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상자는 가장 완벽한 스피커, 베가 시크릿업 리뷰

이상우 lswoo@itdonga.com

성능으로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스마트폰 대부분의 사양이 상향 평준화 됐기 때문 성능비교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실제로 지난 2013년 하반기 출시된 스마트폰을 보면 대부분 2GB 메모리와 2GHz 이상의 처리속도를 갖춘 CPU를 탑재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인지 주요 제조사들도 단순히 스마트폰의 성능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용자 편의기능을 추가하고, 독특한 기술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LG전자는 1,300만 화소 카메라에 광학식 손떨림 방지(OIS) 기능을 추가해 카메라 성능을 높였으며, 삼성전자는 와콤 스타일러스 기술을 적용한 터치 펜을 기본 제공해 '노트'기능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팬택이 최근 출시한 '베가 시크릿업'도 이런 맥락의 제품이다. 일반적인 스마트폰에 '진동 스피커'라는 독특한 구조를 적용해 사용자에게 '듣는 즐거움'을 주는 제품이다. 지금부터 베가 시크릿업을 살펴보자.

베가 시크릿 업
베가 시크릿 업

빈 상자를 스피커로, 진동 스피커

베가 시크릿업의 가장 큰 특징은 진동 스피커다. 일반적인 스피커의 작동 원리는 자석과 코일을 이용한 전자석에 전류를 흘릴 때 발생하는 자력으로 진동판을 떨리게 하고, 진동판이 떨리면서 나는 소리가 공기를 통해 우리 귀로 전달되는 구조다. 베가 시크릿업의 진동 스피커는 일반 스피커의 전자석에 해당하며, 울림통은 진동판에 해당한다.

이 기능을 사용하려면 전용 케이스인 '사운드케이스'를 구매해 장착해야 한다. 사운드케이스의 진동 스피커는 빈 종이상자 등 속이 빈 울림통에 올려놓았을 때 울림통을 이용해 소리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를 장착하고 음원을 재생하면 케이스의 진동 스피커가 떨리고, 음량을 키울수록 떨리는 세기도 커진다.

사운드케이스의 진동 스피커
사운드케이스의 진동 스피커

울림통의 재질이나 크기에 따라 음색이 바뀐다는 점도 재미있다. 종이로 된 물체에 올려놓으면 부드러운 소리가 나고, 얇은 철로 된 물체에 올려놓으면 날카로운 소리가 난다.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에 맞춰 자신만의 스피커를 만들어보는 것도 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재미다. 지금부터 울림통의 크기와 재질에 따른 소리 변화를 알아보자.

울림통의 크기가 클수록 굵고 묵직한 소리가 난다. 이퀄라이저로 '중저음 강화'를 적용한 느낌이다. 반대로 울림통이 작을수록 '보컬 강화'를 적용한 것처럼 섬세하고 깨끗한 소리가 난다. 록, 힙합, 일렉트로닉 장르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면 울림통의 크기가 클수록 좋고, 생음악(Acoustic)이나 가수의 목소리가 중요한 음악을 들을 때는 작을수록 좋다. 참고로 큰 울림통을 사용할 때는 음량도 크게 해줘야 한다. 울림통에 진동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으면 원하는 소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울림통의 크기도 지나치게 크지 않은 것이 좋다.

베가 시크릿 업
베가 시크릿 업

울림통의 재질은 부드러우면 깊고 풍부한 소리가 나며, 쇠나 플라스틱처럼 단단할수록 얇고 선명한 소리가 난다. 두께에 따라서도 소리가 달라진다. 울림통이 두꺼우면 중저음 위주의 소리가, 얇으면 고음 위주의 소리가 난다. 다만 너무 단단하거나 두꺼우면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니 참고하자. 스테인리스 재질의 반찬통처럼 얇고 단단한 울림통을 사용하면 저가형 노트북 스피커처럼 고음 부분이 깔끔하지 않고, 떨리는 소리가 나니 이 점도 유의하자.

베가 시크릿 업과 다양한 재질의 울림통
베가 시크릿 업과 다양한 재질의 울림통

여러 재질의 울림통을 사용해본 결과 필자가 가장 만족스러웠던 울림통은 종이상자다. 전반적으로 소리가 깊고 풍부해 록 음악이나 일렉트로닉 계열의 클럽 음악을 듣기 적합하다. 또한, 크기가 작은 상자를 사용해 보컬 위주의 음악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참고로 이 진동 스피커는 동영상을 재생할 때도 작동하는데, 사실 동영상을 감상할 때 스마트폰을 눕혀놓고 쓰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조금 '계륵' 같은 느낌도 든다.

베가 시크릿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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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손실 음원도 재생… 다만 DXD 포맷은 미지원

최근에는 사용자의 청음 수준이 높아지면서 일반적인 MP3뿐만 아니라 FLAC 등의 무손실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휴대용 장비가 늘어나고 있다. 베가 시크릿업 역시 이런 기기 중 하나다. 시중에 유통되는 MP3 파일은 용량을 줄이기 위해 사람이 듣기 어려운 주파수 대역을 지워버리는데, 이때 음손실이 발생한다. 최근 대중음악의 전자음은 이 음역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클래식 음악이나 앰프를 사용하지 않고 생악기로 반주한 음악은 음의 깊이와 묘사력이 떨어진다.

