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말하는 '애플 맥 프로 2013'

지난 2014년 3월 25일,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출판사 5층 스마트스터디를 찾았다. '큰 일은 작은 일로부터 시작됩니다'라는 모토로 지난 2010년 6월 설립한 이 회사는 2009년 이후 IT 시장에 불어든 모바일 시대의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사다. 교육, 모바일VOD, 만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앱으로 사용하기 쉽게 제작해 선보이고 있으며, 간단한 게임과 사진 편집 및 촬영 앱도 선보였다. 지금은 삼성출판사의 자회사로 삼성출판사가 내놓는 유아/어린이 교육용 책을 모바일 콘텐츠(앱)로 전환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앱은 '보들북'. 보들북은 '보고, 듣는 책'이라는 뜻을 담는다. 인기율동동요를 바탕으로, 유아들도 쉽게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영어 동요를 담았다. 콘텐츠는 앱 내 스토어를 운영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중이다. 최근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가정에서 인기 중이라는 후문. 특히, 영어 동요는 현지 발음과 비교해 다를 바 없다는 소문을 타고 고공 비행 중이다.

이 업체에 얼마 전 IT동아 강일용 기자가 리뷰한 애플 맥 프로 2013(이하 맥 프로, http://it.donga.com/17502/)을 직접 사용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유는 단 하나. 전문가가 말하는 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서다. 맥 프로는 일반 PC가 아니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3D 게임하고 인터넷이나 즐기라는 제품이 아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전문가, 프로페셔널을 위한 전문 장비다. 그들은 맥 프로를 워크스테이션이 아닌 머신이라고도 부른다. 일반인들은 농담으로 이런 말을 한다. '1,300만 원짜리 맥 프로? 그걸 왜 사? 그걸로 디아블로3하면 아이템이 마구 떨어지나?'. 제발 부탁이다. 어디서 그런 말하지 말기를. 설령, 농담일지라도.

맥 프로
맥 프로

스마트스터디, 앱 개발 열풍 속에서 지금까지

스마트스터디에서 만난 사람은 손동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팀장(이하 손 팀장)과 최기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하 최 엔지니어)다. 인터뷰 당시 최기헌 엔지니어는 집 때문에 급하게 부동산으로 나가려는 도중이었지만, 붙잡혔다. 어쩔 수 있나.

IT동아 권명관(이하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지난 3주 동안 맥 프로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궁금하다. 이 얘기는 잠시 후에 자세히 듣기로 하고, 상투적이지만 스마트스터디라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간단하게 설명을 부탁한다.

스마트스터디 인터뷰
스마트스터디 인터뷰

손 팀장 : 스마트스터디는 2010년 6월 설립했다. 당시 인원은 3명. 지금은 약 50명 정도가 재직 중이다. 3명의 목표는 단순했다. 모두가 즐겨 사용할 수 있는 앱을 만들자는 것. 다만, 방식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대다수의 회사가 채용한 업무, 개발 작업을 바꾸고 싶었다. 음… 기존 회사는 데스크탑PC를 주로 사용한다. 사무실로 출근하고, 지정된 자리에 앉아 퇴근 시간에 일을 마치고 귀가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카페에서도 쉽게 일할 수 있는 그런 구조를 원했다. 글쎄. 실리콘밸리에 많은 벤처 기업을 꿈꿨던 것 같다(웃음).

그래서 그런지 전 직원 모두 애플 제품을 많이 사용한다. 당시 전세계 모바일 시장은 스마트폰의 성장이 폭발적이었고, 아이폰이 가져온 시류를 무시할 수 없었다. 지금 국내 모바일 시장은 안드로이드가 대부분 차지하고 있지만…. 아무튼 아이폰, 아이패드 출시에 맞춰서 개발을 시작했다. 제품 디자인, 신뢰도 등에 만족했다. 제품은 단순히 기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iOS, 맥OS 같은 운영체제도 포함한다.

스마트스터디 인터뷰
스마트스터디 인터뷰

최 엔지니어 : 현재 전 직원 50명 중 대부분이 애플 기반 기기를 업무용으로 사용 중이다. 맥, 맥 디스플레이, 맥북 에어, 맥북 프로 등. 3명 정도만 윈도 PC를 사용 중이다. 기획, 데이터 분석 등을 담당하는 분들이다. 해당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엑셀을 주로 사용하는데, 아무래도 엑셀은 윈도에서 사용해야 한다. 복잡한 함수나 수식 명령어 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윈도와 엑셀 조합이 필수다. 맥용 엑셀이 있긴 하지만… 좀 부족하다(웃음).

