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철'에 시달리는 현대인을 위한 대안, 'PRT'

이문규 munch@itdonga.com

출퇴근길의 '지옥철'을 한번이라도 겪어본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나에게 딱 맞는, 나 만을 위한' 교통수단을 꿈꾸게 된다. 우아하게 책이라도 읽고 싶지만, 만원 사람들 사이에서 책을 펴기는커녕 움직이기조차 어려운 게 지옥철의 현실이다. 이뿐이랴, 정거장마다 쏟아져 들어오는, 나가는 사람들로 인해 가방이나 잘 간수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10년 전과 비교해 정보통신기술은 눈부신 발전과 성장을 거듭했지만, 교통기술은 어째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10년 후나 별반 차이가 없을 것만 같다.

매일 출퇴근 지옥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건 자가용이나 택시가 아닌, 나의 편리를 보장 받으면서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이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탑승할 수 있고, 목적지까지 한번도 정차하지 않고 운행할 수 있는 대중교통. 여기에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일반 도로가 아닌, 지하철이나 기차처럼 전용주행로 위를 달려 차 막힐 염려 없는 대중교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4월, 순천에코트랜스(대표 남기형, www.skycube.co.kr)가 전남 순천시 순천만공원 내에 개통한 PRT(Personal Rapid Transit, 소형 무인 궤도차)는 이러한 신개념 교통수단의 필요성이 반영된 차세대 이동시스템이다. 위에서 언급한 장점과 더불어 100% 전기를 동력원으로 하는 친환경 무인 교통수단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통신분야에서 스마트폰이 사용자 맞춤형 기기였다면, 교통분야의 승객 맞춤형 이동수단이 PRT라 할 수 있다.

영국과 네덜란드에서는 이미 국민교통수단
2011년 5월, 영국 런던의 히드로(Heathrow) 국제공항에는 이전에는 볼 수 없던 특이한 대중교통 시스템이 도입됐다. 공항 주차장과 터미널 5 사이를 운행하는 '울트라(Ultra)' 시스템이 그 주인공이다. 울트라 또한 대표적인 PRT 시스템으로 기존의 대중교통과 가장 차별화된 무인, 무정차 이동수단이다. 전기동력으로 친환경성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장되고 목적지까지 정차 없이 이동하여 중요한 비즈니스 업무 처리나 회의 등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PRT 도입한 지 불과 1년만에 울트라의 이용자 수가 37만 명을 돌파했다. 영국은 오는 2019년까지 터미널 2,3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영국의 울트라
영국의 울트라

아랍 에미리트 아부다비의 마스다르 시티(Masdar City)도 PRT의 성공 도입 사례로 꼽힌다. '탄소 제로 도시(Carbon Zero City)' 정책의 일환으로 네덜란드의 '투겟데어(2getthere)' 시스템을 도입하여 총 13대의 PRT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운행에 필요한 에너지는 마스다르 시티에서 생산되는 태양, 풍력 등의 자연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탄소나 오염물질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네덜란드의 투겟데어
네덜란드의 투겟데어

한국형 PRT의 시작, '스카이큐브 (SkyCube)’
우리나라에도 최근 PRT가 공식 상용화됐다. 전라남도 순천에 국내 최초로 도입된 소형무인궤도 열차인 스카이큐브(SkyCube)가 그것. 스카이큐브는 한국형 PRT로 배기가스가 없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일반 전철이나 경전철과는 달리, 첨단 제어시스템에 의해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논스톱으로 운전자 없이 자동으로 운행된다. 운행 평균속도는 시속 40km로 일반 전철이나 경전철에 뒤지지 않으면서 운행 간격도 짧아 동일 수송능력에 비해 경제적이다. 게다가 전기로 움직이기 떄문에 이산화탄소 등의 배기가스 배출이 없어 순천만 등의 자연환경에 적합하다.

스카이큐브
스카이큐브

스카이큐브는 현재 40대의 차량이 운행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순천만정원 '꿈의 다리'에서부터 '순천문학관'에 이르는 총 4.64km 구간을 편안하게 이동하며 자연전경을 관람할 수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스카이큐브 홈페이지에서 탑승권을 미리 예매할 수 있게 되어 이용자의 편의가 한층 강화됐다.

앞서 영국과 네덜란드의 사례와 같이, 관광지를 비롯해 주요상업지나 도심지로 확장된다면, 출퇴근 시간에 집중되는 유동인구를 효율적으로 분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카이큐브를 구축한 순천에코트랜스의 관계자에 따르면, PRT는 차량의 크기나 정거장 시설 등이 기존의 철도설비에 비해 간소하여 건설투자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경제적 측면에서 여러 모로 유리하다.

이동 승객 수가 전철/지하철보다 적어 이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아침저녁으로 지옥철에 시달려야 하는 노약자나 임산부, 관광객, 비즈니스맨 등에게는 각광을 받으리라 예상된다.

스카이큐브에 대한 체험 정보는 http://it.donga.com/18305/ 기사를 참고하면 된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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