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빼고 완벽한 저장장치? WD Black2 듀얼 드라이브 써보니

김영우 pengo@itdonga.com

WD Black2
WD Black2

저장장치에서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용량, 그리고 속도다. 각종 고품질 콘텐츠를 많이 저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용량을, 부팅이나 프로그램 실행을 빠르게 하고 싶다면 속도를 좀 더 중요하게 여길 수는 있으나, 아무튼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켜야 이상적인 저장장치임은 분명하다.

현재 쓰이는 PC용 저장장치 중 가장 고용량을 제공하는 매체는 역시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다. 최근에는 1TB, 2TB를 넘어 3TB를 저장할 수 있는 제품도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HDD는 플래터(자기디스크)를 회전시켜 데이터를 읽고 쓴다는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속도를 높이기가 어렵다. PC 전체의 구동 속도를 저하시키는 주범으로 HDD가 지목될 정도다.

이런 HDD를 보완한 매체라면 역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다. SSD는 반도체의 일종인 플래시메모리를 이용해 데이터를 읽고 쓰므로 HDD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같은 용량의 HDD에 비해 10배 정도 비싼 가격이 문제다. HDD는 1TB 제품이 주력으로 팔리는데, SSD는 120GB 남짓의 제품이 고작이다. 이 이상의 용량을 원한다면 굉장히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상당수의 사용자들이 용량과 속도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선택이라면 한 대의 PC에 SSD와 HDD를 동시에 탑재하는 것이다. 운영체제 및 응용 프로그램은 SSD에 저장(주로 C: 드라이브)하고, 동영상이나 음악 같은 덩치가 큰 단순 보관용 파일은 HDD에 저장(주로 D: 이후의 드라이브) 하는 식으로 사용한다. 다만, 이는 주로 내부 공간이 넓은 데스크탑 PC에서만 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노트북은 1개의 저장장치만 탑재 가능하므로 SSD와 HDD를 동시에 장착할 수 없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이는 일부 기종에 불과하다.

또 한 가지의 선택은 바로 'SSHD(솔리드스테이트하이브리드드라이브)'다. SSHD는 HDD와 플래시메모리를 함께 갖춘 혼합 저장장치다. 기본적으로 모든 데이터는 HDD 부분에 저장하지만, 자주 쓰는 일부 데이터는 플래시메모리 부분에 복사해 두어 캐시(cache, 보조적인 저장공간)로 활용한다, 덕분에 일부 작업에선 SSD와 유사한 속도를 낼 수 있다. 하나의 매체에서 이를 구현하므로 노트북에도 문제없이 장착이 가능한 점도 장점이다. 다만, SSHD에 내장된 플래시메모리는 수GB에 불과한데다, 이전에 했던 작업을 다시 할 때만 속도 향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120GB SSD와 1TB HDD의 온전한 결합, 듀얼 드라이브

이런 와중에 WD(웨스턴디지털)은 '듀얼 드라이브(Dual Drive)'라는 새로운 저장매체를 발표했다. SSD와 HDD를 하나의 매체에서 구현한다는 점은 SSHD와 유사하다. 하지만 플래시메모리를 캐시 용도로만 쓰는 SSHD와 달리, 듀얼 드라이브의 SSD는 단일 SSD와 동일한 충분한 용량을 갖춘데다 HDD 부분과 완전히 분리된 독립적인 드라이브로 작동한다. 쉽게 말하자면 듀얼 드라이브 1대가 장착된 PC는 HDD와 SSD를 각각 1대씩 따로 장착한 PC와 동일한 저장 구조를 갖추게 된다는 의미다. 당연히 노트북에도 문제 없이 구현할 수 있다.

WD Black2
WD Black2

IT동아에 전달된 WD의 'Black2' 듀얼 드라이브 제품은 120GB의 SSD(MLC 방식)와 1TB의 HDD를 동시에 갖춘 모델이다. 참고로 Black2는 '블랙2'가 아닌 '블랙 스퀘어'라고 읽는다. 제품의 전반적인 외형과 크기는 일반적인 2.5인치 규격 HDD와 동일(두께는 9.5mm)하며, 연결 인터페이스 역시 일반적인 SATA3(SATA 6Gb/s) 규격을 갖추고 있어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노트북에 장착이 가능하다. 물론 Black2를 데스크탑에 장착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그럴 바에야 SSD와 HDD를 따로 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그다지 추천할 순 없겠다.

