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의 게이머를 위한 선택, 라데온 R7 260, R9 270

김영우 pengo@itdonga.com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PC는 게임기가 아니다. 물론 게임이 PC의 대표적인 기능 중 하나긴 하지만, 그렇다고 PC를 게임용으로만 쓰기엔 '가성비'가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다. 게임만 하려 한다면 차라리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같은 콘솔 게임기를 사는 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특히 크라이시스3나 배틀필드4 같이 유독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을 '풀옵션'으로 구동하려면 상당히 비싼 고급형 그래픽카드를 PC에 탑재해야 한다. 이런 그래픽카드의 가격대는 50~100만 원 대에 달한다. 물론 본인이 자기 돈 투자해서 최상의 환경에서 게임을 즐긴다는 걸 말릴 순 없겠지만, 한 두 가지 게임 좀 제대로 해보겠다고 이런 투자를 하다 보면 본전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다만, 다행히도 2014년 현재 시장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 중 절대 다수는 저런 초고사양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략 10~20만원 사이에 팔리는 그래픽카드라면 어지간한 게임은 거의 구동한다.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고급형 그래픽카드를 중점적으로 홍보하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주력으로 팔리는 제품은 중급, 혹은 중상급형 제품이다. 주요 게임 중 10% 정도는 무리일 지라도 90% 정도의 게임은 문제없이 할 수 있는 이런 제품이라 알뜰파 게이머들에게 인기가 많다.

라데온 R7 260과 R9 270
라데온 R7 260과 R9 270

작년 한 해 동안 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엔비디아의 지포스 GTX 650 시리즈 및 GTX 660 시리즈였다. 하지만 최근 AMD에서 신제품인 라데온 R7 260과 R9 270 시리즈를 투입, 반전을 노리고 있다. 10만 원대 중반 시장에선 라데온 R7 260으로 지포스 GTX 650Ti를, 20만 원대 초반 시장에선 라데온 R9 270으로 지포스 GTX 660을 공략하는 이른바 '핀포인트' 전략이다.

한층 다듬어진 신세대 GCN 아키텍처

라데온 R7 260과 R9 270를 비롯한 라데온 R7 및 R9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다이렉트X 11.2, 오픈GL 4.3과 같은 최신 그래픽 기술을 지원하는 GCN(Graphics Core Next) 아키텍처 기반의 GPU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작인 라데온 HD 7000 시리즈도 물론 GCN 기반 GPU를 탑재했지만, 다이렉트X 11.2의 지원은 라데온 R7 및 R9 시리즈만의 특권이다.

그 외에 AMD가 새로 발표한 그래픽 API인 맨틀(Mantle)을 지원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맨틀은 GCN기반의 AMD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기술로, 여러 플랫폼으로 동시에 게임을 개발할 때 개발자의 부담을 덜면서 콘텐츠의 품질을 균일화 하는데 유리하다고 한다. 다만 아직 다이렉트X 11.2 및 맨틀을 지원하는 게임이 거의 없는 것이 다소 아쉽다.

중급형 시장의 기대주, 라데온 R7 260

라데온 R7 260은 지난 12월에 출시된 최신 제품으로 2개월 정도 먼저 발표된 라데온 R7 260X의 하위 제품이다. GPU 자체는 거의 차이가 없지만 동작 클럭이 1,100MHz에서 1,000MHz로 약간 낮아졌으며, 1,625MHz로 작동하는 2GB의 GDDR5 메모리를 탑재한 R7 260X와 달리, 1,500MHz로 작동하는 1GB의 GDDR5 메모리를 탑재한 점이 약간 다르다. 메모리 인터페이스는 128비트로 같다.

라데온 R7 260
라데온 R7 260

R7 260X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해상도에서 살짝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제품은 아니라 할 수 있다. 가격은 R7 260X보다 2~3만 원 정도 저렴한 10만 원대 중반으로 형성될 것이다.

20만 원으로 누리는 호사, 라데온 R9 270

함께 소개할 라데온 R9 270은 11월 출시 제품으로, 이 역시 10월에 발표된 라데온 R9 270X의 하위 제품이다. R9 270X과 같은 계열의 GPU를 탑재하고 있으면서 동작 클럭은 1,100MHz에서 1,000MHz로 약간 낮아졌다(테스트에 이용한 사파이어 라데온 R9 270는 GPU의 클럭이 900MHz에서 920MHz로 살짝 오버클러킹 된 상태다). R9 270X 중에는 4GB 메모리를 탑재한 제품도 있으나 대부분은 2GB다. R9 270 역시 2GB의 GDDR5를 탑재한 것은 동일하며 메모리 클럭 역시 1,400MHz로 같다. 그리고 중상위급 이상의 그래픽카드답게 256비트 인터페이스의 메모리를 탑재했다.

라데온  R9 270
라데온 R9 270

이처럼 라데온 R9 270는 R9 270X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양을 갖췄다. 하지만 가격은 3~4만 원 정도 저렴한 20만 원대 초반에 형성되어있어 한층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지포스 GTX 650Ti, GTX 660과의 성능 비교

이렇게 대략적인 특징을 살펴봤으니 이젠 성능을 직접 체험해 볼 차례다. 라데온 R7 260의 경쟁 제품인 지포스 GTX 650Ti, 그리고 라데온 R9 270의 경쟁 제품인 지포스 GTX 660을 준비, 성능을 비교했다.

