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책을 닮은 태블릿PC, MS 서피스 프로3

강일용 zero@itdonga.com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애플의 노트북 맥북과 태블릿PC 아이패드 에어를 싸잡아 '디스(Dis, 상대방이 형편없다고 폄훼하는 힙합 용어)'했다. 맥북은 휴대성이 부족하고, 아이패드 에어는 생산성이 모자라 결국 둘 다 들고 다녀야 하는 한계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기기는 휴대성이 뛰어나고, 생산성도 휼륭하다고 마무리했다. 그 기기의 이름은 '서피스 프로3(Surface Pro 3)'다.

서피스 프로3
서피스 프로3

MS는 20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작은 기자간담회에서 자사의 최신 윈도8.1 태블릿PC 서피스 프로3를 공개했다. 서피스 프로3의 특징은 책을 닮은 태블릿PC라는 것이다. 16:9(16:10 포함) 또는 4:3이라는 주류 화면비율 대신 3:2 화면비를 채택해 시중의 책과 유사한 판형을 갖췄다. 글을 적거나, 읽는 데 최적화돼 있다는 뜻이다.

화면도 조금 커졌다. 10.6인치였던 전작과 달리 12인치로 넓어졌다. 하지만 제품의 두께와 무게는 오히려 얇고 가벼워졌다. 무게는 800g으로 전작보다 100g 이상 줄었고, 두께도 9.1mm에 불과하다.

글을 적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돕기 위해 전자펜(디지타이저)도 함께 제공한다. 이를 보조하기 위해 자사의 필기 애플리케이션(앱) 원노트를 무료로 제공하고, 어도비와 협력해 터치스크린과 전자펜에 최적화된 '태블릿PC용 포토샵CC'도 향후 선보일 예정이다.

사양도 보다 세분화된다. 프로세서는 4세대 인텔 코어(하스웰) i3, i5, i7 가운데 입맞에 맞춰 선택할 수 있고, 메모리도 4GB와 8GB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저장공간도 64~512GB로 폭 넓게 제공한다. 운영체제는 윈도8.1 프로다. (그래픽 프로세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난드텍 등 외신 정보를 취합해본 결과 인텔 HD 4400과 아이리스5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사용시간도 많이 늘어났다. 웹 서핑 기준 6~7시간으로 윈도8.1 태블릿PC치고 상당히 짧았던 전작과 달리 웹 서핑 기준 9시간까지 늘어났다.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한 저전력 태블릿PC 못지 않다. (실제 사용시간은 9시간보다 짧을 전망이다. 실제 제품이 출시된 후 리뷰를 통해 실제 배터리 사용시간을 확인해보도록 하겠다)

가격은 모델별로 799달러(약 82만 원. 4세대 코어 i3, 4GB 메모리, 저장공간 64GB)에서 1,949달러(약 200만 원, 4세대 코어 i7, 8GB 메모리, 저장공간 512GB)까지 다양하게 제공한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에는 6월 말에 출시되고, 대한민국을 포함한 2차 출시국가에는 8월 경 출시될 예정이다.

서피스 프로3 스펙
서피스 프로3 스펙

왜 3:2 화면비인가?

서피스 프로3는 유례없이 특이한 화면비를 채택했다. 3:2 화면비다. 때문에 해상도도 조금, 아니 사실 많이 독특하다. 2,160x1,440이다. 풀HD 해상도(1,920x1,080)보단 훨씬 높고 QHD(2,560x1,440)보단 조금 낮다. 굳이 정의하자면 '풀HD 플러스'쯤 되겠다.

서피스 프로3
서피스 프로3

MS는 왜 이런 선택을 한 걸까. 가로로 눕혀 사용하든, 세로로 세워 사용하든 불편하지 않은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16:9 화면비의 제품을 눕혀 사용할 경우 동영상을 꽉찬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웹 페이지를 한눈에 감상할 수 없다는 불편한 점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세로로 세워서 사용하자니, 제품의 세로 길이가 쓸데없이 너무 길다. 4:3 화면비의 제품은 웹 페이지를 한눈에 볼 수 있고, 글을 읽거나 쓰는데도 편리하다. 하지만 동영상을 감상하면 아래 위로 여백(레터박스)이 너무 많다. 화면 크기에 비해 동영상 크기가 너무 작다.