베가 시크릿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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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 시크릿업은 이러한 손실 압축 음원이 아닌, 24비트 무손실 압축 음원을 기본 앱으로 재생할 수 있다. 다만, 400MB 정도의 FLAC 포맷은 재생할 수 있으나 1.1GB에 이르는 DXD 포맷은 재생할 수 없다. 기기에서 이 방식의 음원은 지원하지 않는 것이다.

베가 시크릿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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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문자 훔쳐보지 마세요, 시크릿 블라인드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서 주변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였던 일이 한두 번쯤 있을 것이다. 베가 시크릿업은 이런 사용자를 위해 시크릿 블라인드라는 기능을 추가했다. 시크릿 블라인드는 스마트폰 화면에 가림막을 내리듯 반투명한 블라인드로 화면을 가릴 수 있는 기능이다. 이를 사용하면 블라인드로 화면을 원하는 만큼만 가리고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베가 시크릿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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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두 개로 화면 윗부분을 잡고 끌어내리면 이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블라인드의 투명도는 총 10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다. 1단계는 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정도로 투명하며, 10단계는 가까이서 봐야 할 정도로 불투명하다. 장소에 따라 투명도를 조절해 사용하면 되겠다.

이 제품은 베가 LTE-A나 베가 시크릿 노트의 장점인 지문인식 기능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후면에 있는 지문 인식 센서에 지문을 등록하면 시크릿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 지문 인식률은 괜찮은 편이다. 대부분 입력 한두 번만 입력하면 시크릿 모드로 진입할 수 있다. 이 시크릿 모드를 활용하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앱이나 연락처 그리고 통화기록 등을 숨길 수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의 앱 장터나 오픈마켓 앱을 시크릿 모드로 숨겨놓으면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맡겼을 때 실수로 결제하는 일을 막을 수 있으며, 연인이나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야릇한' 앱도 이런 방식으로 숨겨놓을 수 있다.

베가 시크릿 업
베가 시크릿 업

앱 외에 콘텐츠를 숨길 수 있는 시크릿 박스 기능도 있다. 시크릿 박스 기능은 지문인식 외에도 패턴 잠금, 비밀번호 잠금 등으로 여러 콘텐츠를 숨길 수 있는 기능이다. 여기에는 메모, 녹음 파일, 사진, 음원, 동영상 등 숨기고 싶은 파일을 보관할 수 있다.

외형과 사양 그리고 편의기능

베가 시크릿업은 크기나 무게 등 외형적인 사양은 물론, 카메라, 프로세서, 메모리 등 내부적인 사양까지 이전 제품인 베가 LTE-A와 동일하다. 때문에 전체적인 기기 성능은 준수하다. 화면 크기는 5.6인치며, 풀HD(1,980x1,080) 해상도를 지원한다. 카메라는 후면 1,300만 화소, 전면 210만 화소다. 메모리는 2GB며 저장공간은 16GB다. 저장공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마이크로SD카드 슬롯을 이용해 최대 2TB까지 추가할 수 있다.

베가 시크릿 업
베가 시크릿 업

배터리는 3,150mAh 대용량 배터리를 채택했다. 배터리 용량은 크지만, 화면이 큰 탓에 배터리가 더 빨리 소모되는 느낌이다. 특히 화면을 꺼놓은 상태에서 배터리 지속시간도 하루 정도로 짧은 점이 아쉽다. 한 번 충전해 오랫동안 사용하려면 화면을 조금 어둡게 하거나, 필요 없는 기능을 모두 꺼야겠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사용자에게 크게 눈에 띄는 제품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3 시리즈, LG전자의 옵티머스G프로를 함께 놓고 제조사 로고만 가리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화면을 켜면 다르다. 베가 시크릿업만의 장점은 스마트폰 홈화면을 사용자가 직접 디자인하고 아이콘 크기나 위치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홈 화면에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기능을 모아놓고 간편하게 이용하거나, 직접 그린 그림, 촬영한 사진 등으로 색다르게 꾸밀 수 있다.

베가 시크릿 업
베가 시크릿 업

팬택, 시크릿업으로 '업' 할 수 있을까?

팬택이 이번에 출시한 베가 시크릿업은 진동 스피커라는 독특한 기능으로 사용자의 귀를 즐겁게 해줄 제품이다.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콘서트 홀이나 클럽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소품도 박스 하나만 있으면 되니 간편하다. MT자리에서 이 제품 하나만으로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다. 이런 재미있는 기능에 준수한 성능까지 갖췄다. 제품이 출시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다 할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베가 시크릿업은 스마트폰 시장에 독자적인 자리를 잡을 것이다.

베가 시크릿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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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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