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상에서 제일 선명한 모니터?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강일용 zero@itdonga.com

풀HD보다 4배나 선명한 UHD(3,840x2,160) 디스플레이 시대가 열렸다고 연일 언론에서 떠들어대지만 사용자가 이를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UHD TV나 모니터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최소 300만 원에서 시작하니 부자가 아니고선 구매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 1월 희소식이 들려왔다. 60만 원대 UHD 모니터가 출시된 것이다. 저렴한 가격에 UHD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해서 '반짝' 주목 받았다.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광시야각 IPS, VA 패널 대신 저가형 TN 패널을 사용했다. 화면을 위나 아래에서 쳐다보면 색감이 여지없이 망가졌다. 사용자들은 실망했다.

조금 비싸더라도 남부럽지 않은 화각을 갖춘 모니터가 필요하다. 이러한 사용자들의 바람에 델이 화답했다. 130만 원대 광시야각 UHD 모니터를 출시했다. 델 울트라샤프 UP 2414Q의 얘기다.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현존 최고의 선명함에 주목

UP 2414Q는 크기 24인치(정확히는 23.8인치), 해상도 3,840x2,160, 선명도 185ppi의 광시야각 IPS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UHD 해상도를 24인치 크기에 품다보니 인치당 화소 수(Pixel Per Inch, 대각선 길이 1인치의 사각형 속에 화소가 얼마나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지 알려준다)가 185에 이른다. 300ppi가 넘는 모바일 디스플레이를 쉽게 접할 수 있다보니 고작 '185ppi?'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 사용자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지금까지 등장한 모니터 중에는 가장 높은 수치다. 시중의 일반 모니터는 80~100ppi에 불과하다.

눈에서 15~20cm 떨어진 거리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 태블릿PC와 달리 모니터는 눈과 50cm를 떨어뜨려 놓고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185ppi의 모니터(UP 2414Q) 정도면 고선명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화면을 보는 것과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그렇다면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대체 왜 이 정도로 선명한 제품이 필요한 걸까. 이유는 크게 3가지다. 게임, 동영상, 보다 넓은 작업환경이다.

게임부터 얘기해보자. 크라이텍의 크라이시스3 이후 배틀필드4, 씨프 등 UHD 해상도를 지원하는 게임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게임을 UP 2414Q를 통해 UHD 해상도로 출력할 경우 따로 앤티 앨리어싱(Anti-Aliasing)을 걸어줄 필요가 없다. 화소가 워낙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어 앤티 앨리어싱을 걸은 것과 동일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앤티 앨리어싱은 3D 그래픽 외곽선이 거칠게 나타나는 현상을 방지해주는 기능으로, 투자한 그래픽 프로세스 자원에 비해 큰 효과를 거둘 수 없어 해상도 등 다른 그래픽 옵션부터 적용하고 가장 마지막으로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UP 2414Q를 사용할 경우 앤티 앨리어싱에 투입해야 할 그래픽 프로세스 자원을 다른 옵션에 배당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사양으로도 뛰어난 그래픽을 재현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한 상대적으로 낮은 사양이란 라데온 R9 290, 지포스 GTX 780 등 플래그십 다음가는 하이엔드 그래픽카드다. 오해없길 바란다)

동영상도 빼놓을 수 없다. UHD 지상파, 케이블과 BDXL(UHD 동영상을 재생하기 위한 차세대 블루레이 디스크 규격) 표준이 정해짐에 따라 빠르면 올해 말부터 UHD 동영상 콘텐츠가 시장에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UP 2414Q는 이러한 UHD 동영상 콘텐츠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

전문가를 위한 넓은 작업환경도 UP 2414Q의 장점이다. 포토샵, 베가스, 파이널컷, 마야 등 전문가를 위한 프로그램은 넓은 작업환경을 요구한다. 다양한 프로그램 메뉴에 빠르게 접근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화면만 커서는 곤란하다. 이에 맞춰 해상도 역시 높아야 한다. UP 2414Q는 이러한 전문가들에게 최적의 작업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고급 제품다운 높은 완성도

