화면의 절반 정도 크기인데. 그건 정말 타이핑하는 것도 어렵더라고요. 다른 게이밍 노트북 1대를 사용 중인데, 제게 너무 너무 컸어요. 정말 무식할 정도로(웃음). 이 정도 크기가 제게 딱 맞더라고요. 이것보다 화면이 작으면 게임하는데 불편하기도 했고.

HP 엔비15 이유라 인터뷰
HP 엔비15 이유라 인터뷰

IT동아: 노트북으로 게임한다는 것 자체가 좀 신기하다. 아무래도 데스크탑PC와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조합보다 불편하지 않은지.

이유라: 처음에는 그랬어요.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약간의 적응 기간이 필요했어요. 이전에 제가 사용하던 노트북과 키보드 자판과는 배치가 달랐거든요. 음… 자판 배치와 화면 크기 차이 등으로 인해 제 실력이 스타2의 마스터급 정도라면, 골드급 정도로 떨어지더라고요. 하지만, 한 일주일 정도 붙잡고 사용하니, 적응했습니다. 사용하는데 문제 없었구요.

IT동아: 평소에 PC로 어떤 것을 주로 하나. 인터넷 검색이라던가. 쇼핑이라던가.

이유라: 일단 게임이죠(웃음). 스타2와 LOL를 가장 먼저 실행합니다. 2개를 동시에 실행해요. 스타2를 세네 번 정도 하고, 이어서 LOL을 한번 합니다. 아, 요즘은 간간이 히어로즈 오브 스톰도 하고 있어요. 아직 정식 버전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연습하고 있습니다.

IT동아: 게임 2개를 동시에 실행해도 괜찮은지.

이유라: 음… 사용하면서 문제는 없었어요. 당연히 그 정도는 실행되는 걸로 알았고요.

IT동아: 게임 말고 다른 걸 실행한 것은 없었나.

이유라: 영화나 드라마도 보고, 멜론에서 노래를 듣기도 했습니다. 엔비 15 사운드가 꽤 괜찮던데요. (비츠 오디오 사운드 기술을 탑재했다는 기자의 말에) 아, 그런가요?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어폰이나 헤드셋으로 듣지 않아도 잘 들렸습니다. 좋더라고요. 인터넷 쇼핑도 자주 합니다. 아마, 여자라면 많이 공감하실 거에요. (인터뷰 도중 잠시 쉬는 시간에 오픈마켓에 들어가 물건을 구매하기도…)

HP 엔비15 이유라 인터뷰
HP 엔비15 이유라 인터뷰

- 인터뷰 도중 이유라 선수가 스타2를 실제 게임하며 대화를 나눴다.

IT동아: 지금 숙소에 설치한 무선 공유기를 통해 와이파이로 스타2를 즐기고 있다. 반응이 느리거나, 어색한 것은 없는지.

이유라: (스타2를 실행하면서) 그런 느낌은 없는데요. 그냥 PC방에서 스타2하는 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엔비 15는 무선랜 규격 중 가장 빠른 802.11ac를 지원한다는 기자의 말에) 아, 그런가요? 유선 초고속 인터넷을 연결한 데스크탑PC를 사용하는 것하고 별로 다른 게 없는데요. 기자님이 말해 주시기 전까지는 와이파이로 연결한 것도 몰랐습니다.

HP 엔비15 이유라 인터뷰
HP 엔비15 이유라 인터뷰

IT동아: 평소에도 PC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는지.

이유라: 그런 건 아니에요. 제 또래 여자분들과 비교해 조금 관심이 더 많을 뿐이지, 자세하게 알고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프로게이머라고 모두 PC에 대해서 잘 아는 건 아니에요(웃음). 다만, 사용하는데, 게임하는데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는 그 누구보다 확실하게 알죠. 작은 끊김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거든요.

HP 엔비15 이유라 인터뷰
HP 엔비15 이유라 인터뷰

PC에 대한 것은 이제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같은 프라임팀의 남자 선수가 감독님에게 PC에 대해서 묻는 내용을 들으며 배우고 있습니다. CPU, 그래픽카드, 메모리… 낯설지만 하나씩 배우고 있어요. 엔비15… 저는 좋더라고요. 주면 참 좋을텐데(웃음).

인터뷰가 끝난 뒤, 노트북을 다시 가져가야 한다는 말에 이유라 선수는 아쉬움을 삼켰다. 이어서 그녀는 사용하면서 꽤 마음에 들었다는 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분에게 실망감을 드렸지만, 노력해서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 드릴게요"라고 다짐을 전했다. 프로게이머와 방송 리포터로 열심히 노력하는, 여자 프로게이머 이유라 선수를 기대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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