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정종철, "기계가 감성을 담고 있는 것, 그것이 DSLR"

지난 2014년 7월 12일(토)부터 13일(일)까지 이틀간, 니콘이미징코리아(이하 니콘)이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3층에서 소비자 체험 행사인 '니콘 디지털 라이브 2014'를 개최했다. 니콘은 행사장에 신제품 'D810'을 비롯해 플래그십 DSLR 'D4S', 전문가급 DSLR 'Df' 등을 소비자가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비치했으며, 전문 사진작가의 강연, 모델 촬영, 현장 경품 이벤트 등을 진행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

니콘 정종철 인터뷰
니콘 정종철 인터뷰

니콘은 단순히 모델을 내세워 참가자들의 이목을 끄는 천편일률적인 행사를 탈피하고 있다. 오히려 전문 사진작가의 강연, 소비자 체험 행사 등을 더 비중 있게 다룬다. 2,000~3,000명 단위로 진행하는 대규모 출사대회 '니콘 레전드 출사대회'와 사진 촬영에 대한 기법, 팁 등을 소개하는 '니콘 포토 스쿨' 등에 집중해 사용자가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이번 행사도 마찬가지. 사진작가 오중석, 박종우, 김유철, 김수 등이 나서 신제품 D810에 대한 강연에 나섰으며, 옥동자로 유명한 개그맨 정종철도 직접 찍은 사진을 들고 무대에 섰다.

니콘 정종철 인터뷰
니콘 정종철 인터뷰

이에 IT동아가 연예인 사진 동호회 '팝콘(pop-kon)'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종철씨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카메라는 무엇인지, 사진 촬영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무대에 가장 마지막에 서는 강연자로 나섰으며, 마지막은 특유의 입담을 살려 참가자들의 많은 호응을 이끌었다.

그는 개그맨다운 특유의 입담과 재치로 인터뷰에 응했다. 확실히, 재미있다.

니콘 정종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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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철, 그가 찍는 사진은…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오랜만에 정종철씨의 지하철과 클럽 등의 성대모사를 들었다.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는 점은 여전하신 것 같다(웃음). 몇 년 전부터 사진과 관련해 강연에 나서고, 니콘 관련 행사에 자주 나서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연예인 사진 동호회 팝콘도 이끌고 계시고. 방금 전 강연에서 사람들에게 소개한 캄보디아의 사진 등도 인상에 깊다. 평소 출사나 사진 촬영을 자주 나가시는지 궁금하다.

니콘 정종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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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철 : 하하(웃음). 캄보디아. 캄보디아에서 찍은 사진은 재미나 웃음을 담거나 풍경, 경치 등을 담은 사진이 아니다. 이런 말이 있다. '짠하다'는 말. 그 사진은 정말 짠했던 상황을 담은 사진이다. 팝콘팀에서 캄보디아로 봉사 활동을 갔었다. 사진과 관련된 봉사가 아니라, 의미 그대로 봉사 활동. 음식을 가지고 가서 나눠 주고, 의료 활동을 지원하고… 그런 활동이었다. 그 활동을 그저 사진에 담아 왔을 뿐이다.

캄보디아의 경제 상황은 정말 열악하다. 거기서 본 광경은 이랬다. 아파트에서 밖으로 그냥 쓰레기를 던지더라. 창문 밖으로. 그 아래 길거리에는 아이들이 놀고 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은 그 아파트 주민이 아니다. 아파트 주민이 다니는 길은 따로 있다. 못사는… 그런 가정의 또는 가정이 없는 아이들이다. 그렇게 던진 쓰레기로 더러워진 아파트 사이 길거리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더라. 그 진흙탕 같은 쓰레기에서 나온 물로 범벅인 곳에서 말이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니콘 정종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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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카메라로 담았다. 아이들은 아파트 사이 중간에, 어두운, 그 샛길에서 쓰레기들과 놀고 있고, 사람들은 그 밖의 밝고 넓은 대로로 다녔다. 아이들이 그 밖으로는 안나간다. 누가 정한 것도 아니고, 가지 말라고 말한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나가지 않는다. 아이들이. 딱 거기서 멈춰 있다. 골목 밖은 밝고, 안은 어둡고.. 그대로 찍었다.

니콘 정종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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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연에서 그 사진을 보고 '울컥했다'라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을 받았다. 굳이 이런 사진처럼 뭔가 의미를 담고 있는 사진이 아니라도, 누구나 쉽게 찍는 사진도 많이 봤는데. 출사도 자주 나가시는 것 같다.