그래픽카드 비교
그래픽카드 비교

테스트 시스템은 코어 i7 4770(하스웰) CPU에 8GB의 DDR3 메모리, 그리고 삼성 840evo SSD 기반으로 꾸민 윈도7 64비트 PC다. 참고로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테스트에 이용한 사파이어 라데온 R9 270는 GPU의 클럭을 약간 오버클러킹한 제품이긴 하지만 그 수치가 20MHz에 불과해 레퍼런스 제품과 기본적인 성능은 큰 차이가 없다.

테스트 환경
테스트 환경

우선 PC의 3D 그래픽 성능을 가늠하는데 가장 많이 이용되는 3DMARK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이용해 성능을 측정했다. 테스트 옵션을 기본값으로 두고 가장 많은 성능 부하를 일으키는 'Fire Strike' 항목의 테스트 점수를 비교했다.

3d마크
3d마크

테스트 결과, 신형 라데온 제품들이 경쟁 제품을 확실히 앞서는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가격대에서 라데온 시리즈가 한층 구매가치가 높다는 의미다. 다만, 벤치마크 프로그램의 결과와 실제 게임 구동 성능은 차이가 날 수 있으니 속단은 금물이다. 다음에는 직접 게임을 구동해보자.

게임 구동 성능 비교 1 - 블레이드&소울

다음은 직접 게임을 구동하면서 성능을 측정해 봤다. 가장 먼저 테스트 해 본 게임은 MMORPG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블레이드&소울'이다. 게임 초반 '망자의 숲'에서 20여분 정도 사냥을 하며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화면 해상도는 1,920 x 1.080, 그래픽옵션은 모두 최상급인 5단계로 높였다.

블소
블소

테스트 결과, 차이가 거의 오차 범위 수준이라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국산 온라인 게임 환경에서는 라데온 시리즈가 완전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향이 다소 있는데, 이 점이 아직도 어느 정도는 유효한 것 같다.

게임 구동 성능 비교 2 – 툼레이더

두 번째로 테스트한 게임은 액션 어드밴처 게임인 '툼레이더(리부트)'다. 이번에서 화면 해상도 1,920 x 1.080에 그래픽옵션을 최상(Ultimate)으로 높인 뒤 게임 내에서 제공되는 벤치마크 메뉴를 이용해 성능을 측정했다. 참고로 이 게임의 그래픽 옵션을 최상으로 높이면 주인공의 머리카락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는 'TressFX'그래픽 기법이 활성화되는데, 상당수 그래픽카드는 이 항목만 사용하면 프레임이 절반 이하로 낮아져 구동이 거의 불가능해질 정도다.

툼레이더
툼레이더

테스트 결과, 이번에는 확실히 라데온 제품군이 지포스 제품군에 비해 나은 성능을 발휘했다. 툼레이더는 AMD의 게임 개발사 협력 프로그램인 게이밍 이볼브드의 결과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덕분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AMD가 엔비디아에 비해 아쉬웠던 점이 이런 개발사들에 대한 지원이었는데, 조금씩은 개선되고 있다.

게임 구동 성능 비교 3 – 배틀필드4

마지막으로 테스트 해 본 게임은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FPS인 '배틀필드4'다. 이 시리즈는 신작이 나올 때마다 매우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4도 마찬가지다. 그래픽카드의 한계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화면 해상도 1,920 x 1.080에 모든 그래픽옵션을 '최고'로 높인 상태로 설정한 후 초반 20여분 정도의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배틀필드
배틀필드

테스트 결과, 이번에도 라데온 제품군이 지포스 제품군을 능가하는 살짝 성능을 발휘했다. 배틀필드4와 같이 신기술이 다수 투입된 최신 게임은 역시 최신 그래픽카드와의 궁합이 좋다. 참고로 배틀필드4는 차후 맨틀을 지원하는 업데이트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맨틀 업데이트 이후에는 라데온 계열에서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 전력 비교

소비전력도 측정해봤다. 요즘은 얼마나 높은 전력 효율을 갖추었는지도 성능만큼이나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현재 PC의 소비전력을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파워서플라이를 이용, 3DMARK의 'Fire Strike' 장면에서 PC가 소비하는 최대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봤다.

전력소모
전력소모

측정결과, 라데온 R7 260은 경쟁제품인 지포스 GTX 650Ti에 비해 소비전력이 다소 높았다. 반면 라데온 R9 270은 지포스 GTX 660에 비해 나은 전력 효율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중급형 이하의 그래픽카스 사용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출력의 파워서플라이를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라데온 R7 260의 후속 제품은 좀 더 전력 소모를 낮출 필요가 있겠다.

지금 당장 10~20만원대 그래픽카드를 사야 한다면

라데온 R7 260과 R9 270은 향후 AMD의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군이다. 특히 10~20만 원대 그래픽카드는 알뜰파 게이머와 PC방에서도 많이 구매하는 등급이라 AMD의 기대도 클 것이다.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니 확실히 기본적인 성능 면에서 직접적인 경쟁제품에 비해 나은 면모를 보여주었다. 다만, 제품 자체가 가진 잠재적인 성능은 높은데 비해 실제 게임 구동에서는 이 점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국내 게임 개발사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확실히 가격대 성능비는 우수하며, 새로운 기술이 다수 투입된 최신 게임에선 상대적으로 나은 성능이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경쟁사에서도 당연히 대응책을 내놓겠지만, 지금 당장 10~20만 원대의 그래픽카드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라면 지포스 GTX 650Ti나 GTX 660 보다는 라데온 R7 260과 R9 270를 사는 것이 정답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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