대화 도중 손 팀장은 창고 문을 열었다. 그 동안 회사에서 구매한 애플 장비의 일부분을 모아놓은 곳이라며. 창고 안에는 맥북과 맥 디스플레이 빈 박스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손 팀장은 "이건 그저 일부일 뿐"이라며 웃었다. 기자는 다른 것을 보고 웃었다. 빈 박스를 올려 놓은 수납장 문에는 '보관하기 까다로운 녀석들', '박스 줍는 매생이'라고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스마트스터디 인터뷰
스마트스터디 인터뷰

IT동아: 어떤 콘텐츠, 어떤 앱을 주로 개발하는지 궁금하다. 속된 말로, 회사 출근해서 무슨 일을 하기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지(웃음).

손 팀장 : 처음 선보인 것은 교육용 앱 '진짜 어린이집 영단어'였다. 기초적인 영어 단어, 알파벳 등을 노래와 율동으로 소개하는 동영상 앱이다. 단순히 동영상을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플래시카드 등을 이용해 부모와 아이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이건 영 반응이 없었다(웃음). 그렇게 조금씩 시작했다.

이후 여러 앱을 개발했다.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앱은 '보들북'이다. 2011년 상반기에 출시했고, 하반기부터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고 자부한다. 보들북은 원래 삼성출판사가 내놓은 실제 책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실제 책에 있는 내용을 플래시로 바꾸고 동영상을 담아 내놨다. 지금도 인기가 많다. 이처럼 유아들을 위한 동요와 영어 교육 관련 콘텐츠를 담은 많은 앱을 개발하고, 선보였다.

스마트스터디
스마트스터디

그들이 말하는 맥 프로 2013

IT동아: 이번에 사용해본 맥 프로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다. 약 3주 동안 사용하신 걸로 기억한다.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궁금하다.

최 엔지니어 : 맞다. 3주다. 이번에 애플이 출시한 신형 맥 프로를 사용해 볼 수 있다고 해서 바로 요청했다. 지금 사용 중인 2011년형 맥 프로와 비교해 얼마나 성능이 늘었는지 궁금했다. 설치 방법이나 이런 것은 뭐…. 불편할 것이 있나 싶다(그는 옆의 손 팀장을 바라봤고, 손 팀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원 연결하고 같은 모양 구멍(포트)에 케이블만 연결하면 끝이다.

스마트스터디 인터뷰
스마트스터디 인터뷰

손 팀장 : 이번에 삼성출판사가 드림큐브를 새로 내놓았다. 크기가 작은 미니 빔프로젝트인데, 이 안에 교육용 콘텐츠를 담아 판매한다. 빔프로젝트다 보니 대부분 동영상을 담는다(얼마 전, SK텔레콤이 내놓았던 스마트빔과 비슷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세번째다. 1세대, 2세대 드림큐브도 꽤 좋은 성과를 거둬 이번에 3세대 제품을 제작하게 됐다.

드림큐브에 담는 동영상 콘텐츠는 약 400개 정도다. 동요, 동화, 뮤지컬 명작 동화, 교육용 콘텐츠 등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동영상을 그대로 담을 수 없다. 드림큐브에 맞게 동영상을 바꿔줘야 한다. 이를 트랜스코딩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인코딩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려면 파일을 변환해 넣어야 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 과정을 동영상 1편당 평균 8~10번 정도는 진행한다. 여러 기기에 맞게 변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폰, 아이패드, IPTV, 다양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태블릿PC용 등 각 기기에 맞도록 동영상을 최적화시켜야 한다. 해상도, 화질 등을 조절하며 몇 번을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맥 프로를 사용했다.

최 엔지니어 : 사실 해당 업무는 내가 담당 중이다. 이전에는 이 작업을 2011년형 맥 프로 1대로 진행했다. 그런데, 이건… 너무 오래 걸렸다. 플래시 콘텐츠를 어도비 플래시로 동영상으로 변환하면, 원본 파일 크기는 약 80~90GB 정도다. 이걸 8~10번 정도 인코딩한다. 그리고 400개다. 최대 4,000번의 인코딩 과정을 거쳐야 한다.

스마트스터디 인터뷰
스마트스터디 인터뷰

인코딩은 프로세서의 성능(동작속도)도 중요하지만, 코어 개수도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신형 맥 프로가 온다는 소식은 나에게 구세주를 만나는 기분이었다. 이전에 사용하던 2011년형 맥 프로는 총 3대였는데, 1대는 2코어, 2대는 4코어였다. 이번에 오는 맥 프로는 12코어다. 장치관리자로 확인한 쓰레드는 24개. 이건 정말…(그는 미소를 지었다).

IT동아: 음… 인코딩 4,000번. 본인도 간혹 아이패드에 동영상을 변환해 넣는다.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다음팟 인코더. 약 1GB 크기의 동영상을 아이패드 에어에 넣기 위해 인코딩하려면 1시간 정도가 걸렸던 기억이 있다. 아, 참고로 인텔 코어 i7 980X 익스트림 에디션을 탑재한 PC를 사용 중인데도 말이다.