정종철 : 글쎄. 딱 꼬집어 '출사를 나간다'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냥… 그냥 나간다. 카메라 하나 들고서. 어제도 다녀왔다. 왜 살다가 누구나 그런 날 있잖은가. 스트레스가 쌓여서 바람을 쐬고 싶을 때,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등 그럴 때는 자동차에 앉아 시동 걸고 달린다. 목적지 없이 그냥 나간다. 사진기 하나 들고. 그렇게 가다가 좋은 자리를 보면 삼각대를 꺼내고 장노출로 사진 한장 찍는다. 잠깐 기다려 놓고 찍는다. 가면서 산 캔 커피 한잔 마시고… 그렇게.

출발할 때 자주 듣는 음악은 일렉트로닉 같은 신난 음악을 듣는다. 도착하는 곳은 보통 조용한 곳이다. 그 곳에서 가만히 앉아 조용히 사진을 촬영하고 돌아온다. 풍경 사진을 참 좋아한다. 딱히 이유를 생각해본 적 없지만… 사람을 만날 때는 약속을 정하고 시간을 정해야 하잖은가. 하지만, 자연은 언제나 나를 기다린다. 그곳에서. 조용하게. 항상 말이다.

니콘 정종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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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동호회 회원들과 만든 단체 카톡방이 있다. 거기에 글 하나 남긴다. 그냥 드라이브 간다고. 사진을 찍으러 가자는 말이 아니다. 한두 명 모이면 출발한다. 일상을 찍는다. 그거 아닐까. 마음 편하게 한장의 사진을 찍는 것. 아, DSLR은 꼭 가지고 나간다.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영 마음에 들지 않더라.

IT동아: 풍경 사진을 말하다 보니, 야간 촬영이 생각난다.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을 때에 대한 간단한 팁 같은 것이 있나.

정종철 : (잠시 고민하다가) 야간촬영, 장노출 촬영 등. 사진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즐기면 된다. 사실, '어떻게 저런 사진을 찍었지?'라는 물음표가 따라붙는 사진은 그만큼 고생해서 찍은 사진이다. 불편하고 무거운 카메라로 찍으면 좋은 사진이 나온다. 이런 것을 즐겨야 한다. 혼자 다니면서 사진 자체를 즐기는, 그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촬영한다. 굳이 한가지 꼽는 팁이라면 삼각대다(웃음).

불편하게 찍는다는 말은 결국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즐기라는 뜻이고. 가끔 개그맨 정종철이 사진을 찍는다는 것 자체를 무턱대고 저평가하는 주변의 시선을 느낄 때가 있다. 아쉽다. 많이 아쉽다. 사진에 대해서 평가를 내리고, 사진에 대해서 가격을 매기고…. 이상하다. 다같이 즐길 수 있는게 사진이고, 사진 촬영이라고 생각한다.

니콘 정종철 인터뷰
니콘 정종철 인터뷰

니콘 D810, 어땠나

IT동아: D810. 어땠나. 솔직한 평가를 부탁한다.

정종철 : D810을 (남들보다) 조금 늦게 사용했다. 사진 찍을 시간이 많이 적었다. 아직 더 많이 사용해봐야 알겠지만… 일단 느낌은 '척하면 척'이다. 가족 사진을 찍을 때, 아이들을 찍을 때, 내가 원하는 풍경을 찍을 때 등 원하는 사진이, 결과물이 바로 나온다. (지금까지 사용해본 카메라 중) 나에게 가장 적합한 카메라 아닐까. 무게감이 좀 있다. 제품 자체가 무겁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진에 무게감이 있다는 의미다. D4S 같은 플래그십 DSLR은 아이들이 뛰노는 스냅 사진을 찍기에 조금 과하다. D810은 과한 옷을 벗고 캐주얼스러운 옷을 입었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데 가장 좋은 장비라고 생각한다.

D810
D810

D800과 D4S의 중간? D800의 모자란 부분은 채우고, D4S의 맛을 볼 수 있는 DSLR 카메라다.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어 주는 고마운 녀석이다. 찍으려는 상황에 맞는 설정을 조작하는 것도 쉬웠다. (D810이) 순간의 찰나를 담을 수 있도록, 빨리 찍을 수 있도록 돕는다. D4S의 고감도, 그룹 포커싱 기능 등을 D810이 훔쳤다. D800과 비교해면 동영상 기능이 좋아졌고, 화소도 높아졌다. 그런 녀석이다(웃음).

