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화면비율, 어떤 걸 써야 할까?

이상우 lswoo@itdonga.com

디스플레이의 대명사였던 브라운관(CRT, cathod ray tube)이 LCD로 대체되면서 화면은 점점 얇아졌다. 이와 함께 화면 비율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과거 4:3이던 화면 비율이 16:9처럼 가로로 넓어지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이보다 더 넓은 21:9 비율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다양한 화면비율은 각각 어떤 특징이 있을까?

다양한 화면비율의 모니터
다양한 화면비율의 모니터

문서 가독성 높은 4:3

4:3 비율은 CRT디스플레이 보급이 줄어들면서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장점 덕에 아직 이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가장 큰 장점은 웹 페이지나 워드파일 등을 읽을 때다. 일반적으로 이런 전자문서는 위에서 아래로 읽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같은 크기(인치)의 화면이라면 상대적으로 세로 비율이 큰 4:3 화면에 한 번에 표시되는 정보가 많다. 스크롤을 내릴 일이 적다는 말이다.

4:3과 16:9의 가독성 차이
4:3과 16:9의 가독성 차이

웹툰 작가나 프로게이머와 같은 전문적인 직종의 종사자들도 작업의 특성 때문에 4:3 화면을 선호하기도 한다. 웹툰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이유다. 웹툰 역시 위에서 아래로 읽기 때문에 가로로 넓은 16:9 화면보다는 4:3 화면에서 작가가 작업 결과물을 확인하기 편하다는 것이다. 프로게이머는 조금 다른 이유다. 16:9 화면은 가로로 넓어 시선이 양쪽으로 분산되기 때문에 화면 가운데 시선을 집중할 수 있는 4:3 화면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1인칭 슈팅게임(FPS) 프로게이머들이 이런 경향이 많다. 게다가 일부 프로게이머는 화면 반응속도가 빠른 4:3비율의 CRT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높은 가독성 때문인지 일부 모바일 기기는 4:3 화면비율로 출시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LG전자 옵티머스뷰 시리즈와 애플 아이패드 시리즈다. 4:3 화면비율 덕에 화면에 표시되는 키보드도 가로로 길어 16:9 스마트폰보다 오타가 적다. 스마트폰을 가로로 눕혀 사용해도 가상 키보드가 화면을 차지하는 비율이 일반 스마트폰보다 적은 것도 장점이다.

생생한 화면비 16:9

16:9 비율의 가장 큰 장점은 동영상 및 사진 감상 시 편하다는 것이다. 사람의 눈은 상하보다 좌우로 넓게 볼 때 더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지상파 방송 콘텐츠가 SD급(640x480) 아날로그 방송에서 HD급(1,280x780) 이상, 16:9 화면비의 디지털 방송으로 바뀌면서 화면 비율도 함께 바뀐 것이다. 16:9는 상대적으로 4:3보다 다중작업(멀티 태스킹)에도 유리하다. 한 화면에 볼 수 있는 가로 길이가 넓기 때문에 인터넷 창, 문서작업 창 등을 동시에 열어놓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6:9보다 세로로 조금 더 긴 16:10도 일부 출시되면서 4:3에서 누리던 가독성과 다중작업의 효율성을 함께 누릴 수 있다.

16:9 비율로 게임하는 모습
16:9 비율로 게임하는 모습

일부 게임에서는 16:9 화면비가 더 유리한 부분도 있다. 순간적인 집중력이나 빠른 조작이 필요한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RTS)나 FPS는 4:3이 유리하겠지만, 레이싱 게임이나 롤플레잉 게임처럼 주변 배경 등을 넓게 봐야 하는 게임은 가로로 넓은 화면이 유리하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의 게임은 주변 상황을 모두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넓게 보면 넓게 볼수록 유리하다.

다양한 활용성 21:9

최근에는 16:9 와이드스크린보다 가로로 더 긴 21:9 화면이 출시되고 있다. 지난 2012년 겨울 LG전자가 2,560x1,080을 지원하는 29인치 모니터를 출시하면서 디스플레이 시장에 21:9를 처음으로 선보인 것. 이후 아치바코리아, 알파스캔, 위텍인스트루먼트 등 다양한 국내외 기업도 21:9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LG전자가 출시한 21:9 모니터
LG전자가 출시한 21:9 모니터

21:9의 가장 큰 특징은 영화감상에 최적이라는 것이다. 극장용 영화는 대부분 2.35:1의 '시네마스코프'라는 화면비로 제작된다. 가장 많이 쓰이는 16:9(1.78:1) 모니터로 이런 영화를 보면 위아래에 검은 공백(레터박스)이 생긴다. 이와 달리 21:9(2.33:1) 모니터는 시네마스코프 화면비율과 비슷하기 때문에 공백 없이 꽉 찬 화면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그만큼 영화 몰입도도 높아진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어떤 기업은 TV, 올인원PC, 모니터 등 21:9 제품군에 시네뷰(CineView)라는 이름을 붙여 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지상파 방송(디지털)은 16:9 비율로 제작되며, 일부 케이블 방송과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은 4:3 비율이다. 이런 콘텐츠를 21:9 화면으로 볼 때는 좌우에 공백이 많이 생긴다. 화면이 가로로 더 길기 때문이다. 언뜻 단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공백을 다르게 활용할 수도 있다. 스마트TV라면 이 공백에 메신저나 각종 위젯, 검색 창, 스마트폰 연결 화면 등을 띄워 활용할 수 있고, IPTV 셋톱박스를 연결했다면 메뉴를 열어도 보고 있던 화면을 가리지 않는다. 게임을 할 때도 앞서 4:3보다 16:9가 유리했던 ‘넓게 본다’는 점도 더 크게 누릴 수 있다(단, 해당 게임이 해상도 지원 시).

화면을 나눠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대부분의 21:9 모니터는 화면 분할 기능을 갖춘 경우가 많고, 사용자가 이를 통해 화면을 2~4개로 나눠 다중 모니터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증권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4:3 모니터 3~4개를 연결해 각 모니터마다 서로 다른 창을 열어놓고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기도 한다. 이 사람이 21:9 모니터를 사용한다면 책상 위 공간이 더 넓어지며, 케이블 숫자도 줄어 깔끔하다.

아직 21:9는 영화감상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다. 하지만 21:9는 영화감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모니터의 경우 제품 하나로 다중 모니터를 구성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일반 모니터를 다중 구성 시 베젤(화면 테두리) 때문에 생기는 경계면도 없어 몰입감이 높다. 이런 장점들로 덕분에 앞으로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21:9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