WD Black2
WD Black2

제품의 패키지 구성은 저장장치 치고는 상당히 풍성하다. 제법 큼직한 상자에 담겨 판매되는데, 기존 PC에 장착된 HDD의 내용을 Black2로 마이그레이션(복제)할 때 쓰는 SATA-USB 변환 케이블, 전용 소프트웨어의 설치를 돕는 USB 웹 키가 들어있으며, 동봉된 사용 설명서 역시 여느 SSD나 HDD와 달리 상당히 두껍다. Black2를 제대로 쓰려면 일반 SSD나 HDD에 비해 설치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손질을 더 해줘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WD Black2
WD Black2

장착법은 일반 HDD와 동일, 온전한 구동을 위해 약간의 손질은 필요

Black2를 노트북에 부착하는 과정은 일반 2.5인치 HDD와 동일하다. 하단 커버를 열고 기존의 HDD를 뺀 후에 그 자리에 Black2를 꽂으면 된다. 그리고 노트북을 켜고 운영체제 및 장치 드라이버를 설치하면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이렇게 운영체제를 새로 설치하는 데는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리고 관련 지식이 없는 사용자들은 운영체제를 설치하는 방법을 모를 수도 있다.

WD Black2
WD Black2

이런 경우를 대비해 WD에서는 Black2를 PC에 올바로 인식시키고 기존 HDD에 있는 운영체제 및 각종 환경을 Black2로 온전히 복제할 수 있는 도구를 제품과 함께 제공한다. 우선 Black2를 설치하고자 하는 PC를 켠 후 동봉된 SATA-USB 변환 케이블(USB 3.0 지원)을 이용, Black2를 PC의 USB 포트에 연결한다. 이렇게 하면 PC에선 Black2를 USB 방식의 외장하드처럼 인식한다.

WD Black2 Dual Drive
WD Black2 Dual Drive

그런데 파티션을 설정하기 위해 윈도 디스크 관리 메뉴(내 컴퓨터 오른쪽 클릭 후 '관리' 선택)로 들어가보면 Black2를 구성하는 2개의 저장매체(SSD+HDD) 중 SSD 부분만 인식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대로는 Black2의 온전한 기능을 쓸 수 없으므로 WD에서 제공하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한다. 동봉된 USB 웹 키를 USB 포트에 꽂으면 자동으로 WD의 지원 사이트로 이동, Black2 관련 지원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물론 USB 웹 키가 없어도 WD의 사이트에서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없는 것 보단 있는 것이 좀더 편하다.

WD Black2
WD Black2

일단 120GB 단일 드라이브로 파티션을 설정한 후, WD의 전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자. 우선적으로 내려 받아야 하는 소프트웨어는 데이터 전송 프로그램인 아크로니스 트루 이미지(Acronis True Image)다. 이를 실행해 '디스크 복제'를 선택하면 기존 PC의 운영체제를 포함한 모든 데이터를 Black2로 복제할 수 있다. 데이터 복제 시 '자동'을 선택하면 프로그램이 알아서 파티션의 크기를 정하고 데이터 복제를 시작한다. 물론 '수동'을 골라 사용자가 세세한 부분을 지정해 불 수 있다. 디스크를 복제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파일의 용량이나 PC의 사양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 30~40분 정도면 끝난다. 복제가 원활히 끝났다면 PC에 Black2를 꽂아 부팅이 가능할 것이다.

WD Black2
WD Black2

이렇게 부팅을 하더라도 여전히 인식되는 드라이브는 120GB의 SSD 뿐이다. 나머지 1TB HDD까지 이용하려면 ‘WD Black2 인스톨러’를 설치해야 한다. 이 역시 WD의 지원사이트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며 설치가 끝나면 곧장 1TB HDD가 시스템에 추가로 인식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Black2는 윈도 운영체제(XP, 비스타, 7, 8)만 지원한다. 다른 운영체제(이를테면 맥OS) 이용자라면 유의하자.

SSD와 SSHD, 그리고 HDD와의 성능 비교

이렇게 설치가 끝났으니 이젠 성능을 체험해볼 차례다. 테스트에 이용한 노트북은 HP의 ‘파빌리온 DV6’로, 본래 1개의 저장장치만 탑재할 수 있는 기종이지만 Black2 덕분에 SSD와 HDD를 동시에 구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노트북에 Black2 외에 일반 SSD(인텔 320 시리즈)와 일반 HDD (도시바 MK1059GSM), 그리고 SSHD(씨게이트 랩탑씬)을 바꿔 끼워가며 성능을 비교해봤다. 참고로 SSHD의 경우, 같은 작업을 반복할 때만 성능 향상 효과를 볼 수 있는 관계로 2회 이상 같은 테스트를 반복한 후의 결과값을 반영했다. 참고로 테스트에 이용한 파빌리온 DV6 노트북은 SATA2 기반 제품이라 SATA3 인터페이스의 최대 성능을 낼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자.