이러한 태블릿PC의 화면비를 두고 MS가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이 서피스 프로3의 3:2 화면비다. 3:2 화면비는 눕혀 사용할 경우 16:9 화면비보다 세로 길이가 길다. 웹 페이지를 보다 쾌적하게 확인할 수 있다. 동영상을 감상하더라도 4:3 화면비보다 레터박스가 훨씬 적게 나타난다. 16:9 화면비와 4:3 화면비의 장점을 모두 취하기 위해 절충한 모양새다.

무엇보다 3:2 화면비는 책에 가장 가까운 판형이다. 사용자는 마치 공책에 글을 적는 것처럼 서피스 프로3에 글을 적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전자펜은 와콤이 아니라 엔트리그

전자펜은 많이 변경됐다. 서피스 프로1과 서피스 프로2는 일본의 전자펜 솔루션 기업 와콤(Wacom)의 전자펜을 채택했다. 반면 서피스 프로3는 이스라엘의 전자펜 솔루션 기업 엔트리그(N-trig)의 전자펜을 도입했다. 와콤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와 서피스 프로 등에서 사용 중이고, 엔트리그는 소니 바이오, 후지쯔 스타일리스틱 등에서 활용하고 있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건전지의 유무다. 와콤의 전자펜은 건전지를 탑재하지 않아도 되지만, 엔트리그의 전자펜은 소형 건전지를 넣어야 전자펜이 작동한다. 건전지를 넣어야 작동하는 엔트리그의 전자펜이 와콤의 전자펜보다 불편할 수밖에 없다. 대신 건전지를 탑재함으로써 얻는 이점도 있다. 서피스 프로3에 탑재된 전자펜 뒷면에는 전원 버튼이 탑재돼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본체의 전원을 켤 수 있다. 리모콘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자펜 솔루션은 와콤의 것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다. 엔트리그의 전자펜 솔루션은 필기감과 인식속도는 와콤에 버금가지만, 필압 감지 기능(펜을 얼마나 세게 눌렀는지 여부에 따라 선의 굵기가 달라지는 기술)이 조금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서피스 프로3의 필압 감지 레벨은 256 단계에 불과하다. 전작의 1,024 단계보다 많이 줄었다. 다만 서피스 프로3의 경우 전문가를 위한 강력한 필기 기능보다는 일반 사용자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실제 사용에 별다른 지장은 없을 것으로 풀이된다.

서피스 프로3의 전자펜은 엔트리그의 솔루션을 고스란히 채택한 것이 아니다. MS가 자체 최적화 기술을 추가해 신호를 주고받는 속도를 향상시켰다. 전자펜이 먼저 움직이고 후에 화면 속 커서가 움직이기 때문에, 반응속도가 느리다고 지적받았던 기존 디지타이저 기술을 크게 개선했다. 때문에 서피스 프로3는 '전자펜의 움직임'과 '화면에 그림이나 글씨가 나타나는 속도'가 동일하다.

생산성을 보조하기 위한 강력한 앱과 주변기기

서피스 프로3는 콘텐츠 소비에 집중한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PC와 달리 콘텐츠 생산에 특화된 태블릿PC다. 윈도8.1로 실행되기 때문에 기존의 PC용 앱 대부분을 실행할 수 있다. 오피스, 포토샵, CAD 등 다양한 전문가용 앱을 고스란히 실행할 수 있다.

단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터치스크린과 전자펜을 사용해야 하는 태블릿PC의 입력환경에 특화된 전용 앱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MS 원노트와 어도비 포토샵이다. 원노트는 필기와 메모에 특화된 문서작성 앱으로 MS 오피스에 포함돼 있지만, 윈도8.1 태블릿PC 사용자는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어도비 역시 마우스와 키보드에 특화된 현재 UI(사용자 환경) 대신 터치스크린과 전자펜에 특화된 UI를 채택한 '어도비 포토샵CC for 태블릿PC(가칭)'를 MS와 협력해 향후 선보일 예정이다. 슬프게도 포토샵CC는 유료로 사용해야 하니 참고할 것.

