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그레이드'가 아니라 '삼총사',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 A7S

강일용 zero@itdonga.com

카메라 업계에서 통용되는 유명한 용어가 하나 있다. '옆'그레이드다. 옆과 업그레이드, 두 단어를 합쳐 만들어낸 이 신조어는 카메라의 핵심인 이미지 센서와 내부 부품을 고스란히 유지한채 외형만 바꿔 신모델인 것처럼 판매하는 관행을 비꼬는 단어다. 사실 여기엔 기업들의 고민도 숨어있다. 카메라 기술의 발전 속도는 점점 느려지는데, 신모델을 출시하지 않자니 경쟁자들에게 밀리는 것 같고...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등장한 게 외형과 LCD 화면 크기만 바꾼 옆그레이드 제품들이다.

오늘(19일) 소니가 공개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알파 A7S(이하 A7S)'도 자칫하면 옆그레이드 모델로 오해받을 수 있겠다. 얼핏보면 지난해 11월 출시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A7, A7R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A7, A7R, A7S는 명백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제부터 알아보자.

소니 알파 A7S
소니 알파 A7S

A7은 풀프레임 규격(36x24mm)을 채택한 미러리스 카메라다. 대부분의 미러리스 카메라는 APS-C 규격(24x16mm) 또는 포서즈 규격(17.3x13mm)을 채택했다. 반면 A7 제품군은 훨씬 큰 이미지 센서를 채택해 사진과 동영상의 화질이 한층 뛰어난 것이 특징. 때문에 전문가용 미러리스 카메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A7R(Resolution, 해상도)은 광학 로우패스 필터를 제거한 3,640만 화소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채택한 카메라다. A7이 2,43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채택했으니 훨씬 화소가 높은 셈. 광학 로우패스 필터 제거와 화소가 높다는 두 가지 특징이 하나로 합쳐져 인물이나 풍경을 보다 정밀하게 묘사할 수 있다. 때문에 명백히 A7의 상위 모델이다. 가격도 A7R이 70만 원 가까이 더 비싸다.

A7S는 좀 더 특이한 모델이다. 일단 이미지 센서의 화소수는 세 제품 가운데 가장 낮다. 1,220만 화소에 불과하다. 가장 최신 제품인데, 가장 화소수가 낮은 이유는 뭘까. '어두운 곳에서도 쓸만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사진은 이미지 센서가 빛을 받아들여 이를 디지털 신호로 바꿈으로써 생성된다. 이미지 센서에 내장된 화소가 많을 수록 사진의 선예도는 상승하지만, 화소간 거리가 가까워져 서로 간섭함으로써 불필요한 신호(노이즈)가 섞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빛이 충분한 장소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두운 장소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ISO(센서가 빛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나타낸 수치, 보통 '감도'라고 부른다)를 높이면 노이즈가 사진에 자글자글 나타난다. 화소수를 낮춰 화소간 거리를 멀리 떨어뜨려면 노이즈를 상당히 억제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플래그십 DSLR이다. 카메라 회사의 최상급 DSLR은 아래 단계 모델보다 화소수가 낮은 경우가 많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사진에 노이즈가 발생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다(연속 촬영 매수를 증가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번 주제와는 관계 없으니 넘어가자).

A7S도 마찬가지다. 이제 소니의 플래그십 미러리스 카메라다. ISO 409,600을 지원해 빛이 극단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도 쓸만한 품질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게다가 신형 이미지 처리기술 비온즈X를 탑재해 노이즈를 한층 줄였다고 소니 관계자는 자신했다. 이러한 특징은 이름에도 녹아있다. A7S에서 'S'는 Sensitivity(감도)의 약자다. 고감도 상황에서 저노이즈를 실현하겠다는 의미다.

소니 알파 A7S
소니 알파 A7S

또, A7S는 최신 모델답게 동영상 촬영 기능도 강화했다. 풀HD 해상도 60프레임으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것은 전작과 같다. 여기에 AVCHD(.tp), MP4 형식의 영상 촬영만 지원했던 전작과 달리 소니의 고급 방송용 카메라에 사용 중인 XAVC S 형식의 영상도 촬영할 수 있다. 동영상의 품질이 한층 더 뛰어나다는 얘기다. 또, HD 해상도 120프레임 영상(슬로우 모션 영상) 촬영 기능을 추가해 독특한 표현을 할 수 있게 했다. 카메라에서 자체적으로 촬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HDMI 케이블을 통해 전용 외장 디코더에 연결하면 UHD 해상도 24, 30프레임 영상도 촬영할 수 있다(디코더 칩의 단가와 크기 그리고 저장매체로 데이터를 전송할 때 속도의 한계 탓에 제품에 내장하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 외 본체의 기능은 A7, A7R과 동일하다. 출시는 6월말 예정이며, 출고가는 259만 9,900원이다. A7보다 약 80만 원, A7R보다 약 10만 원 더 비싸다.

A7S를 출시함으로써 소니는 저렴한 풀프레임 미러리스 A7, 보다 뛰어난 화질을 내세운 A7R, 고감도 저노이즈와 동영상에 특화된 A7S 등 풀프레임 미러리스 제품군을 완성하게 됐다.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점유율 1위(약 53%, 2014년 1분기 시장조사기관 GFK 기준)인 소니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삼총사를 통해 지금까지 DSLR의 영역이었던 전문가용 카메라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다만 이날 소니 카메라 제품군의 약점으로 꼽힌 렌즈군 부족을 해결할 신형 렌즈 발표는 없었다.

소니 알파 A7S
소니 알파 A7S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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