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지만 다 된다? 이통 3사 광고 속에 담긴 '꼼수'

김영우 pengo@itdonga.com

요즘은 어느 시간에 TV를 켜더라도 이동통신 3사의 광고를 볼 수 있다. 워낙 많이 광고를 하는 터라 이동통신 시장에 관심이 없는 시청자라도 이들 업체들의 광고문구 몇 가지 정도는 외울 정도다. 이들 광고의 가장 큰 목적은 물론 '우리 통신사에 가입하시라'는 것이다. 광고에 나오는 문구도 몇 가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짧은 문구에 생각 이상으로 많은 의미가 압축되어있고, 각 통신사의 특성 및 현재 처한 상황이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을 아는 시청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리고 자사의 일부 약점을 은근 슬쩍 덮으면서 오히려 장점인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3사의 TV광고를 살펴보며 이를 분석해보자.

KT – '황금주파수', '광대역'

가장 먼저 KT의 광고를 보자. 이 회사의 광고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황금주파수', 그리고 '광대역 LTE'다. 광대역이란 한층 넓어진 대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으로 한층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는 의미로, 최근 이동통신 시장의 최대 화두다. 지난 8월 말에 이동통신 3사는 정부로부터 각각의 추가 주파수 대역을 확보했는데 그 중 KT가 확보한 1.8GHz D2 대역, 이를 KT에선 '황금주파수'라 부르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주파수가 동일한 대역의 다른 주파수와 다른 성질의 전파를 쓰는 것은 아니다. 다만 KT가 처한 입장 때문에 이는 '황금주파수'가 되었다.

이통 3사 광고
이통 3사 광고

KT에게 있어 이 대역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기존 KT의 LTE 주력 주파수와 완전히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KT는 복잡한 장비 교체나 망 확충작업을 거의 거치지 않고도 기존 LTE보다 빠른 광대역 LTE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는 KT입장에서만 '황금주파수'이고 타사 입장에서 무리하게 확보할 필요가 없던 구간일 수도 있다. 뭔가 항의라도 하고 싶을 텐데 딱히 그러지도 못하는 것이 이 시장이다.

그리고 KT의 광대역 LTE는 기존의 모든 KT LTE 이용자들이 단말기를 바꾸지 않고 곧장 빨라진 속도를 체감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 역시 KT가 1.8GHz를 LTE 주력망으로 쓰고 있던 덕분이다. 다만, 2013년 11월 현재, 이제 막 서울 지역 커버리지를 구축한 SKT, 서비스 시작도 못한 LGU+에 비하면 사정은 낫지만, KT의 광대역 LTE 서비스의 빠른 속도는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체감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실 KT는 지금 당장이라도 전국에서 광대역 LTE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으나 정부에서 지나치게 KT에게 유리하게 될 것을 우려, 광역시는 내년 3월, 전국망은 7월 이후에 실시하도록 제한을 걸었기 때문이다.

LGU+ – '100% LTE', '넓은 주파수'

LGU+의 광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구는 바로 '100% LTE'다. 특히 타사의 LTE 단말기가 평상시에 LTE(4G)로 접속 모드가 표시되다가 전화가 오면 3G로 변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3G 섞인 타사의 LTE와 차별화되는 LGU+의 100% LTE'를 강조한 바 있다. 물론, 평소에 LTE를 쓰다가 전화 통화를 할 때 3G로 바뀐다면 좀 기분 나쁠 순 있을 것이다.

이통 3사 광고
이통 3사 광고

다만, 'LTE 100%'를 강조하는 것에는 LGU+의 말 못할 사정이 있다. 3G를 섞고 싶어도 섞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LG유플러스가 3G 시절에 하던 CDMA2000 방식 서비스는 일부 국가에선 3G가 아닌 2G, 혹은 2.5G로 분류된다. 따라서 LGU+는 데이터뿐 아니라 음성까지 LTE로 전송하는 'VoLTE(일명 HD 보이스)'의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타사의 경우는 음성은 3G, 데이터만 LTE로 서비스해도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LGU+에 비해 VoLTE에 큰 관심이 없다. 사실 SKT나 KT의 LTE 단말기 중에서도 VoLTE를 지원하는 것이 많다. 단지 사용자들이 이 기능을 켜지 않았을 뿐이다.