이제 UP 2414Q의 품질에 대해 논할 차례다. 130만 원이 넘는 제품의 마감이 부실해서는 곤란하다. 다행히 UP 2414Q는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고급 모니터가 갖춰야 할 미덕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제품에 동봉돼 있는 캘리브레이션 보증서다. 공장에서 제품을 출하할 때 디스플레이 전문가가 화면을 일일이 검수했다는 증거다. 디스플레이 관련 지식이 풍부한 사용자라면 보증서에 적혀있는 내용만 살펴봐도 디스플레이의 상태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가짜 보증서를 복사/붙여넣기한 다른 제조사와 달리 진짜 보증서이니 UP 2414Q 구매자라면 진지하게 살펴보는 편이 좋겠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 기능은 생략돼 있다.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전용 스탠드도 주목할 만하다. 알루미늄으로 제작돼 견고한 이 스탠드는 피봇, 틸트, 스위블, 엘리베이션 등 모니터 스탠드에게 필요한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 피봇이란 화면을 세로로 돌릴 수 있는 기능이고, 틸트란 화면 하단을 위로 들어올릴 수 있는 기능이다. UP 2414Q는 화면을 세로로 완전히 돌릴 수 있고, 틸트 기능을 통해 화면을 45도 각도로 들어올릴 수 있다. 스위블이란 스탠드를 바락에 고정시킨 채 화면을 좌우로 돌리는 기능이고, 엘리베이션이란 화면을 위아래로 들어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기능이다. UP 2414Q는 스위블을 통해 화면을 좌우로 120도 회전시킬 수 있고, 엘리베이션을 통해 화면을 20cm 정도 들어올릴 수 있다.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제품 뒷면에는 모니터 암과 연결할 수 있는 VESA 마운트 홀을 갖추고 있다. 스탠드를 분리해야 보이니 주의할 것. 연결단자도 제법 풍부하게 갖추고 있다. HDMI 1.4(1개), DP 1.2a(1개), 미니DP 1.2a(1개), USB 3.0(4개, 업스트림 포트를 통해 PC와 연결해야 사용할 수 있다), SDXC 카드 슬롯(USB와 마찬가지로 PC에 연결해야 사용할 수 있다) 등이다. UHD 해상도를 지원하는 듀얼링크 DVI 단자가 없는 점은 조금 아쉽다. D-SUB 단자는 UHD 해상도를 지원하지 못하는 관계로 퇴출당했다.

델

본체는 검은색 플라스틱과 은색 알루미늄으로 견고하게 구성돼 있다. 어디에 둬도 어울리는 무난한 디자인이다. 메뉴 조작은 기존 울트라샤프 제품군과 동일하다. 오른쪽 하단 터치 버튼을 통해 화면 밝기, 명암, 입력 단자 전환 등을 할 수 있다. 내장 스피커는 없다. 별도 액세서리인 사운드바를 구매하면 화면 하단에 스피커를 부착할 수 있다.

화면에는 눈부심 방지 코팅을 했지만, 글래어 패널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다. 사용자의 모습은 거의 반사되지 않는다.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제대로 사용하려면 준비(?)가 많이 필요해

디스플레이가 풀HD에서 UHD로 넘어가는 과도기이다 보니 UP 2414Q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자.

1. 운영체제

UP 2414Q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운영체제와 응용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이 초고해상도 최적화를 지원해야 한다. 기존 PC환경은 80ppi에 최적화돼 있어, 185ppi인 UP 2414Q와 화소를 1:1로 매칭시키면 글씨, 그림 등이 너무 작아서 보이질 않는다. 원래 크기의 1/4 수준이다. 때문에 여러개의 화소를 하나로 묶어 글씨, 그림 등을 보다 선명하게 보여주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애플은 레티나 디스플레이,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케일링, 구글은 HiDPI라고 부른다.

