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청아한 고음이 매력인 하이브리드 이어폰, AF140

이상우 lswoo@itdonga.com

이어폰의 음질을 결정하는 데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우징 재질 및 디자인, 내부 공기 흐름, 케이블 및 플러그의 재질 등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도 디지털 신호를 실제 소리로 변환해주는 부품인 드라이버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드라이버는 디지털 신호를 진동(음파)으로 만든다. 이 공기의 파동이 귀(고막)에 닿으면, 우리는 이를 소리로 인식한다.

드라이버는 구동 형태에 따라 '다이내믹(Dynamic) 드라이버'와 '밸런스드 아마추어(Balanced Armature, BA) 드라이버'로 나뉜다.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자석과 코일에서 발생하는 자력으로 얇은 필름막을 떨리게 하고, 이를 통해 소리를 내는 구조다. 이와 달리 BA 드라이버는 전자석의 원리를 통해 내부에 있는 금속판을 떨리게 하고, 이로써 소리를 낸다.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일반적으로 부피가 크며 음역의 특성은 중저음이다. 반면 BA 드라이버는 부피가 작으며 고음 특성이 강하다. 가격 면에서 보면 고가형 제품에는 주로 BA 드라이버가 쓰인다.

이어폰 중에는 이 두 가지 특성을 모두 지닌 제품이 있다. 일명 '하이브리드' 이어폰이다.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BA 드라이버 모두를 탑재해 저음부터 고음까지 다채로운 음역을 소화할 수 있는 제품이다. 탑재하는 드라이버의 개수에 따라 2way나 3way 하이브리드 등으로 불린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다이내믹 드라이버 하나와 BA 드라이버 2개를 탑재한 3way 하이브리드 이어폰, 오디오플라이 AF140이다.

오디오플라이 AF140
오디오플라이 AF140

선명하고 깨끗한 고음이 매력

앞서 말한 것처럼 AF140은 다수의 드라이버를 내장해, 저음부터 고음까지 다양한 음역의 소리를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이다. 하이브리드 이어폰은 단순히 드라이버 개수가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각 드라이버가 얼마나 각 음역을 잘 구분해서 구현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역할을 하는 장치가 '크로스오버'다. 크로스오버는 각 드라이버로 전달되는 주파수 대역을 나눠주는 장치로, 하이브리드 이어폰은 물론 트위터/서브우퍼/미드레인지 스피커 등을 갖춘 대형 스피커에서도 중요한 장치다.

오디오플라이 AF140
오디오플라이 AF140

그렇다면 AF140의 크로스오버는 각 드라이버에 음역을 잘 분리해서 전해줄까? 여러 음악을 들어보며 비교해봤다. 가장 먼저 들어본 음악은 아이유 3집 모던 타임스의 수록곡 '을의 연애(24bit/96kHz, FLAC)'다. 이 노래는 재즈 기타, 베이스 기타, 보컬만으로 구성된 집시풍의 재즈곡이다. 저음역의 베이스 기타와 고음역의 재즈 기타 그리고 중고음에 이르는 가수의 목소리 등 많은 음역을 균형 있게 담고 있어, 전체적인 소리를 듣기 좋은 음악이다.

오디오플라이 AF140
오디오플라이 AF140

우선 중음에서 고음에 이르는 가수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매력 있게 들려줬다. '1, 2, 3, 4'로 시작하는 도입 부분에서는 녹음실 안에서 소리가 울리며 서서히 퍼지는 모습을 잘 표현했으며, 중간중간에 나오는 기타 솔로 부분도 깔끔하게 나타냈다. 특히 기타 줄을 힘있게 내려치는 고음을 표현할 때 해상력이 우수하다고 느꼈다. 고음특성의 BA 드라이버를 2개 내장해서 그런지, 중음~고음에 이르는 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오디오플라이 AF140
오디오플라이 AF140

다음으로 재생해본 음악은 정민아 1집 상사몽의 수록곡 '바람 부는 창가에서(16bit/24kHz, FLAC)'다. 이 곡은 가야금과 해금연주로 이뤄진 퓨전 국악으로, 대부분의 음역이 중저음에 집중돼 있다. 전자 베이스를 연상케 하는 가야금의 중저음과 곡의 중심이 되는 해금의 중고음이 잘 어우러진 음악이다.

역시 가장 마음에 든 소리는 해금이었다. 활이 안 줄과 바깥 줄을 힘있게 지나는 소리, 부드럽게 지나는 소리를 각각의 특색을 잘 살려 들려줬다. 곡 전체에 깔리는 가야금 연주는 잔잔하면서도 힘 있는 소리를 들려줬다.