우선 저장장치의 전반적인 성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를 이용해 데이터 전송속도를 비롯한 다양한 항목을 체크해봤다. 평균 데이터 읽기/쓰기속도의 경우, Black2의 SSD 부분은 일반 SSD와 읽기 속도는 거의 같았고 쓰기 속도가 약간 낮은 수준이었다. 일반 HDD 보다 약간 나은 수준인 SSHD에 비하면 확실히 차이가 난다. Black2의 HDD 부분은 성능은 일반 HDD와 SSHD의 중간 정도 성능이었다.

WD Black2
WD Black2

저장장치의 전반적인 반응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4K 파일 읽기/쓰기 속도도 Black2의 SSD 부분은 일반 SSD와 대등한 수준이었다. 이 테스트에서 SSHD와 Black2의 HDD 부분, 일반 HDD는 거의 성능차이가 나지 않았다.

WD Black2
WD Black2

운영체제 부팅 속도 및 파일 복사 속도 비교

벤치마크 프로그램의 수치가 곧장 실제 성능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는 직접 PC를 이용해보며 체감할 수 있는 성능을 측정해봤다. 우선은 운영체제(윈도7 64비트) 부팅 속도 측정이다. 노트북의 전원을 누른 직후부터 부팅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했다. Black2의 HDD 부분은 원래 부팅용이 아니라 이번 테스트에서는 제외했다.

WD Black2
WD Black2

테스트 결과, 블랙2와 SSD는 비슷한 수준의 우수한 속도를 냈으며 SSHD의 경우, 일반 HDD 보단 확실히 빨랐지만 블랙2나 SSD에 비할 수준은 아니었다. 같은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하면 성능이 향상되는 것이 SSHD라곤 하지만 역시 주요 데이터를 HDD 부분에 저장하는 만큼, 한계는 명확하다.

다음은 같은 드라이브 내에서 파일을 복사할 때의 속도를 측정했다. 총 8만 개 정도의 자잘한 파일이 담긴 12GB 남짓의 폴더를 복사할 때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 봤다.

WD Black2
WD Black2

테스크 결과, 일반 SSD가 가장 빠르게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블랙2의 SSD 부분은 일반 SSD에 약간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 외의 다른 저장매체에 비하면 2배 정도 빨랐다. 반면, SSHD는 이런 단순 파일 복사 작업에선 일반 HDD 및 Black2의 HDD 부분과 거의 차이가 없는 성능을 냈다. 이 역시 플래시메모리를 캐시 용도로만 쓰는 SSHD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매력적인 제품이지만 비싼 가격이 걸림돌

WD Black2 듀얼 드라이브는 제법 매력적인 컨셉을 가진 제품이다. 속도 면에서 우수한 SSD, 방대한 용량의 HDD를 하나의 드라이브에서 구현했다는 점 만으로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특히 SSD의 일부 특성을 ‘흉내’ 내는 수준에 그치는 SSHD와 달리, 완전한 성능의 SSD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다.

다만, 분명 매력적인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잘 팔릴 것 같지는 않다. 일단 가격을 살펴보면 SSD 120GB + HDD 1TB의 구성을 갖춘 Black2 제품이 37만 원 정도(2014년 1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인데, 이는 120GB의 SSD와 1TB의 HDD를 따로 사는 것보다 10만 원 정도 비싸다. 2개의 드라이브를 동시에 탑재할 수 있는 데스크탑의 사용자들은 당연히 살 이유가 없으며, mSATA 방식의 초소형 SSD를 추가로 탑재할 수 있는 신형 노트북을 가진 사용자 역시 Black2의 구매를 주저할 것이다.

WD Black2
WD Black2

결국은 구형 노트북을 업그레이드 하고자 하는 사용자, 혹은 호기심이 많은 얼리아답터에게 적합한 제품이라는 의미인데, 이래서야 많이 팔리긴 어려울 것이다. 가격을 조금 낮춘다면 기존 SSD나 HDD, SSHD를 충분히 위협할 만 한데, 이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요가 뒷받침이 되어야 실현될 수 있는 일이니 여러모로 애매하다. WD 측에서도 이를 이미 알고 있는지, 제품의 패키지를 고급화하고 5년의 보증 기간을 제공하고 USB 웹 키를 제공하는 등 나름의 프리미엄을 Black2에 부여하고자 노력하고 있긴 하다.

다만, 이는 새로운 개념의 장치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난관이다. SSHD 역시 초기 제품은 성능이 형편 없고 가격도 너무 비싸서 '저런걸 누가 살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일부 제조사(특히 씨게이트)에서 지속적인 성능 개선과 원가 절감의 노력을 한 결과 그나마 살만한 수준이 되었다. 이에 비하면 Black2는 가격을 제외하면 제품 자체는 확실히 쓸만하니 상황은 더 낫다. 제품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값을 낮추기 위한 WD의 분발이 필요한 시기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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