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코어 > 4코어? 실제성능과 상관없는 '숫자의 함정'

김영우 pengo@itdonga.com

'4세대 코어 i5-4670 쿼드코어 프로세서에 DDR3 PC3-12800 4GB 듀얼채널 메모리, 지포스 GTX 660 2GB 그래픽카드…'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을 사기 위해 제조사 홈페이지나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다 보면 반드시 접하게 되는 용어들이다. 일부 '고수'나 전문가들이라면 술술 알아듣겠지만, 대다수 일반인들에게는 수학공식만큼이나 이해하기 힘든 기호와 숫자의 나열들일 뿐이다.

그래서 상당수 소비자들은 단순히 사양표에 적힌 '숫자'에만 집중하곤 한다. 이를테면 "코어가 4개 달린 쿼드코어 프로세서라면 코어 2개짜리 듀얼코어보다 무조건 성능이 좋을 것이고, 지포스 GT 610이면 지포스 GTS 450보다 고성능 그래픽카드일 것이다"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PC의 성능이라는 것이 단순히 들어간 소자의 수가 많다고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각 부품에 최대한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구매를 유도하고자 하는 제조사들의 전략도 녹아 들어 있기 때문이다.

쿼드코어는 무조건 듀얼코어보다 고성능?

PC의 가장 핵심적인 부품인 프로세서(CPU)의 경우, 품고 있는 코어(핵심연산회로)의 수에 따라 2개이면 듀얼코어, 4개이면 쿼드코어로 분류한다. 다만, 그렇다 하여 코어의 수가 많은 프로세서가 무조건 성능이 우월한 것은 아니다. 코어의 수 외에 클럭(동작속도) 및 캐시(임시저장공간)의 용량, 그리고 아키텍처(설계기법) 등의 요소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 예로 AMD A6-1450 프로세서의 경우, 쿼드코어이긴 하지만 듀얼코어 프로세서인 인텔 코어 i5-4200U에 비해 연산능력이 낮다. 인텔 코어 i5-4200U가 AMD A6-1450에 비해 코어당 성능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종 프로세서의 성능을 측정, 수치화한 결과를 보여주는 PASSMARK 벤치마크 결과에 의하면 AMD A6-1450는 1,564점, 인텔 코어 i5-4200U는 3,394점을 기록했다.

숫자의 함정
숫자의 함정

때문에 AMD A6-1450는 50~60만원대의 보급형 노트북에 주로 탑재되며 인텔 코어 i5-4200U가 탑재된 노트북의 가격은 100만원대인 경우가 많다. 다만, 일부 PC제조사의 경우, 쿼드코어라는 것만 강조하고 실제 성능에 대해서는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숫자의 함정
숫자의 함정

삼성전자의 노트북인 아티브북9 Lite(NT915S3G) 같은 제품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에서는 이 노트북에 AMD와 협력하여 특별히 제작한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100만원 남짓에 팔고 있다. 아티브북9 Lite에 탑재되었다는 쿼드코어 프로세서는 최대 1.4GHz의 클럭을 발휘하며, 라데온 HD 8250 그래픽을 내장한 것이 특징이라는데, 이는 AMD A6-1450의 사양과 정확히 일치한다. 아티브북9 Lite의 프로세서에 어떤 특별한 공정을 추가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숫자의 함정이 난무하는 그래픽카드

게임 구동능력에 영향을 끼치는 그래픽카드 역시 ‘숫자의 함정’에 걸리기 쉬운 항목 중 하나다. 시중에 팔리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의 '지포스' 시리즈와 AMD의 '라데온' 시리즈다. 그런데 양사는 수개월 단위로 각종 신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어 어지간히 관련정보에 밝지 않은 사용자라면 어떤 그래픽카드가 더 좋은 것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일정한 법칙은 있다. 요즘 팔리고 있는 지포스 시리즈는 '지포스 GT 610'과 같이 3자리 수의 모델번호, 라데온 시리즈는 '라데온 HD 7850'와 같이 4자리 수의 모델번호가 들어간다. 여기서 가장 앞자리의 수는 세대, 그 다음 자리의 수부터는 등급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포스 GT 610은 지포스 GTX 560에 비해 신형이긴 하지만 성능은 크게 떨어진다. 마찬가지 원리로, 라데온 HD 5870은 라데온 HD 6450에 비해 구형이지만 성능은 훨씬 우수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숫자의 함정
숫자의 함정

다만 시중에 팔리는 PC중에는 지포스 GT 710M이나 라데온 HD 8310과 같이 세대는 최신이지만 성능 등급은 크게 떨어지는 그래픽카드를 넣고 게임성능이 대단히 우수하다고 홍보하는 경우도 제법 있어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주의할 점은 2008년 이전에 나온 구형 지포스 시리즈, 2005년 이전에 나온 구형 라데온 시리즈는 제품명을 표기하는 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구형 지포스의 경우, '지포스 8800 GTX', '지포스 9800 GT'와 같이 4자리수의 모델 번호로 표기했고 구형 라데온의 경우 '라데온 7500', '라데온 9550'과 같이 'HD'라는 문구가 들어가지 않았다.

이를 잘 모르면 지포스 9800 GT와 같은 구형 그래픽카드가 지포스 GTX 660과 같은 신형 그래픽카드보다 좋은 제품인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아무리 등급이 높은 제품이라도 나온 지 5~6년 지난 것이라면 신형의 하위 등급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진다. 중고PC, 혹은 중고 그래픽카드를 거래하고자 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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