초고해상도 최적화의 선두주자라는 이미지 때문에 UP 2414Q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애플 OS X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OS X용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맥북프로 레티나 등 애플 제품만을 위한 기술이다. UP 2414Q에 연결하면 1:1 매칭만 보여줄 뿐이다. 때문에 글씨, 그림이 너무 작아 OS X을 품고 있는 제품에선 UP 2414Q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출력 해상도를 풀HD로 낮추면 글씨나 그림 크기는 커지겠지만, 화면이 뿌예진다.

윈도8.1은 UP 2414Q를 제대로 지원한다. 윈도8.1은 화면 해상도에 맞춰 최적의 글씨, 그림 크기를 찾아준다. UP 2414Q를 연결하면 200% 스케일링이 자동 적용된다. 화면에 나타나는 정보량은 풀HD 그대로지만, 글씨와 그림이 한층 선명하게 나타난다. 윈도8의 경우 사용자가 직접 스케일링 비율을 200%로 확대하면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윈도7은 스케일링 비율이 150%가 한계라 글씨, 그림 등이 상당히 작게 느껴진다. 그 이하 버전 윈도에선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예상 외로 크롬OS 역시 UP 2414Q를 제대로 지원한다. 크롬 웹 브라우저 속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처럼 HiDPI 기능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다만 크롬OS를 활용하는 국내 사용자가 얼마 되지 않아서 큰 의미는 없다.

2. 응용 프로그램

일단 인터넷 익스플로러 11이나 크롬 33 등 최신 웹 브라우저는 UP 2414Q를 제대로 지원한다. 글씨나 이미지가 크고 선명하게 보인다. 윈도8에 맞춰 제작된 앱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기존 윈도 응용체제용 응용 프로그램(레거시 앱)이다. 글씨, 그림 등은 크게 보이지만, 선명하지 않고 흐릿하다. 자주 사용하는 응용 프로그램 가운데 상당수가 레거시 앱인 만큼 메뉴 화면의 글씨나 이미지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을 감수해야 할 듯하다.

또한 포토샵CC 등 이미지 편집 앱을 실행하면 스케일링이 강제로 풀리고 화소가 1:1로 매칭된다. 이미지 왜곡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UP 2414Q에서 포토샵CC를 사용하려면 눈이 상당히 좋아야 하겠다.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3. UHD 해상도를 감당할 그래픽 프로세서와 DP 1.2a

웹 서핑 등을 할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게임이나 전문가용 응용 프로그램을 사용하려면 UHD 해상도를 감당할 수 있을만큼의 고사양 그래픽 프로세서가 필요하다. 라데온 R9 290, 지포스 GTX 780 급 이상은 돼야 한다. 또 그래픽 프로세서가 DP 1.2a 출력을 지원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DP 1.2a는 UHD 60hz(60프레임) 출력을 지원한다. UP 2414Q의 제 성능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HDMI 1.4 단자는 UHD 30hz(30프레임) 출력만 지원한다, 때문에 UP 2414Q에 HDMI로 신호를 보내면 화면의 움직임(애니메이션)이 상당히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3D 게임 등을 실행할 때에도 30프레임 이상을 표현할 수 없으니 주의할 것. 반드시 DP로 신호를 보내도록 하자.

라데온 R9 290
라데온 R9 290

첫 문단을 읽은 후 "130만 원이 싸다니 이게 무슨 망언이죠?"라고 생각하는 사용자도 많을 거다. 분명 일반 사용자에겐 부담되는 가격이다. 하지만 300만 원을 호가하던 '제대로된 UHD 모니터'가 130만 원 수준으로 급격히 저렴해진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UHD 환경을 구축하고 싶었지만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인 일부 사용자들은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모든 사용자에게 이 제품을 추천할 수는 없고, UHD 환경에서 재빠르게 업무를 처리하고 싶은 전문가 또는 최고 수준의 게임환경을 구축하고 싶은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 이 제품을 추천한다. 누가 뭐래도 현존 24인치 모니터 가운데 최고의 제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참고로 UP 2414Q는 시중에서 구매할 수 없고 델 홈페이지에서 주문해야 한다.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델 울트라샤프 UP 2414Q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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