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청음을 위해, 헤드폰 구매 지침서

이상우 lswoo@itdonga.com

자동차 튜닝, 레고 수집, 카메라… 정말 돈 많이 드는 취미다. 이런 취미에 한 번 빠져들면 정말 헤어나오기 어렵다. '음악 감상' 역시 이런 취미 가운데 하나다. 장비의 가격도 비싸고, 제품에 대한 평가도 사람마다 달라 어떤 제품을 구매할지 쉽게 결정할 수 없다. 관련 용어도 생소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음악을 감상하려고 헤드폰 구매를 계획 중인 사용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관련 용어를 정리했다.

형태는 어떤 것을?

디자인에 따른 분류

헤드폰은 제품 하우징 디자인에 따라 밀폐형과 개방형으로 나눠진다. 형태는 이름 그대로다. 밀폐형은 하우징이 막혀있고 개방형은 열려있다. 최근에는 세미오픈(클로즈)이라고 부르는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밀폐형 헤드폰은 야외에서 쓰기 적절하다. 하우징이 막혀있어서 외부 소리를 대부분 차단해준다. 다만 하우징과 귀 사이에 공간이 생기며, 이 공간에서 소리가 울리면서 음질이 왜곡된다. 또한 공기 저항으로 저음이 손실되는 경우도 있으며, 소리 때문에 하우징 자체가 떨리면서 음질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때문에 제조사는 하우징 소재나 내부 디자인을 개선해 이런 현상을 줄이고 있다.

밀폐형은 하우징 소재에 따라 음색이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 재미있다. 많은 사람이 목재는 따뜻한 느낌을, 금속은 차가운 느낌을, 플라스틱은 그 중간의 느낌을 낸다고 평가한다.

오디오테크니카 ATH-ESW9
오디오테크니카 ATH-ESW9

개방형 헤드폰은 실내에서 사용하는데 적합하다. 반면 야외에 적합한 제품은 아니다. 하우징이 개방돼 있어 외부 소음이 그대로 들어오기 때문. 하지만 음질은 밀폐형보다 뛰어나다. 앞에서 설명한 내부 울림 현상이 적고, 공기의 흐름이 좋아 깊고 풍부한 소리를 낸다고 평가 받는다. 외부의 소리가 들어온다는 갓은 반대로 자신이 듣고 있는 소리가 밖으로 나간다는 의미다. 독특한 취향(?)의 음악을 감상하는 사용자에겐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개방형과 폐쇄형을 적절히 결합한 세미 오픈형도 있다. 외형은 밀폐형에 가깝지만, 하우징에 공기구멍이 있어 일반 밀폐형보다 공기 흐름이 좋다. 또한, 개방형의 단점인 외부 소음 유입도 상대적으로 적다. 좋게 말하면 양자의 장점을 섞은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어정쩡하다.

크기에 따른 분류

헤드폰의 크기는 어라운드 이어(오버 이어)와 온 이어로 나눌 수 있다. 구분 기준은 음을 내는 진동판의 크기의 차이다. 진동판이 사람 귀보다 크면 어라운드 이어, 작으면 온 이어로 부른다. 진동판이 크면 음질이 좋아진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조금 다르다. 음질은 재질, 설계 기술 등 진동판의 품질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어라운드 이어 헤드폰은 진동판의 크기가 큰 만큼 제품의 전체적인 크기도 크다. 때문에 형태도 쿠션이 귀 전체를 덮는 제품이 많다. (밀폐형 헤드폰이라면) 큰 이어 쿠션은 외부 소리를 대부분 차단하기 때문에 음악에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무겁고 휴대가 불편하다. 이런 특징 때문에 실내에서 자주 사용된다.

젠하이저 모멘텀
젠하이저 모멘텀

반면 온 이어 헤드폰은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 덕분에 휴대가 간편하고, 야외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특징 때문일까. 온 이어 헤드폰은 접어서 휴대할 수 있는 제품이 많다.

소울 헤드셋
소울 헤드셋

착용 방식에 따른 분류(이어폰)

이어폰은 착용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오픈형(이어버드)과 커널형(인이어) 이어폰으로 구분할 수 있다. 두 형태의 가장 큰 차이는 귀에 삽입하는 이어팁의 유무다. 오픈형 이어폰은 외이도(귀 입구)에 걸치는 형태로 착용한다. 커널형과 비교해 더 큰 드라이버를 장착할 수 있으며, 소리가 나오는 통로도 상대적으로 넓다. 우리나라에선 이어폰이라고 하면 보통 오픈형을 떠올린다. 다만 차음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며 귓구멍의 크기에 따라 이어폰이 귀에서 흘러내리는 경우도 있다.

