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폰, 유난히 색깔에 집착하는 이유?

나진희 najin@itdonga.com

애플 아이폰5c를 제외하고 이렇게 많은 색상을 갖춘 스마트폰도 드물 거다. 삼성전자가 자사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4 LTE-A 모델의 색상을 추가한다고 5일 밝혔다. 이번에 추가하는 색상은 로즈골드 화이트, 로즈골드 블랙, 딥블랙 3종이다. 이로써 갤럭시S4 LTE-A의 색상은 화이트 프로스트, 블랙미스트, 블루아크틱, 레드오로라, 핑크 트와일라잇 등 8종이 됐다. 5가지 색상인 아이폰5c보다도 많다. '컬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을 뿐이지 이쯤이면 '컬러 마케팅'이라 생각할 만하다.

갤럭시S4 LTE-A는 무려 8가지 색상

갤럭시S4 로즈골드
갤럭시S4 로즈골드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 갤럭시노트 시리즈 등 전략 스마트폰의 경우 다양한 색상을 채용해왔다. 사실 갤럭시S2까지만 해도 기본 블랙, 화이트에 나중에 핑크를 추가하는 일반적인 행태를 보였다. 달라진 것은 갤럭시노트부터다.

대화면 스마트폰의 시작인 갤럭시노트를 야심 차게 내놓으면서 삼성전자는 크기만 키울 게 아니라 색상 명칭도 길게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나 보다. 블랙, 화이트, 핑크가 아니라 카본블루, 세라믹화이트, 베리핑크로 이름이 어렵게 바뀌었다. '블랙'이라는 두 글자가 색상의 오묘한 느낌을 모두 나타내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참고로 카본블루는 빛에 비췄을 때 약간 푸른 빛이 도는 검은색 계열의 색상이다. 실패 가능성이 적은 도전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갤럭시노트 카본블루에 대한 반응이 생각보다 좋자 삼성전자는 조금 더 과감한 시도를 한다. 그 후 나온 갤럭시S3는 기본 색상에서 아예 블랙 대신에 페블블루라는 파란색을 넣은 것. 갤럭시노트의 카본블루가 사실 검은색이나 별반 다름이 없던 것과 달리 한눈에 봐도 이는 파란색이었다. 물속의 조약돌(Pebble)을 형상화했다는 갤럭시S3는 블랙이 없음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블랙 색상이 없다는 것에서부터 신선한 시도였고, 푸른 타원형의 삼성전자 로고와도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후 삼성전자는 탄력을 입어 갤럭시S3 색상을 페블블루, 마블화이트, 마샨핑크, 사파이어블랙, 가넷레드 5종으로 늘렸다. 갤럭시S3 후 나온 고급 스마트폰들의 색상은 다음과 같다.

갤럭시노트2: 티타늄그레이, 마블화이트, 마샨핑크, 엠버브라운, 루비와인
갤럭시S4: 화이트프로스트, 블랙미스트
갤럭시S4 LTE-A: 화이트프로스트, 블랙미스트, 핑크트와일라잇, 블루아크틱, 레드오로라, 로즈골드화이트, 로즈골드블랙, 딥블랙
갤럭시노트3: 클래식화이트, 제트블랙, 블러쉬핑크, 멜롯레드, 로즈골드화이트, 로즈골드블랙

자꾸 색상을 늘리는 이유?

기본 블랙, 화이트 외에 다른 색상을 순차적으로 추가하는 이유가 뭘까? 크게 보아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색상으로 상징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삼성전자가 SK텔레콤과 손잡고 내놓은 갤럭시S3 LTE 가넷레드나 갤럭시노트3 멜롯레드 색상이 그 예다. 이 모델들은 SK텔레콤을 통해서만 출시되었다. SK텔레콤도, SK텔레콤 이용자도 붉은색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KT, LG유플러스 등과는 다르다'는 특별 대우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의 시장 주도자적 이미지를 휴대폰 색상으로 나타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

이번 소치 동계 올림픽 기간에 맞춰 내놓은 로즈골드 색상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금메달을 염원한다는 의미에서 갤럭시S4 LTE- A와 갤럭시노트3에 붉은 빛깔의 금색인 로즈골드를 입혀 선보였다. 올림픽이라는 시기적 특수성이 더해져 특별한 느낌을 내므로 다양한 이벤트와 묶어 마케팅하기도 좋다.

갤럭시 시리즈
갤럭시 시리즈

둘째, 뒤늦게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함이다. 보통 다양한 색상의 모델이 처음 제품을 출시한 후 두세 달이 지난 시점에 나오는 것과 관련있다. 이때쯤이면 이미 초기에 관심이 많던 소비자는 어느 정도 다 산 상태다. 다시 말해 살 만한 사람들은 다 사서 추가적인 수요 창출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

같은 제품이지만 색상만 다르게 바꿔 내놓으면 새로운 느낌으로 또 다른 소비자층을 공략할 수 있다. 거기다 색상을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제품에 입히는 도료의 색상만 바꾸면 된다. 색상만 바꾸는데도 마치 새 제품을 내놓는 듯한 효과도 낼 수 있다.

블랙과 화이트는 다른 색상에 비해 취향을 타지 않는 편이라 남녀노소 모두에게 별 거리낌 없이 다가갈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 기업이 제품의 기본 색상으로 블랙과 화이트를 택하는 것. 블랙, 화이트 다음의 인기 IT 제품 색상은 단연 핑크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는 상대적으로 최신 IT 기기에 관심이 적은 여성 소비자를 공략하고자 블랙, 화이트에 이어 핑크 색상의 스마트폰을 내놓는 것이 관례처럼 됐다. 그 후에 레드, 블루 등 보편적으로 인기있는 색상을 내고 로즈골드 등 조금 특이한 색상을 출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단계적으로 덜 인기 있을 법한 색상을 출시하는 것이다.

셋째, 자사 제품의 인기가 무척 높다는 인상도 줄 수 있다. 어떤 제조사도 재고를 창고에 쌓아두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괜히 다른 색상으로 제품을 찍어냈다가 안 팔리면 곤란하다. 그만큼의 수요를 보장한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색상으로 제품을 낼 수 있다.

갤럭시팝 등 톡톡 튀는 색상을 무기로 내세운 제품을 제외하고는 삼성전자가 주로 인기가 많은 전략 스마트폰의 색상을 다양화한다는 것도 그 근거다. 수요가 가장 많아 어느 정도의 판매량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시 후 LTE-A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뭇매를 맞은 갤럭시S4 LTE 버전은 블랙미스트, 화이트프로스트 2종만 낸 반면, LTE-A 버전은 8종까지 출시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앞으로도 삼성전자는 다양한 색상과 독특한 소재감으로 자사 제품의 독자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강가 조약돌이 햇빛에 따라 다른 색으로 반짝이는 푸른색'을 표현했다는 갤럭시S3의 페블블루. 오는 24일 공개할 갤럭시S5는 어떤 색상을 대표색으로 삼았을지 궁금하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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