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빛낸 스타트업 100선, '모바일' 강세... 다른 분야는 기근?

안수영 syahn@itdonga.com

스타트업 전문 포털 데모데이가 '업계 전문가들이 선정한 2013년을 빛낸 스타트업 TOP 100'을 7일 발표했다.

'스타트업 TOP 100'은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 정지훈 교수, PAG&파트너스 황병선 대표, 벤처스퀘어 명승은 대표, 인텔코리아 류중희 상무, 본엔젤스 강석흔 이사 등 국내 창업생태계 구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업계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이번 발표에는 이음소시어스, 파이브락스 등 널리 알려진 스타트업을 비롯해 센텐스, 큐키 등 기술력이 뛰어난 스타트업들이 망라됐다.

스타트업 TOP 100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데모데이(http://www.demoday.co.kr/top100/2013)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데모데이
데모데이

모바일과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가 주류

이번에 발표된 스타트업 TOP 100에 속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모바일에 사업 근간을 두고 있다. 또한 각종 문화 서비스 및 소셜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모바일 게임사가 11곳, 전자책 및 앱북을 서비스하는 기업이 7곳, 소셜 네트워크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11곳에 달했다.

IT동아가 스타트업 TOP 100에서 분류한 게임, 전자책, 소셜 전문기업은 다음과 같다.

게임: 네시삼십삼분, 넥스트플로어, 넵튠, 브릭슨, 선데이토즈, 스마일게이트, 아이디어박스게임즈, 파티게임즈, 팔라독, 페이즈캣, 핫독스튜디오
전자책: 리디, 모글루, 북잼, 북큐브네트웍스, 북팔, 아이이펍, 퍼블스튜디오
소셜: 대디컴퍼니, 브이씨엔씨, 빙글, 스타일쉐어, 스핀노트, 시지온, 씨온, 아이쿠, 아이앤컴바인, 이음소시어스, 플리토

또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음악,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교육, 광고, 여행/레저 등 B2C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모바일 기반 스타트업들이 일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IT 기술과 모바일이 일반 사용자들의 일상 문화로 굳어졌음을 시사한다.

모바일 외 영역 및 엔터프라이즈 분야는 극소수… 쏠림 현상 우려

차세대 IT 산업: 모바일, 클라우드, 소셜,
빅데이터
차세대 IT 산업: 모바일, 클라우드, 소셜, 빅데이터

한편, 스타트업이 모바일 및 문화 서비스에 치중된 것은 산업 균형발전 측면에서는 다소 우려된다. 가령 기업 업무 환경을 윤택하게 하는 엔터프라이즈(B2B) 분야에 속한 스타트업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물었다. B2B 영역에 속하더라도 모바일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거나(파이브락스), 모바일 플랫폼 컨설팅을 제공하는(네무스텍) 등 모바일을 위주로 한다. 최근 주목받는 IT 분야인 웨어러블, 3D프린팅,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에 접근한 기업은 '스타트업 TOP 100'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물론 기업들이 일반 사용자들의 문화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데 힘쓰는 것은 긍정적이나, 그 외 다른 분야는 균형적으로 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최근 IT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엔터프라이즈는 가장 주목받는 창업 분야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8년 내 IoT 솔루션의 절반을 창립 3년 미만의 스타트업들이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좀 더 시야를 넓혀 이와 같은 기회의 땅을 잃지 않길 바란다.

현재 모바일이 IT 시장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IT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는 만큼 모바일 집중 현상도 되짚어 볼 만하다. 현재 세계 IT 시장에서 스마트폰 공급은 포화 상태에 다다르고 있으며, 모바일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진입했다. 이에 전세계 IT 업체들은 웨어러블이나 3D프린팅 등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이 모바일을 넘어 다른 분야에도 눈을 돌려야 할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외에 1세대 벤처인 한글과컴퓨터와 같이 고전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는 점도 아쉽다. 국산 소프트웨어는 국가의 IT 산업 발전 및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데, 현재 국내 스타트업의 대부분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치우쳐 있다. 물론 애플리케이션을 플랫폼으로 활용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창출하는 스타트업도 많다. 다만, IT 산업의 균형 발전 및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아쉽다는 것이다.

접근성에 대한 애로사항도… 정부 노력이 관건

물론 이와 같은 쏠림 현상의 원인으로는 접근성을 들 수 있다.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은 단연 모바일, B2C 영역이다. 스타트업이 진입 장벽이 낮은 사업부터 시작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양한 IT 영역에서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넓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책을 마련해 차세대 분야의 창업을 유도해야 한다.

정부는 2013년 6월 공공기관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무료로 공개하는 '정부 3.0'을 통해 창업을 유도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공개된 자료가 부실하고 정보의 질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즉, 아직까지는 빅데이터 부문에 도전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있더라도 정보 이용 단계부터 애로사항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과제를 정부 차원에서 빠르게 해결해나가야 해당 분야 창업도 활성화될 것이다.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 정책에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모바일 외 IT 분야에 관심을 두는 것도 중요하다. 2013년 정부는 혁신 아이디어를 통해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명목으로 '글로벌 K-스타트업 2013', '2013 슈퍼앱코리아', '스타트업 2013', '스타트업 위크엔드' 등 각종 스타트업/모바일 경진대회를 숱하게 열었다. 물론 취지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정부의 스타트업 정책이 전반적으로 장기적인 대책보다는 1회성 행사에 치중됐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관련 대회를 몇 차례 개최하는 것만으로는 구축되지 않는다. 정부가 할 일은 스타트업이 진입 장벽을 느끼는 사업 영역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이에 대한 정책 지원이나 장벽 해소에 힘쓰는 것이다. 또한 현재 정부 정책이 모바일에 쏠려 있는데, 스타트업이 진입하기 어려워하는 유망 IT 분야에도 집중해야 한다.

현재 데모데이에 등록된 스타트업은 2014년 1월 기준 10,868곳에 달한다. 비록 이번 TOP 100에 들지는 않았지만 역량 있는 스타트업들은 무궁무진하다. 2014년에는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는 동시에, 보다 다양한 IT 영역에서 새로운 기업이 발굴되길 바란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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