오디오플라이 AF140
오디오플라이 AF140

AF140의 소리를 짧게 요약하자면 전반적으로 중음에서 고음에 이르는 음역을 선명하고 깔끔하게 들려줬다. 물론 중저음 해상력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고음의 청아함이 강해서 상대적으로 빛이 바랜 느낌이다.

편안한 착용감과 높은 활동성

사실 이 제품은 음질보다 착용감과 활동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우선 무게는 3개의 드라이버를 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20g 정도로, 아주 가볍다. 착용 방식은 케이블을 귀에 걸치는 오버 이어 스타일로, 격한 움직임에도 잘 벗겨지지 않는다(심지어 제품 사용 설명서에는 기타리스트가 AF140을 모니터링용으로 사용하며 헤드뱅잉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케이블에 있는 길이 조절기를 얼굴 크기에 맞게 조이면 이어폰이 몸에 확실하게 밀착된다.

오디오플라이 AF140
오디오플라이 AF140

케이블의 길이는 1.6m다. 보통 이어폰의 길이는 1.2~1.4m 정도인데, 이 제품은 20cm 정도 더 길다. 길이가 긴 만큼 활동 중 몸이나 팔에 케이블이 걸리는 일이 적다. 특히 오버이어 스타일의 이어폰은 케이블을 뒤로 넘겨서 착용해도 잘 빠지지 않기 때문에 활동성이 더 커진다.

케이블은 2가지 소재로 제작됐다. 우선 케이블 상단부(Y자로 갈라지는 부분)는 일반 케이블을 꼬아 만든 모습이다. 왼쪽과 오른쪽 각각의 케이블은 2가닥이 힘있게 꼬여있는 형태라 잘 꼬이지 않으며, 꼬여도 쉽게 풀린다. 하단부는 부드러운 섬유 재질로 돼 있다. 이 소재 역시 잘 꼬이지 않으며, 특히 옷이나 몸과 마찰이 적어서 케이블을 타고 귀로 전해지는 소리가 거의 없다.

오디오플라이 AF140
오디오플라이 AF140

이밖에 제품의 기본 액세서리 구성도 마음에 든다. 필자가 이번에 사용한 리뷰용 제품은 이어폰과 케이스만이었지만, 실제 제품 구성은 이것 외에도 9종류의 이어 팁(실리콘 3종, 3중 실리콘 3종, 폼 3종 등), 6.35mm 변환 어댑터, 항공기용 스테레오 어댑터, 청소용 솔 등이 포함돼 있다.

오디오플라이 AF140
오디오플라이 AF140

기술사양

이제 기술 사양을 간단히 살펴보자. 출력 주파수는 20Hz~2만 2,000Hz로, 인간의 가청 주파수를 모두 표현할 수 있다. 임피던스(저항)는 38Ω으로, 오디오플라이의 다른 제품보다 비교적 높은 편이다. 임피던스가 높을수록 전기의 흐름이 방해돼, 자잘한 잡음이 사라진다(그리고 전체 음량도 줄어든다). 임피던스가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소리가 크기 때문에 야외에서 듣는 휴대용 음향기기나 기기 자체의 출력이 낮은 스마트폰 등에 사용하기 적절하다.

아웃도어용 이어폰과 비교하면 비교적 높은 임피던스지만, 출력 음압레벨은 103dB로, 주변이 지나치게 시끄럽지 않은 이상 소리가 꽤 크게 들린다. 물론 스마트폰 등에 연결해도 '소리가 너무 작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참고로 이 제품은 케이블에 컨트롤러가 없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만약 컨트롤러가 있는 제품을 원한다면 상위 제품 AF160(BA 드라이버 3개)과 AF180(BA 드라이버 4개) 등도 있으니 참고하자.

비교적 높은 가격은 걸림돌

국내 출시 가격은 25만 원이다. 사실 이 제품은 가격과 비교해 아주 우월한 성능을 내는 제품은 아니다. 가격에 맞는 성능이라는 의미다. 음질은 비교적 좋은 편이지만, 일반적인 음악 감상용으로 구매하기에는 조금 비싸다. 하지만 착용감과 활동성만큼은 아주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제품이다.

오디오플라이 AF140
오디오플라이 AF140

음향기기는 개인 취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그러니 이런 제품을 구매할 때는 타인이 쓴 리뷰만 참고할 것이 아니라 직접 소리를 들어보고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행히 청담동 셰에라자드를 방문하면 AF140은 물론, 오디오플라이의 같은 제품군 상위 모델을 직접 청음해볼 수도 있으니 이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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