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구글, 가깝지만 먼 당신

지난 2013년 8월 7일(미국 현지 시간), 시장조사기관 IDC가 발표한 'Worldwide Quarterly Mobile Phone Tracker' 예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2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동기 대비 51.3% 증가한 2억 3,640만 대에 달한다. 이는 1분기 출하량이었던 2억 1,630만 대에서 약 9.3% 증가한 규모다.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늘어나는 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당장 우리 주변만 둘러봐도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사용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

주목할 점은 모바일 운영체제 점유율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9.3%이다. 출하량은 1억 8,740만 대. 전년동기 대비 10.2%의 점유율이 늘었다. 같은 기간 애플의 아이폰 출하량은 3,120만 대로 점유율은 13.2%이다. 전년동기 대비 3.4% 감소한 수치(2012년 2분기 출하량은 2,600만 대로 점유율은 16.6%였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다. 참고로 3위는 윈도폰이 870만 대로 점유율 3.7%, 4위는 블랙베리가 680만 대로 점유율 2.9%를 차지했다.

2013년 2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
점유율
2013년 2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 점유율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출시한 업체 중 전세계 1위는 삼성전자다. 출하량은 7,330만 대로 점유율은 39.1%. 2위는 LG전자로 출하량 1,210만 대, 점유율은 6.5%다. 뒤를 이어 중국의 레노버(6.1%), 화웨이(5.4%), ZTE(5.4%)로 나타났다. 한국과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가 전세계 스마트폰 중 약 70%를 생산하는 셈이다.

2013년 2분기 전세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출하량
Top5
2013년 2분기 전세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출하량 Top5

삼성전자와 구글, 파트너인가 경쟁 상대인가

알다시피, 구글은 지난 2011년 모토로라를 인수했다. 당시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유로 애플과 삼성전자 간에 벌어진 '특허분쟁'처럼 향후 공격 당할 수 있는 특허 문제에 대한 대비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모토로라만을 위한 특혜는 없을 것이라며 기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달랬다. 구글 래리 페이지 CEO는 "모토로라 인수는 구글의 특허 체제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안드로이드를 MS나 애플, 그리고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더 잘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모토로라 인수를 '특허 확보'에 맞췄다.

구글의 부사장 앤디 루빈도 말을 더했다. 그는 "모토로라 인수가 안료되어도 지금 상황과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라며, "구글의 레퍼런스폰인 '넥서스' 전략도 지금과 같이 유지할 것이다. 각 제품이 나올 때마다 여러 제조사의 경쟁을 통해 파트너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모토로라도 이 과정에 참여하는 하나의 업체에 불과하며, 별다른 혜택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모토로라 로고
구글, 모토로라 로고

하지만, 업계는 구글이 언제든지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소프트웨어)와 모토로라라는 스마트폰 제조사(하드웨어)를 앞세워 애플처럼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계했다. 이에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이후 삼성전자는 멀티 운영체제 전략을 강화했다. 지금은 거의 내놓지 않지만 윈도폰을 선보인 바 있으며,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 타이젠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 중이다. 한때 자체 개발한 바다 OS를 탑재한 '웨이브'도 선보였다. 안드로이드 하나에 모든 것을 걸 수 없다는 판단이다.

타이젠 로고
타이젠 로고

또한, 삼성전자가 애플과 치열한 특허 분쟁을 벌일 때, 마치 관망하는 듯 뒤로 물러난 구글의 모습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당시 구글은 "법정에서 애플이 주장한 특허 대부분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핵심 기능과 무관하다"라며, 애플과 진행 중이던 무선 특허 분쟁을 종결하기 위해 중재절차에 들어갔다. 최대 파트너사인 삼성전자가 특허 분쟁 중인 애플과 화해 분위기로 나서며, 3사 간의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

물론, 그 때나 지금이나 삼성전자는 구글의 최대 파트너사다. LG전자를 비롯한 중국의 레노버, 화웨이, ZTE도 마찬가지다. 다만,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뒤 서로의 관계가 묘해진 것이 사실. 이제는 파트너사임과 동시에 경쟁사다. 이 무슨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그리고 구글과 삼성전자는 누구보다 이 상황을 잘 이해한다.

넥서스5 제조사는 모토로라인가 구글인가

넥서스 시리즈는 구글이 선보이는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의 기준 제품이다. 지금까지 넥서스 시리즈를 내놓은 업체는 총 4개 사. HTC가 넥서스원을, 삼성전자가 넥서스S와 갤럭시넥서스를, LG전자가 넥서스4를 선보였다. 그리고 삼성전자가 넥서스10 1세대를, 에이수스가 넥서스7 1세대 및 2세대를 출시했다. 이 업체들이 출시한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를 살펴보면, 넥서스 시리즈를 내놓은 이전과 이후의 차이가 크다. 마치 안드로이드 인증마크와도 같은 느낌. 어떻게 하면 안드로이드를 기기에 최적화할 수 있는지 이해한 셈이다.

넥서스4
넥서스4

그리고 최근 해외 몇몇 매체에 따르면, 모토로라와 에이수스가 구글의 차기 넥서스 시리즈 넥서스5와 넥서스10 2세대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직 구글이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결코 가볍게 흘릴만한 내용은 아니다. 모토로라가 넥서스5를 출시한다는 의미는 구글이 직접 넥서스를 선보인다는 의미와 같다. 구글이 밝힌 것처럼 여러 제조사의 경쟁을 통해 모토로라가 선정되었을지 모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구글이 지금 현 안드로이드 시장 상황을 뒤집겠다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기존 안드로이드 진영과 협업해나가며 점차 모토로라의 비중을 높이지 않을까 예상한다. 구글에게도 업계의 반발은 부담이다. 견제 정도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의 상황을 100% 예측할 수는 없지만, 구글의 이러한 시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안드로이드로 벌어들이는 이익이 삼성전자가 구글을 앞선다는 시장조사결과도 있었다. 구글은 이 상황이 결코 달갑지 않다. 구글도 최대 경쟁사인 애플이 iOS라는 운영체제와 아이폰이라는 제조라인을 동시에 갖추고 거두는 성과를 알고 있다. 넥서스5가 구글이 자체 플랫폼을 강화하는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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