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갤노트3,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전부 넣어봤어"

나진희 najin@itdonga.com

애플과 삼성전자의 제품을 빗댄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애플 제품의 기능은 '네가 좋든 싫든 넌 이걸 좋아하게 될 거야'의 느낌이고, 삼성전자 제품의 기능은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전부 넣어봤어'라는 느낌을 준다고.

지난 2주간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를 써보며 이 표현에 깊이 공감했다. 뭐 이리 기능이 많은 건지. 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우물 같아서 모든 기능을 100% 파악하기란 불가능할 것 같았다.

거기다 대부분 기능이 꽤 공을 들인 느낌이다. 기능이 많으면 어설플 거란 생각을 깨준다. 이는 최근 삼성전자가 사용자 경험(UX)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을 보여준다.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3가 출시된 지 3개월 정도가 흘렀기에 지금 와서 사양 측면에 초점을 맞추기엔 늦은 감이 있다. '뒷면 플라스틱 커버의 재질이 가죽 같아 신기하다', '전작보다 디스플레이 크기는 커졌으나 더 얇고 가벼워졌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구동 속도가 빠르다' 등. 갤럭시노트3의 대표적인 특징은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갤럭시노트3의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에어커맨드'부터 '스마트일시정지'까지 다양한 기능을 소개한다.

에어커맨드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3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3의 대표적인 기능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 '에어커맨드'다. 에어커맨드는 '액션 메모', '스크랩북', '캡처 후 쓰기', 'S파인더', '펜 윈도우' 기능을 포함하는 도구 모음이다. 갤럭시노트3의 S펜을 단말기에서 빼면 원 형태의 에어커맨드를 불러올 수 있다.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3

'액션 메모'는 사용자가 글씨를 쓰면 이를 인식해 전화 하기, 연락처 저장, 메시지 전송, 이메일 전송, 인터넷 검색, 일정 등록 등으로 바로 연결해주는 기능이다. 직접 액션 메모를 실행해 '우리집', '아빠', '010-1234-5678' 등을 S펜으로 적은 후 전화 기능을 연결했더니 바로 해당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대충 써도 정확히 연결할 정도로 인식률이 꽤 높은 편.

'스크랩북'은 이미지, 글, 동영상 등을 갈무리해 갤럭시노트3의 스크랩북 메뉴에 모을 수 있는 기능이다. S펜으로 저장하고 싶은 콘텐츠 위에 동그라미 등을 그려 선택하면 바로 스크랩북으로 복사된다. 다만, 유튜브 등 동영상은 동영상 클립 자체가 아니라 유튜브 링크가 연결된 해당 페이지 스크린샷이 저장된다. 따라서 무선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을 때는 스크랩한 동영상을 확인하기 어렵다.

'캡처 후 쓰기'는 현재 화면을 캡처한 후 그 위에 바로 S펜으로 메모 등을 할 수 있는 기능이다. 'S파인더'는 인터넷, 앱, 사진, 손글씨, 기능, 도움말 등을 날짜, 태그 등 조건에 맞춰 검색한다.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3

이 중 '펜 윈도우'는 꽤 신기하다. 사용자가 화면에 S펜을 대고 네모를 그리면 그 크기대로 계산기, 알람, 유튜브, 전화, 연락처, 인터넷, 사전 등의 앱을 작은 창으로 띄우는 기능이다. 기존에 실행하던 앱 위에 작은 기능 창을 띄운다는 점에서 팬택 스마트폰의 '미니윈도우' 기능과 닮았다. 물론 갤럭시노트3는 창을 두 개로 나누어 서로 다른 앱을 실행하는 기존 '멀티 윈도' 기능도 기본 탑재했다.

녹스(KNOX)

스마트폰 한 대를 업무용과 개인용으로 나누어 쓸 수는 없을까? 이 생각에서 '녹스(KNOX)'가 출발했다. 녹스는 삼성전자가 출시한 기업용 스마트폰 솔루션으로 메일, 앱, 일정, 메모 등의 콘텐츠를 회사용과 개인용으로 나누어 쓸 수 있게 한다. 실행해보면 마치 한 PC에 두 개의 운영체제를 설치했을 때와 비슷한 모양새가 된다. 기존 홈화면과 다른 홈화면이 생겨 이곳에서 업무용 콘텐츠를 관리할 수 있다. 녹스 홈화면은 앱 밑에 자물쇠 표시가 있으며 캡처도 되지 않는다.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3

언뜻 LG전자 뷰3 등의 '게스트모드'나 팬택의 '시크릿' 기능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일단 사용 목적 자체가 업무용이라는 것과, 기존 앱을 잠시 숨기는 게 아니라 아예 다른 홈화면에 구성해 관리한다는 것이 다르다.

직접 써보니 생각 외로 편리했다. 퇴근 후에는 (녹스로 진입하지 않는 이상) 업무용 이메일에 시달리지 않아 개인 생활과 회사 생활이 분리되는 느낌도 들었다.

스토리앨범

'스토리앨범'은 쉽게 말해 사진첩이다. 동창회, 가족 모임, 친구 생일파티 등 하나의 주제 아래 사진들을 모으고 꾸며서 다른 사용자와 공유하거나 인쇄 서비스에 맡겨 실제 종이로 된 사진첩을 만들 수도 있다.