최 엔지니어 :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기존 2011년형 맥 프로로 1시간 걸리던 작업을 맥 프로는 40분만에 끝냈다. 약 33% 정도 향상됐다. 지난 3주간 체감상 느낀 성능 차이도 비슷했다. 그런데…, 기대보다는 좀 부족했다. 워낙 기대를 많기 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뭔가 이상했다. 그래서 인코딩 작업 중 메모리 사용을 확인하니 이상하게 맥 프로가 놀고 있더라. 이전에는 24시간 돌려도 부족해서 며칠을 계속 인코딩 작업만 했는데 말이다.

스마트스터디 인터뷰
스마트스터디 인터뷰

문제는 네트워크 병목 현상 때문이었다. 현재 우리 회사는 사내에서 기가비트 유선 랜을 사용 중이다. 콘텐츠는 내부 나스(네트워크로 연결한 저장장치)에 저장한다. 즉, 네트워크에 저장한 콘텐츠를 나스로 실시간 인코딩 변환하는 과정에 맥 프로를 사용했다. 그런데, 이 네트워크 대역폭이 맥 프로 성능을 따라오지 못한 것이다. 때문에 맥 프로가 놀고 있었던 것. 작업을 하고 싶어도 대역폭이 버티질 못해 잠시 멈추고, 다시 작업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우리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아니, 사실 상상조차 못했다. 네트워크 대역폭이 부족하다니. 음.. 내부 네크워크를 썬더볼트로 바꾸면 맥 프로 성능을 100%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맥 프로 전체의 성능을 테스트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인코딩은 프로세서 성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동영상 작업 등을 좀더 해봤으면 AMD 파이어프로 D700 X2, 32GB DDR3 ECC, 미니 PCI 익스프레스 규격 512GB 등의 성능도 알아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IT동아: 약 33% 성능 향상이라…. 그래서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손 팀장 : 좋다. 자그마치 33% 향상이다. 네트워크 문제를 겪어도 말이다. (그래도 갸우뚱하는 기자를 보며) 조악하지만, 이런 비유는 어떨까. 시속 200km로 달리던 자동차가 30% 빨라져 260km로 빨라진 셈이다. 이전에도 맥 프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인정받은 원크스테이션이다. 그걸 더 향상시켰다. 이건 인정해야 한다.

맥 프로
맥 프로

IT동아: 다른 부분에 대해서 느낀 점은 없는지. 예를 들어, 소음이나 발열 등.

최 엔지니어 : 인코딩 작업은 약 2주일 동안 24시간 내내 작업했다. 그냥 인코딩을 걸어 놓고 계속 맥 프로로 돌렸다. 그렇게 사용했지만, 조용했다. 그런데, 이전 2011년형 맥 프로도 조용했다. 도서관처럼 아주 조용한 곳에서 사용하지 않았기에… 대부분 사무실도 조용하긴 하지만, 약간의 소음 정도는 있지 않은가. 바꿔 말하면, 일반적인 사무 환경에서 사용하기에 조용했다.

크기도 작다. 기존 맥 프로는 일반 워크스테이션처럼 크고 투박했다. 아니, 워크스테이션 대부분은 크고 투박하다. 마치 정형화된 디자인처럼 네모 반듯하고, 딱딱하다. 그만큼 무겁고.

전문가를 위한 머신, 맥 프로

손 팀장과 최 엔지니어는 만족한다는 반응이다. 처음 잔뜩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그들은 은연 중 '디자인'을 말했다. 단순히 동그란 원통형의 디자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제품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제조하고, 개발하는 전체 과정에 대한 디자인이다. 공교롭게도 애플이 자사의 제품을 출시하며 항상 강조하는 것도 디자인이다. 우리가 말하는 디자인과 그들이 말하는 디자인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존재한다.

애플은 맥 프로를 출시하며, 휴대용 워크스테이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맥 프로의 무게는 5kg이 넘는다. 분명 '휴대용?'이라고 반문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건 지극히 일반인의 입장에서 생각한 기준이다. 사실 일반인은 워크스테이션을 들고 다닐 일이 없다. 4K 카메라로 동영상을 촬영하고 그 날 촬영한 동영상을 저녁에 편집하고 자막 넣고… 그럴 일을 일반인이 평소에 왜 하겠는가. 그건 그런 계통에서 일하는 일부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5kg은 휴대할 수 있는 워크스테이션 범주에 속한다.

다음 인터뷰는 얼마 전, KBS에서 방영한 '21세기 교육혁명 - 미래교실을 찾아서 1편: 거꾸로교실의 마법'을 약 1년 동안 발로 뛰며 촬영한 KBS 기획제작국 정찬필 PD의 말을 전한다. 현장에서 직접 맥 프로를 다루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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