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킨들 다음은 셋톱박스... 그리고 스마트폰?

1996년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현재에 이르러 음반, DVD, 가전, 의류 등을 판매하는 복합 쇼핑몰로 발전했다.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출시해 전자책 단말기 시장에 자리매김했고, 지난 2012년 9월 6일(현지시간)에는 태블릿PC '킨들파이어'까지 선보였다. 아마존이 단말기를 직접 선보인다고 했을 당시,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결과를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이미 애플, 구글, 삼성 등 IT 공룡 기업들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아마존은 저렴한 단말기 가격과 자사가 보유한 막대한 양의 콘텐츠로 기존 IT 업체와의 격차를 차츰 줄이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14년 4월 2일(현지시간), 아마존이 미국 뉴욕에서 해외 언론사들을 초청해 미디어 이벤트를 개최했다. 해당 이벤트에서 아마존이 밝힌 내용은 '아마존 파이어TV(이하 파이어TV)' 출시 계획. 파이어TV는 애플TV, 구글 크롬캐스트, 로쿠의 로쿠3(Roku3)와 같은 셋톱박스다.

아마존 파이어TV
아마존 파이어TV

아마존의 셋톱박스, 파이어TV

파이어TV 가격은 99달러로 애플TV, 로쿠3와 같다. 크기는 115x115x17.5mm(가로x세로x높이)이며, 무게는 281g으로 앞서 언급한 제품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조금 더 얇긴 하다). 아마존은 보이는 외형보다 내실을 중시했다. 파이어TV에 탑재한 프로세서는 동작속도 1.7Ghz의 퀄컴 쿼드코어 프로세서로, 아마존 측에 따르면 애플TV, 로쿠3와 비교해 약 3배 정도 성능이 높다. 메모리 용량도 2GB로 로쿠3, 애플TV, 구글 크롬캐스트 등과 비교해 4배 정도 많다.

아마존 파이어TV 세부 사양
아마존 파이어TV 세부 사양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를 바탕으로 아마존이 자체 개발한 '파이어OS'의 최신 버전 '모히토'를 담았다. 안드로이드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개발 환경도 비슷하다는 것이 아마존의 설명. 그만큼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타 제조사보다 많다고 자랑한다. 넷플릭스, 트위치, MLB닷컴, WWE네트워크, 비메오, 유투브 등 미국 내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뿐만 아니라, 아마존 인스턴트 비디오(Prime 포함), 훌루 플러스 등 일부 VOD 서비스의 경우 가격도 비교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좀더 쉽게 정보를 찾고, 좀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서비스 골자다.

아마존 파이어TV 연계 서비스
아마존 파이어TV 연계 서비스

여기에 한가지 더. 아마존은 '아마존 파이어 게임 컨트롤러'라는 게임 전용 컨트롤러를 39.99달러에 별도로 선보였다. 디즈니, 게임로프트, EA, 세가, 유비소프트 등 다양한 게임사와 이미 제휴했으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다른 안드로이드용 게임도 상당수 준비 중이다. 아마존은 NBA2K14와 같은 유명 콘솔 게임도 선보였다(http://www.amazon.com/b?ie=UTF8&node=8929841011). 킨들과 킨들파이어의 가시적인 성공을 바탕으로 셋톱박스 시장까지 진출하겠다 것이 아마존의 계획이다.

아마존 파이어TV 게임 서비스
아마존 파이어TV 게임 서비스

아마존, 셋톱박스에 이어 스마트폰도?

그리고 최근, 해외 IT전문매체 BGR이 "아마존이 셋톱박스 출시에 이어 스마트폰과 전용 요금제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전해 관심을 끌고 있다. BGR은 "아마존 스마트폰은 1,280x720 해상도의 4.7인치 디스플레이와 퀄컴 스냅드래곤 프로세서, 2GB 메모리를 탑재할 것"이라며. "스마트폰 모서리 4곳에 적외선 카메라를 탑재해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하고, 사용자가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3D UI를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마존 스마트폰
아마존 스마트폰

전용 요금제에 대해서도 자세히 전했다. 이 매체는 "아마존은 AT&T와 협력해 전용 데이터 요금제를 준비하고 있다. 기본 요금제와 별도로 특정 앱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이터는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아마존 프라임 인스턴트 동영상과 아마존 클라우드 뮤직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 특정 파트너사와 연계한 요금 할인 및 데이터 제공 등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전했다.

아마존의 스마트폰 시장 진출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이미 아마존은 전자책 단말기 킨들과 태블릿PC 킨들파이어로 '크게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깼다. 아마존이 보유한 막대한 양의 콘텐츠와 제품 판매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지금까지 아마존이 쌓아 온 판매 데이터와 개인별 정보, 클라우드 연계 서비스 등은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가 보유하지 못한 차별점이다. 여기에 3D UI와 전용 요금제, 저렴한 가격 등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카더라' 소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아마존은 쇼핑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유료 케이블 채널 HBO와 프로그램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해 미디어 콘텐츠 경쟁력을 확충하고 있으며, 자체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사의 상품 판매 서비스와 연계하려고 준비 중이다. 한가지 아이템, 한정된 사업 부문에 그치지 않고 다양하게 연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아마존의 행보는 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과거 아마존이 킨들, 킨들파이어 등을 출시할 때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하드웨어 단말기에 치중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단말기 출시와 함께 콘텐츠와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 등) 확보에 주력해 좋은 성과를 올렸다. 이 같은 아마존의 행보는 기존 스마트폰 제조사 및 IT 업체에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혹시 아는가?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 아마존이라는 작은 돌이 큰 파문을 일으킬지. 물론, 아직은 좀더 지켜 볼 일이지만.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