또한, 최근 LGU+는 지난 8월의 주파수 경매 이후 가장 '넓은' 대역의 주파수를 자사가 확보했다는 점을 광고에서 강조하고 있다. 이는 물론 거짓이 아니다. LG유플러스가 지난 경매에서 확보한 2.6GHz 주파수의 대역은 40MHz에 이르는데, 이는 타사가 보유한 1.8GHz 주파수의 35MHz 대역에 비해 분명히 넓은 것이다. 다만 문제는 이 주파수의 특성이다. 지금까지 국내 어떤 회사에서도 2.6GHz 주파수로 LTE 서비스를 한 적이 없다. 따라서 기존 LTE 단말기 중에 LG유플러스의 광대역 LTE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몇 개나 될지 의문이다.

생소한 주파수에서 광대역 LTE를 구현하기 위해 커버리지의 확보 및 새로운 단말기의 보급을 비롯한 준비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아직 LGU+는 광대역 LTE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했다. 다만, 워낙 왕성하게 광고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LGU+가 경쟁사보다 빠른 광대역 LTE 서비스를 이미 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할 만도 하다.

SKT – '잘 모르지만 다 된다'

SKT의 광고는 철저히 경쟁사들에 대응, 그들의 광고문구를 조롱하는 듯한 분위기로 시작된다. 혼란스런 시내 한복판에서 '황금 잉어빵이 왔어요~', '광대역 2번 출구', '여기가 더 넓어요' 등을 외치는 상인들에게 모델(배우 하정우)은 '쉬잇'을 날리며 'SKT는 다 된다'고 한다. 그 외에 구체적으로 뭐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후속 광고에서도 모델은 여러 가지를 묻는 사람들에게 '난 단지 광고 모델이라 잘 모르지만 SKT가 다 된다는 건만 안다'라고 말할 뿐이다.

이통 3사 광고
이통 3사 광고

경쟁사들이 이것저것 잔재주를 부리지만 결국은 최대의 가입자를 확보한 SKT 앞에서는 '쉬잇'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광고 중에 '광대역으로 기존 고객도 빠르게', '전국 84개시로 가장 넓게' 라는 문구도 살짝 넣었다. 그런데 사실 이 광고 중에도 약간의 '꼼수'가 있다. '광대역으로 기존 고객도 빠르게' 문구의 하단에는 자그마한 글씨로 '서울 일부 지역 해당, 추후 확대예정' 이라는 문구가 써있다. 참고로 SKT는 지난 10월 말에 서울 전지역 광대역망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KT에서 '모든' 기존 LTE 단말기에서 빠른 광대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과 달리, SKT의 광고 문구에는 '모든' 이라는 단어가 없다. 단지 '기존 고객'이라고 모호하게 표현할 뿐이다. 실제로 SKT의 LTE 단말기 중에는 광대역 LTE를 이용할 수 없는 것들이 제법 많다. 이는 SKT가 광대역 서비스를 실시하는 1.8GHz 주파수 대역이 본래 SKT의 주력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SKT용으로 나온 갤럭시S2 LTE나 갤럭시노트, 옵티머스LTE, 베가LTE 등의 단말기들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기존 SKT의 주력망이었던 850MHz만 지원한다.

또한, '전국 84개시로 가장 넓게' 라는 문구의 경우, 광대역 LTE가 아닌 LTE-A 서비스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역시 최신 LTE-A 단말기를 보유한 고객들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인데, 앞서 이야기한 '광대역으로 기존 고객도 빠르게' 라는 문구와 이어서 읽으면 마치 SKT의 광대역 LTE 서비스를 전국 84개시에서 모든 기존 LTE 단말기 사용자가 쓸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잘 모르겠지만 SKT는 다 된다' 라는 후속 광고의 문구가 절묘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거짓말은 아니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이통 3사의 광고에 담긴 '꼼수'를 짚어보긴 했지만, 사실 이들이 말한 광고 문구 중에 문장 자체가 완전히 거짓이라고 할만한 것은 없었다. 다만 절묘한 단어의 배치나 표시 타이밍, 그리고 다분히 의도적이면서도 모호한 표현으로 인해 장점을 극대화하거나 단점을 살짝 가리는 사례가 대단히 많은 것은 확실하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신제품의 출시 속에 소비자들도 나름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며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기업들은 이보다도 몇 걸음 앞에 있다. 이들이 전달하는 정보들이 과연 믿을 만 한 것인지, 그리고 자신이 가진 지식은 정확한 것인지 곰곰이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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