마이매거진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3의 화면 아래에 손가락을 대고 위로 올리면 '마이매거진'을 불러온다. 마이매거진은 사실 '플립보드(Flipboard)'의 콘텐츠를 갤럭시노트3의 잠금화면, 홈화면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한 기능이다. 마이매거진에서 플립보드 계정에 로그인해 모아 보고 싶은 콘텐츠들을 선택하면 쉽게 페이지를 넘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S헬스

'S헬스'는 갤럭시S4부터 선보인 건강 관리 기능이다. 사용자가 음식, 운동 정보를 기록하면 운동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 원하는 몸무게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만보기 기능도 갖춰 실생활에서 틈틈이 운동하려는 사람들에게 좋다.

다만, 갤럭시S4 출시와 함께 S헬스용 체중계 등을 선보이며 주요 기능으로 홍보했던 때와 달리 지금은 꽤 분위기가 잠잠하다. 기능 자체가 '런키퍼(Runkeeper)', '나이키 플러스(Nike+)', '눔(Noom)' 등 여타 안드로이드의 무료 건강 관리 앱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

S번역기

사투리까지 번역한다며 삼성전자가 대대적으로 광고한 기능이 'S번역기'다. 말하기에서 텍스트로, 텍스트에서 말하기로 9개 언어를 인식한다. 한국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등을 번역해준다. 일반 사용자들이 이 기능을 자주 사용할지는 미지수다.

펜업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3

S펜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낙서를 하는 '능력자'들이 꽤 많다. S펜은 와콤 기술이 적용되어 1,024단계까지 감압을 인식하고, 화면에 손을 대고도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고급 태블릿 제품만큼은 아니지만, 잘 활용하면 어느 정도 훌륭한 창작물도 만들어낼 수 있다.

'펜업'은 S펜으로 그린 작품들을 한곳에 모아 전시하는 SNS다. 둘러보고 있자면, '정말 S펜으로 그린 것 맞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멋진 작품도 많다.

스케치북 포 갤럭시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3

'스케치북 포 갤럭시(Sketchbook for Galaxy)'는 이름 그대로 S펜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돕는 그래픽 앱이다. 색상 및 브러시 종류가 많고 감압도 잘 인식한다.

카메라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3의 카메라 기능은 촬영 모드가 무척 많아 웬만한 디지털 콤팩트 카메라 못지않다. 여러 장의 사진 중 가장 나은 것을 뽑는 '베스트 포토', 여러 명을 함께 찍었을 때 가장 잘 나온 얼굴들만 골라 합성해주는 '베스트 페이스', 사진과 함께 소리도 저장해주는 '사운드&샷', 골프 스윙 등 동적인 모습을 찍으면 여러 장면을 한 사진 안에 겹쳐 보여주는 '골프', 배경 속 움직이는 물체를 지워주는 '지우개', 360도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주는 '서라운드샷360도' 등 설명하기도 숨차다. 거기다 만화, 흐린 색상, 어안렌즈 등 독특한 필터 효과도 갖췄다. 동영상은 '슬로우모션', '패스트모션', '스무드 모션' 등 다양한 속도로 찍는 촬영 모드들을 지원한다.

삼성전자의 '뷰티샷' 기능은 아마 여성 사용자들이 가장 애용하는 카메라 모드일 것이다. 사진을 찍으면 피부를 잡티 없이 보드랍게 보이도록 보정해준다. 따로 '포토원더' 등 보정 앱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왓치온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3

스마트폰을 리모컨처럼 사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왓치온'도 이런 흐름에 동참한 기능이다. TV 종류와 케이블 사업자 등을 설정하면 TV의 채널, 음량 등을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난 버튼으로 제어할 수 있다. 또한, 현재 방영 중인 프로그램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빠르게 채널을 바꿀 수 있다. 자신의 취향을 등록해두면 알맞은 프로그램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하는 시각에 맞춰 알림도 울린다.

에어뷰&에어제스처

'에어뷰'는 사진, 동영상, 이메일 등의 콘텐츠 위에 S펜을 갖다 대면 그 내용을 미리 볼 수 있는 기능이다. 또한, '에어제스처'는 화면에 손을 대지 않은 채 그 위에서 움직여 특정 기능을 실행한다. 꺼진 화면 위에 손을 가져가면 화면이 켜지고, 사진을 보거나 인터넷 서핑 등을 할 때 손을 좌우로 움직여 이전/다음 항목으로 이동할 수 있다. 전화가 왔을 때 화면 위에서 손을 좌우로 움직여 전화를 받을 수도 있다. 손에 뭔가가 묻어 있어 스마트폰을 만지기 힘든 상황에서 유용할 법하다. 참고로 에어제스처는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능은 아니고, 팬택 등 다른 제조사가 앞서 선보였던 기능을 갤럭시 시리즈에 맞게 적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스마트스크롤', '스마트스테이', '스마트일시정지'

한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눈동자 인식 기술 경쟁이 불붙었었다. '스마트스크롤'은 사용자의 눈동자를 인식해 사용자가 웹 페이지 등을 볼 때 자동으로 스크롤을 내려주는 기능이다. '스마트스테이'는 8초에 한번씩 시선을 확인해 사용자가 화면을 보고 있지 않으면 화면을 꺼준다. '스마트일시정지'는 동영상을 보다가 사용자가 얼굴을 돌리면 이를 일시 정지시켜주는 기능이다.

다만, 직접 사용해보니 인식률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일단 눈동자만이 아니라 얼굴 전체를 인식해 작동하므로 머리 전체를 움직여야 해야 했다. 특히 '스마트스크롤'은 고개를 몇 번이나 까딱거려도 페이지 스크롤이 내려가지 않다가 한참 후에야 '주욱' 끝없이 내려가 당황스러웠다. 눈동자 인식 관련 기능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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