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45일, 이동통신사 웃고 소비자·대리점·제조사 울고

강일용 zero@itdonga.com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올해 초 단말기 보조금을 규정 이상으로 과도하게 지급한 이동통신 3사에게 영업정지 45일이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독과점 시장인 이동통신 시장에선 영업정지 처분은 아무런 실효를 거둘 수 없고, 오히려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이 개선되고 소비자의 불편만 가중될 것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미래부는 7일 불법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의 금지행위 중지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게 45일간의 사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사업정지 기간은 오는 3월 13일부터 5월 19일까지다. 이동통신 3사가 동시에 영업정지를 하는 것은 아니며, 순차적으로 영업정지에 들어간다. 구체적으론 SK텔레콤 4월 5일 ~ 5월 19일, KT 3월 13일 ~ 4월 26일, LG유플러스 4월 13일 ~ 4월 4일 다시 4월 27일 ~ 5월 18일까지 영업이 정지된다. 영업정지기간에도 하나의 이동통신사는 영업을 지속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최대한 줄일 계획이라고 미래부는 밝혔다.

이동통신사 영업정지기간
이동통신사 영업정지기간

사업정지 범위는 신규 가입자 모집(가입 신청서 접수 또는 예약모집 행위, 가개통 또는 기존 이용자의 해지신청을 신규가입자에 대한 명의변경 방법으로 전환하는 행위, 제3자를 통한 일체의 신규가입자 모집행위, 기타 편법을 이용한 신규 판매행위 등)과 기기변경이다. 다만 기기변경의 경우 보조금 지급과 관련이 없는 M2M 사물통신, 파손 또는 분실된 단말기의 교체, 24개월 이상 사용한 단말기 교체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또한 사업정지 기간 중 계열 알뜰폰 사업자(SK텔링크 등)를 통한 우회 가입자 모집과 자사 가입자 모집을 위한 부당지원 등도 함께 금지된다.

이처럼 최장기간 영업정지라는 강력한 처분이 내려졌음에도 이동통신 3사는 담담한 분위기다. 이동통신 3사는 즉시 성명을 내고 미래부의 처분에 별다른 이의없이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업정지란 처분만으론 이동통신 3사는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정부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더라도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수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3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 특정 회사만 콕 찝어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면 반발이 거셌겠지만 3사가 동일한 처분을 받았기에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일부 소비자가 알뜰폰으로 빠져나갈 수는 있겠으나, 그 수는 얼마되지 않을 것이란 게 이동통신 3사의 판단이다.

오히려 이동통신 3사의 실적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이동통신 3사의 마케팅 예산 대부분은 보조금 지급으로 소모되고 있는데, 영업이 정지됨으로써 보조금 지급이 동결되고 그만큼 영업이익이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초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자 3사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하는 아이러니한 사태가 발생했다.

이동통신 3사 로고
이동통신 3사 로고

반면 소비자와 이동통신 관련 종사자(대리점, 단말기 유통망)는 미래부의 이번 영업정지 처분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는 원하는 때 원하는 이동통신사에 가입할 수 있는 선택권을 박탈당하게 됐고, 이동통신 관련 종사자는 영업정지 기간만큼 단말기 판매량이 줄어들어 생계를 위협받게 됐다. 실제로 지난 4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미래부가 이동통신 3사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 단말기 유통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을 몰살당할 수밖에 없다"며, "불법 보조금의 주범은 이동통신 3사인데 피해는 말단 소상인과 소비자가 입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별다른 내색은 하고 있지 않지만 스마트폰 제조사도 이번 영업정지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3~4월은 상반기를 책임질 전략 스마트폰이 출시되는 시기인데, 이때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 정지되면 그만큼 판매량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삼성전자에겐 큰 타격이 아니겠지만, 지난 2월 전략 스마트폰 G프로2를 출시한 LG전자와 지속되는 적자로 인해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팬택에겐 치명적인 문제다.

영업정지 때문에 이동통신 3사는 이익이 증가하고 소비자, 대리점, 제조사는 피해를 입게 됐다. 이것이 미래부가 이통통신 3사에게 내린 행정처분(벌)의 현실이다. 누구에게 벌을 내린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미래부는 정말 모르는 걸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이동통신 3사가 벌을 받는 것이 아니다. OECD 가입국 가운데 손꼽힐 정도로 비싼 이동통신 요금이 내려가는 것에 있다. 영업정지처럼 아무런 효과가 없는 행정처분 대신 보조금 대란이 왜 발생했는지 분석하고, 이동통신 요금과 단말기 출고가를 낮출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하길 원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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