서피스 프로3
서피스 프로3

7~8인치 윈도8.1 태블릿PC와 달리 서피스 프로3에는 MS 오피스를 무료로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국가별로 별도의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도 있으니 한번 기대해보자.

마우스는 터치스크린과 전자펜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키보드는 가상 키보드로 대체하기 힘들다. 글과 명령어를 빠르게 입력하려면 실물 키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피스 프로3는 이를 감안해 화면을 이물질로부터 보호하면서 키보드를 함께 제공하는 전용 액세서리 '서피스 프로 타이핑 커버'를 함께 판매한다. 이를 서피스 프로3에 연결하면 휴대성을 유지하면서 실물 키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서피스 프로3용 타이핑 커버는 가로 길이가 넓어져 PC용 키보드와 유사한 타이핑 감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피스 프로3
서피스 프로3

서피스 프로3 본체에는 풀HD 및 QHD 출력을 지원하는 미니DP(디스플레이 포트)가 탑재돼 있고, 전용 확장 어댑터와 연결하면 UHD(3,840x2,160) 모니터로 화면을 출력할 수 있다. 확장 어댑터에는 USB 3.0 단자와 LAN 단자가 포함돼 있다. 제품 본체에 USB 3.0 단자가 1개밖에 없다는 단점을 해결해 준다.

하드웨어 완성도도 향상

서피스 프로3는 하드웨어적으로도 주목할만한 변화가 2가지 존재한다. 첫 번째는 '팬리스(Fanless, 무소음)'다. 서피스 프로3는 방열팬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프로세서에서 발생하는 열을 본체 전체에 전달해 식힌다. 때문에 제품 사용 도중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도서실, 강의실 등 소음에 민감한 곳에서도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정정합니다. MS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서피스 프로3는 팬리스가 아니라, 신형 팬을 탑재한 제품입니다. 이전보다 30% 성능이 향상된 신형 팬을 탑재해 쿨링 성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때문에 프로세서 역시 팬리스용 '하스웰Y 프로세서'가 아닌 울트라북용 '하스웰U 프로세서'를 탑재할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는 '킥스탠드(Kick stand, 거치용 스탠드)'의 각도 개선이다. 기존에는 45도 또는 60도 각도로만 제품을 세울 수 있었지만, 이제는 0~150도까지 11단계로 세분화해서 세울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제품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려는 MS의 배려다.

MS 서피스 프로3
MS 서피스 프로3

그래서 아이패드는 이길 수 있습니까?

개발사가 새로운 태블릿PC를 선보이면 일단 아이패드를 디스하는게 이 업계의 전통이다. 점유율 1위의 제품보다 뛰어난 점이 무엇인지 알려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 아닌가. 서피스 프로3도 예외는 아니었다. MS는 기자간담회를 시작하면서 서피스 프로3를 구매하면 아이패드와 맥북을 함께 구매한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흥미롭게도 MS는 아이패드뿐만 아니라 맥북까지 함께 폄훼했다. 여기에 서피스 프로3 판매 전략이 숨어 있다. 시장을 장악한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태블릿PC와 직접 맞서자니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다. 대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나섰다. 바로 콘텐츠 생산에 특화된 태블릿PC다. PC(노트북)의 장점과 태블릿PC의 장점을 흡수해 부족한 생산성 탓에 기존 태블릿PC에 아쉬움을 느낀 사용자들을 최대한 포섭하겠다는 전략이다. 판매 가격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서피스 프로3는 일반 태블릿PC보다는 비싸지만, 노트북보다는 저렴하다.

정면 대결을 피하고 틈새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은 어찌보면 '윈도 태블릿PC는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태블릿PC에게 패배했다'는 선언일수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번에 패배 선언을 했기에 경쟁자들은 긴장해야 한다. 자기만의 확소한 영역을 구축하고 호시탐탐 주류 시장으로 진출을 노린다면 윈도 태블릿PC에게도 기회는 다시 올 수 있다. 서피스 프로3는 아이패드를 '절대' 이기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윈도 태블릿PC가 이길 수 있게 하는 토대는 될 수 있다. 어찌보면 이러한 사실을 윈도 태블릿PC 제조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MS가 '총대를 멘 것'일지도 모르겠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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