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영업하던 KT, 전산망 장애로 '셀프영업정지'?

김영우 pengo@itdonga.com

45일간의 영업정지를 마치고 지난달 27일부터 단독 영업에 들어간 KT가 전산망 장애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사실상의 '셀프영업정지' 상태에 빠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KT는 이달 초의 황금연휴기간을 만나 6일간 9만 391명의 번호이동 고객을 유치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일 평균 1만 5,000명을 경쟁사로부터 빼앗아 오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KT는 '갤럭시S4미니', '옵티머스GK' 등의 일부 단말기 출고가를 절반 이하로 낮춰 사실상 공짜 수준으로 푸는 등 시장 점유율 회복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과도하게 몰린 개통 수요와 겹쳐 전산망에 과부하가 발생, 연휴가 끝날 무렵부터 신규는 물론 번호이동, 기기변경에 이르기까지 기기 개통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한 상태는 사흘 넘게 계속되고 있으며, KT는 '보증보험사 연동 문제로 전산시스템에 과부하가 생겨 개통은 가능하나 일부 처리 속도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 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수도권/비수도권 지역으로 나눠 번갈아 개통 처리 중'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KT셀프영업정지
KT셀프영업정지

다만 9일 현재, 휴대전화 구매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연휴 시작 전인 4월 말에 신청한 단말기도 아직 받지 못했다는 이용자의 하소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부 이용자의 경우, 단말기는 받았지만 개통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이용을 못하고 있다는 사례도 있었다. 또한, 실제로 KT의 휴대전화를 판매하고 있는 상당수 대리점에서는 전산망 장애에 더해 단말기의 물량 부족까지 겹쳐 대부분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KT가 시장 예측 및 자사의 역량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소비자뿐 아니라 대리점에게까지 불편을 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한편, 경쟁사측에선 단독 영업기간 중에 KT가 불법 보조금을 푼 것으로 의심된다며, 이를 얼버무리기 위해 전산망 장애를 핑계로 KT가 고의로 개통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 외에 특정 업체로 일정 수준 이상의 가입자가 몰리면 일시적으로 신규 가입을 제한하는 '서킷브레이크' 제도의 도입이 논의되는 가운데, KT가 가입자 수를 조절하며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음모론도 눈에 띈다.

이에 대해 당연히 KT는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45일의 영업정지 끝에 단독영업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KT 입장에서 지금은 하루, 한시가 너무나 소중한 상태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KT의 단독영업은 오는 18일까지 이어진다. 남은 기간 동안 KT가 얼마나 빠르게 전산망 장애를 해소하고 정상적으로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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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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