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과 싸운 10년, 이제 막 첫걸음 뗀 단통법

약 1년 간 국회에서 표류 중이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드디어 통과됐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이하 단통법에 대한 설명 자료를 배포하고, 법률의 주요 내용과 기존 단말기 보조금 규제와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을 알렸다.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기존 보조금 상한 금액이었던 27만 원에 대한 기준을 다시 논의해 가입유형, 지역 등에 관계없이 동일한 단말기에 대해서 동일한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기존에는 보조금을 27만 원 초과 지급할 경우, 다른 가입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므로 이를 위법으로 규정했다. 따라서, 27만 원 이하의 보조금을 지급하면 가입유형, 가입요금제 등에 따라 (실제 사용자가 구매하는 단말기 금액에) 차별이 발생해도 이를 위법으로 보지 않았다. 참고로, 출시한 지 20개월 미만 단말기일 경우에는 고급형이든 보급형이든 가격에 대한 기준 없이 모두 27만 원을 초과할 수 없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단말기별 보조금 공시한다

이 기준이 바뀐다.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는 방통위가 고시한 상한액 범위 내에서 '단말기'별로 보조금 수준을 공시해야 한다. 그리고 대리점과 판매점은 이통사가 공시한 금액의 15% 이내에서 보조금을 이용자에게 지급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보조금 지급 수준도 이용자가 알기 쉽도록 매장에 의무적으로 게시해야 한다. 궁극적인 목표 하나다. 보조금 공시제도 도입을 통해 가격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구매자에게 인지시키고), 사용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다.

이동통신 3사
이동통신 3사

쉽게 풀어 설명하면, 이통사는 단말기별 출고가(A)와 보조금(B)와, 판매가(A-B)를 공시한다. 공시한 내용과 다르게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은 금지한다. 다만, 대리점 또는 판매점이 이통사가 공시한 보조금(B)의 15% 범위 내에서 추가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허용했다. 출고가 100만 원짜리 스마트폰에 대해 보조금을 30만 원으로 책정했다면, 판매가는 70만 원이다. 그리고 대리점과 판매점은 보조금 30만 원의 15%인 4만 5,000원을 추가로 구매자에게 지급할 수 있다. 즉, 최저 판매가는 65만 5,000원인 셈이다.

보조금을 받기 위한 특정요금제 연계, 부가 서비스 가입 등도 제한한다. 이용약관과 별도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건에 특정 요금제나 부가서비스 등을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했던 기존 관행을 깬 것이다. 또한, 방통위는 사용자가 단말기 구매 비용과 통신 요금을 혼동하지 않도록 이통사가 명확하게 고지하라는 내용도 담았다. 약정 시 지원하는 요금할인액을 사용자가 보조금으로 오인했던 기존 사례를 방지한 것. 보다 더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처벌 수준도 강화했다. 단통법은 이통사뿐만 아니라, 대리점, 판매점, 제조사 등의 위법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대리점과 판매점이 보조금 수준을 제대로 게시하지 않거나, 게시한 금액보다 초과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특히, 대형유통점은 일반 유통점보다 강한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보조금 대란
보조금 대란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제공

방통위는 사용자가 단말기 보조금을 받지 않을 경우,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 앞서 언급한 사례를 대입해보자. 만약 이통사가 해당 단말기에 보조금 30만 원으로 책정했을 경우, 사용자가 이를 기기 할인으로 받지 않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요금할인으로 받을 수 있다.

가계통신비 인하가 목표다. 통신비 절감은 방통위가 지난 몇 년간 목표로 하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이통사가 가입비를 폐지하고, 유/무선 결합 할인 상품 등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도록 조치한 것도 가계통신비 인하가 목표였다. 보조금을 요금할인으로 받을 수 있도록 사용자 선택 폭을 넓힌 것도 이 연장선이다. 물론,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사가 어떻게 이 제도를 시행할지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서킷브레이커와 유사한, '긴급중지명령' 시행

'긴급중지명령'도 추가했다. 기존에 논의하던 서킷브레이커의 대안이다. 서킷브레이커는 주식 시장에서 사용하는 제도로, 주가다 급등 또는 급락하는 경우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다. 이통3사는 이 서킷브레이커와 유사한 제도를 5월부터 자율 실시하려고 논의했지만, 방통위가 단통법 시행력에 긴급중지명령을 추가한 것. 두 제도는 유사해 보이지만, 주체가 다르다.

번호이동 서킷브레이커는 이통3사가 주체였다. 즉,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논의했다. 단통법 시행령 발표 이전, 이통3사는 하루 평균 번호이동건수가 이틀 연속 2만 7,000건을 넘거나 하루 3만 건을 넘으면, 다음날부터 5일 동안 하루 2만 7,000건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자는 내용에 합의했다. 하지만, 방통위가 긴급중지명령을 단통법 시행령에 포함함에 따라 논의를 중단했다.

보조금 대란
보조금 대란

긴급중지명령은 방통위가 주체다. 방통위는 과도한 보조금 지급 등으로 이용자 피해 방지가 곤란하거나, 경쟁사업자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이 우려되는 등 몇몇 조항에 따라 이를 시행할 수 있다. 제조사가 이통사와 대리점, 판매점 등에 보조금을 차별 지급할 경우도 해당한다. 두 제도 모두 취지는 같다. 보조금으로 인해 흔들리는 이통 시장을 미리 조치하겠다는 뜻이다.

자료 제출과 보관 의무도 담았다. 제조사가 자급제 단말기의 출고가와 대리점, 판매점에 직접 지급한 장려금 규모 자료를 미래창조과학부장관과 방통위에 각각 제출하고, 관련 자료를 보관하도록 조치했다. 이통사는 단말기 판매량, 출고가, 매출액, 지원금, 이통사가 대리점 또는 판매점에 지급한 장려금 규모 및 재원 등도 제출/보관해야 한다.

단통법, 앞으로가 중요하다

단통법은 올해 10월 1일부터 시행한다. 취지는 명확하다. 지금까지 '보조금'으로 혼탁해진 이통 시장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고 강조한다. 의지도 보인다. 최근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보조금 관련 '대란' 사건도 무시 못한다. 단통법에 대한 긍정적인 목소리도 많이 들린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헛점도 보인다. 단말기 출고가와 보조금, 판매가 등을 공시하지만, 과연 보조금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 모른다. 조금씩 출고가가 내려가는 추세이긴 하지만, 얼마나 가격이 인하할지 예상할 수 없다. 혹자는 '다같이 비싸게 단말기를 구매하게 되는 것 아니냐'라고 의심한다. 이 같은 의심은 이통사가, 그리고 제조사가 노력할 부분이다.

장려금 공개 기준도 다소 애매하다. 방통위는 사업자의 영업비밀 유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처음 단통법을 논의할 당시, 이통사뿐만 아니라 단말기 제조사가 제공하는 장려금도 개별적으로 공시하려 했다. 하지만, 현재는 이통사만 단말기 판매량, 출고가, 매출액, 지원금, 장려금 등을 제출/보관하고, 제조사 장려금은 총 금액만 발표하는 수준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래저래, 아직 개선할 점도 상당히 남은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앞으로 방통위는 단통법에 대해 사업자와 공동으로 이용자 및 대리점, 판매점 등에 대해 제도를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사업자와도 긴밀히 협력 중이다. 보조금 상한제와 공시제.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 글쎄. 개인적으로 단통법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아니, 나쁘지 않다. 이번에는 방통위, 제조사, 이통사, 유통사, 이용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지켜 볼 일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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