IT동아: 좋은 제품, 정종철씨에게 잘 어울리는 카메라라는 것, 충분히 잘 알겠다. 그런데, D810처럼 어느 정도 전문가급, 플래그십을 넘보는 DSLR은 일반인들이 구매하기에 좀.. 비싸다. 그런 점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종철 : 나는 처음 사진을 찍을 때, DSLR 카메라로 시작했다. 무식한 생각이지만, '비싼 것이 좋다'라고 생각했다. 무모했다(웃음). 하지만, 그래서 더 파고 들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사례는 주변에도 많지 않은가. 비싼 헬스장 일년 회원권을 끊어 놓고 그냥 어딘가에 썩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끊어 놓은 돈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다니는 사람이 있다.

비싸다, 싸다라는 기준 자체를 떠나서 카메라의 매력에 빠진 것 같다. 그리고 비싸다고 하지만, 무이자 할부도 있고(웃음). 중형 자동차 타다가 소형 자동차로 못 돌아가는 것처럼 그렇게 시작한 것 같다. 참고로, 중형 자동차를 운전하면, 중형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스킬을 배우기 마련이다.

니콘 정종철 인터뷰
니콘 정종철 인터뷰

IT동아: 혹시 DSLR 말고, 미러리스나 콤팩트 카메라 같은 다른 기종은 사용하지 않는지.

정종철 : 니콘에서 출시한 미러리스, DSLR 카메라는 한번이라도 다 사용해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미러리스 카메라는 사용하지 않는다. 답답하다. IOS도 원하는 만큼 안나오고. DSLR 사용법이 많이 어렵다고 하지만, 요즘은 'M'모드도 조작법이 상당히 쉽고 편하게 바뀌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M 모드로 촬영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 아니다. 가끔 M 모드로 찍는 것을 무슨 계급장처럼 생각하는 분들을 만나곤 하는데… 'A', 'S', 'P' 같은 모드를 뭐하러 만들었겠나. 상황에 따라 맞춰서 사용하면 된다.

미러리스 카메라가 아닌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는 자주 사용한다. 정말 편하게 찍고 사진 잘 나오지 않나. 소니 RX1을 사용 중다. 이런 표현 써도 되나. 미친 카메라더라(웃음). 들고 다니기에 부담도 적고. 사용자들에게 좋은 소식 아닐까 생각한다.

IT동아: 혹시 이런 카메라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적 있나.

정종철 : …없다. 뭐 알아서들 잘 만들지 않겠나(웃음).

사진은 기계로 찍어 감성으로 뽑는 것

IT동아: 마지막이다. 처음 카메라를 접하는, 이제 막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정종철 : 제발 많이 찍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많이 뽑았으면 좋겠다.

IT동아: 뽑는다는 말은?

정종철: 아, 실제 사진으로 인화하라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집에 프린터를 3대 구매해서 설치했다. 사진을 많이 찍기도 하지만, 실제 인화지로 많이 뽑는다. 주로 거래하는 곳이 따로 있을 정도다. 유지비가 많이 들어간다. 잉크 값도 만만찮고. 포 바이 식스(four by six), A2, A4 등 종류도 많다.

처음 사진기를 접했을 때, 기계적으로 받아들였다. 카메라를 처음에는 성능이나 기계적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아니더라. 달랐다. 카메라는 기계적인 것에서 감성적인 것을 뽑는다. 결혼할 때, 어머니에게 앨범을 3개 받았다. 어렸을 때 사진, 어머니와 행복했던 사진,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 동생과 싸우던 사진들… 그런 사진들이 담겨 있었다. 앨범 3권은 어머니에게 많은 양이었을 것이다.

이걸 말씀 드리고 싶다. 내가 내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은 물질적인 돈일 수도 있지만, 추억을 담은 사진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 추억을 하드 드라이브나 USB 메모리로 줄 수는 없을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계정을 줄 것인가. 그건 정말… 이상한 일이다.

니콘 정종철 인터뷰
니콘 정종철 인터뷰

잘나오든 안나오든 좋으니까 사진을 뽑아 놓고, 정리할 필요도 없다. 박스에 넣어도 상관 없다. 나중에 그 사진을 보면 그 안에 이야깃거리가 있고, 추억이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있고, 어머니가 있다. 인화하지 않은 사진은, 사진이 아니고 그래픽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많이 찍고, 많이 뽑으라고.

정종철씨와 인터뷰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약 40분 정도. 중간중간 농담을 나누고 다른 이야기로 삼천포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의 몇 가지 기억에 남는다. '기계적인 카메라가 감성적인 사진을 뽑는다'는 말과 '많이 찍고, 많이 뽑으라'는 말. 맞다. 돌이켜 보면 언젠가부터 우리네는 사진을 인화하는데 인색하다. 어딘가에 데이터로 저장할 뿐, 실제 사진으로 뽑는 일은 드물다. 그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래픽을 찍지 말고 사진을 뽑자고.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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