이어버드형과 인이어형의 크기 차이
이어버드형과 인이어형의 크기 차이

이와 달리 커널형은 이어팁을 통해 귀 안에 완전히 삽입하는 형태다. 이어팁은 실리콘이나 폼(스펀지) 등의 소재로 제작된다. 말랑말랑한 소재라 귀에 삽입하면 귀 전체를 꽉 막는다. 때문에 차음성이 뛰어나다. 실리콘 이어팁은 2중, 3중으로 된 것도 있는데, 많이 중첩될수록 차음성(소리를 차단하는 정도)이 높으며 귀에 깊숙이 들어가 소리를 더 잘 전달한다. 다만 이런 이어팁을 적용한 제품은 가격이 비싼 것이 많다. 또, 귀에 꽉 차는 느낌 때문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커널형 이어폰
커널형 이어폰

스펙은 어떤 것을?

드라이버

이어폰이나 헤드폰은 드라이버(진동을 만드는 장치)의 종류와 재질에 따라 음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드라이버는 구동 형태에 따라 다이나믹과 BA(Balanced Armature)로 나뉜다. 다이나믹은 얇은 필름막을, BA는 금속형태 진동판을 떨리게 만든다. 여기서 발생한 진동이 공기를 통해 귀로 전달되는데, 우리는 이를 소리로 인식한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다이내믹 드라이버

일반적으로 BA 드라이버를 적용한 제품은 가격이 비싸다. 필름막보다 더 정교한 소리를 낼 수 있으며, 외부 소음에도 강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를 모두 탑재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제품도 있다. 소니가 지난해 출시한 이어폰이 대표적이다. 해당 제품은 BA 드라이버로 고음과 중음을 내고, 다이나믹 드라이버로 저음을 낸다.

임피던스(저항)

임피던스는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정도로, 옴(Ω)이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전류는 잘 흐르지 못하며, 헤드폰이 낼 수 있는 소리의 최대치도 줄어든다. 언뜻 단점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이 특징 때문에 자잘한 잡음이 사라지기도 한다. 휴대용 헤드폰은 50Ω 이하인 것이 많은데, 이 정도면 충분히 큰 소리로 들을 수 있다. 반면 전문가용 헤드폰은 저항 값이 아주 높아 별도의 앰프(소리를 증폭시켜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임피던스와 함께 출력 음압 레벨도 고려해야 한다. 사실 소리의 크기는 임피던스보다 출력 음압 레벨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폰이나 PC 등 일반적인 장치로 음악을 감상한다면, 50Ω 이하의 임피던스에 100dB/mW 정도의 음압 레벨을 갖춘 헤드폰이 적당하다. 만약 더 큰 소리가 필요하다면 임피던스가 낮거나 음압 레벨이 높은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출력주파수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은 20Hz~20,000Hz 정도로, 이보다 낮은 저음역이나 높은 고음역의 소리는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없다(가끔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이런 특징은 MP3 파일에 적용돼 있다. MP3 파일은 용량을 줄이기 위해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음역대의 소리를 제거한다.

그런데 고급형 헤드폰을 보면 최소 5Hz부터 최대 80,000Hz까지 지원하는 제품도 있다. 인간이 듣지 못하는 소리까지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대로 듣지 못하더라도 약간의 음질 차이를 느끼는 민감한 사용자가 소수 존재한다. MP3 파일과 FLAC 파일(저음역과 고음역을 고스란히 담은 무손실 압축 음원)을 번갈아 들어보면 아주 높은 음이나 아주 낮은 음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물론 이를 플라세보(위약) 효과라고 부인하는 사용자도 많다.

헤드폰? 이어폰?

헤드폰과 이어폰 가운데 맞는 표현은 뭘까. 원래는 둘을 합쳐 헤드폰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형태의 차이 때문에 헤드폰과 이어폰을 나눠서 부르기 시작했고, 현재는 밴드로 머리에 고정하는 형태를 헤드폰, 귀의 마찰력만으로 고정하는 형태를 이어폰이라고 부르고 있다. 헤드폰에 마이크까지 추가된 경우 헤드셋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떤 헤드폰을 골라야 하나?

사실 헤드폰은 디자인, 재질, 진동판 소재, 케이블의 종류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때문에 수치나 형태만 봐서는 어떤 소리를 내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이 소리의 차이는 해당 제품의 '개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여기에 자신이 선호하는 음악이 제품의 개성과 잘 어울리는지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힙합과 일렉트로닉 장르를 즐기는 필자는 중저음을 실제 진동으로 바꿔주는 헤드폰 '스컬캔디 크러셔'를 사용한다. 이런 제품은 클래식이나 보컬 위주의 음악을 듣는데 적합하지 않다.

스컬캔디크러셔
스컬캔디크러셔

결국 정답은 없다. 직접 들어보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가격까지 맞으면 최고)을 고르면 된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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