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의 새로운 패러다임, '21:9'

이상우 lswoo@itdonga.com

HD, 풀HD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화면 비율도 과거와 달라졌다. 브라운관(CRT, cathod ray tube)모니터 시절 4:3이었던 화면비율이 LCD 모니터로 넘어오면서 16:9(16:10)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16:9가 4:3보다 뛰어난 점은 화면이 가로로 더 넓다는 것. 때문에 사용자가 화면 하나에 인터넷 창과 문서작업 창을 동시에 열어 작업하거나 넓은 화면으로 게임을 즐기기에 한결 유리하다(해상도 지원 시). 그런데 이 16:9 모니터도 좁은지 모니터 2개를 연결해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한 번에 볼 수 있는 너비가 2배로 늘어나 다중 작업(멀티태스킹)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증권, 영상/음향 편집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업무 효율을 위해 일반 사무직 종사자나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하려는 일반인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듀얼 모니터
듀얼 모니터

그런데 듀얼 모니터의 경우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양쪽 화면 색감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 다시 말해 왼쪽 화면에서 색상을 보정하던 사진을 오른쪽 화면으로 가져오면 색이 다르게 보인다. 실제로 필자가 사용하는 모니터도 오른쪽이 약간 붉게 보이며 조금 더 밝다. 때문에 오른쪽 화면에서 작업한 사진을 왼쪽 화면에서 열면 원래 작업했던 사진보다 어둡고 약간 푸르스름하다. 또 다른 문제는 베젤(화면 테두리)이다. 베젤이 가운데 몰려있어 두 화면 경계를 나누는 느낌을 주고, 몰입도도 떨어진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최근 21:9 화면비율의 파노라마 모니터가 주목받고 있다. 21:9 모니터 하나로 기존 듀얼 모니터 효과를 낼 수 있으며, 게임이나 영화 감상 시 기존 16:9 모니터보다 더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21:9 모니터는 16:9 모니터보다 1.3배, 5:4 모니터보다 2배 가량 가로로 넓다.

21:9는 영화 감상에 최적

디스플레이 시장에 세계 최초로 21:9라는 화두를 던진 기업은 LG전자다. LG전자는 지난 2012년 11월 해상도 2,560x1,080을 지원하는 29인치 모니터를 출시했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미 대중성이 검증된 16:9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이득이겠지만, LG전자의 생각은 조금 달랐나 보다. 다양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최근에는 아치바코리아, 알파스캔, 위텍인스트루먼트 등 다양한 국내외 기업도 21:9 모니터를 출시하고 있다.

LG전자 21:9 모니터
LG전자 21:9 모니터

이들 기업은 제품을 선보이면서 '영화 감상에 최적인 제품'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LG전자는 일체형(올인원)PC, TV, 모니터 등 21:9 제품군에 '시네뷰'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다. 21:9 제품이 왜 영화감상에 좋은 제품일까? 극장용 영화는 대부분 2.35:1의 '시네마스코프' 화면비로 제작된다. 일반 16:9(1.78:1) 모니터로 이런 영화를 보면 위아래 검은 공백(레터박스)이 생기거나 좌우 화면이 조금씩 잘리게 된다.

시네마스코프 영상을 16:9 화면으로 감상 시 상하 공백이
나타난다
시네마스코프 영상을 16:9 화면으로 감상 시 상하 공백이 나타난다

이와 달리 21:9(2.37:1) 모니터는 시네마스코프 화면비율과 비슷하기 때문에 공백 없이 꽉 찬 화면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21:9 모니터는 시네마스코프영상 감상 시 레터박스가
없다
21:9 모니터는 시네마스코프영상 감상 시 레터박스가 없다

반면, 16:9 회면비로 제작된 콘텐츠를 21:9 모니터로 볼 때는 좌우에 공백이 크게 생긴다. 화면이 가로로 더 길기 때문이다. 최근 나오는 지상파 방송(디지털)은 16:9 비율로 제작되며, 일부 케이블 방송과 과거 지상파 방송(아날로그)은 4:3 비율이다. 만약 TV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보는 경우 21:9 모니터는 앞서 말한 것처럼 좌우 공백이 생기기 마련인데, 스마트TV라면 이 공백에 메신저나 각종 위젯, 검색창, 스마트폰 연결 화면 등을 띄워 활용할 수 있다.

21:9 모니터가 영화에만 유리할까? 아니다. 화면이 가로로 넓기 때문에 일반 16:9 모니터 2개로 하던 멀티 태스킹을 21:9 모니터 하나로 할 수 있다. 인터넷 창 3개를 한 화면에서 동시에 볼 수도 있으며, 이 덕에 화면전환 단축키(Alt+Tab)를 누르는 일도 줄어든다. 제품에 따라 화면분할 기능을 제공해 사용자가 원하는 비율로 화면을 나눠 한쪽에서 영화를 보고 다른 쪽에서 웹 서핑도 할 수 있다. 21:9 모니터 하나로 일반 모니터 2개의 효과를 낼 수 있으니 책상 위도 한결 깔끔해진다. 필요한 케이블(화면 출력 케이블, 전원 케이블)이 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21:9 모니터에 인터넷 창 3개를 열어놓고 사용하는
모습
21:9 모니터에 인터넷 창 3개를 열어놓고 사용하는 모습

21:9의 가능성

필자는 21:9라는 비율이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일반 16:9 제품보다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앞서 21:9의 단점으로 일반 콘텐츠(영화가 아닌) 감상 시 생기는 좌우 공백을 들었지만, 바꿔 생각하면 이 공간에 다른 창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16:9인 지상파 방송을 보면서 화면 한쪽에는 인터넷 창을 열어 웹 서핑을 할 수 있다. IPTV의 경우 메뉴를 열어도 보고 있던 화면을 가리지 않는다.

게임을 할 때도 화면을 넓게 볼 수 있다. 만약 해당 게임이 21:9 비율의 해상도를 지원한다면 사용자는 다른 게이머보다 좌우로 더 넓은 화면을 볼 수 있다. 특히 비행 시뮬레이션이나 전략 시뮬레이션, FPS 등의 게임을 할 때 상대방보다 더 유리하다. 21:9를 지원하지 않더라도 화면 한쪽에 메신저 등을 열어 사용할 수 있다. 더 이상 게임 중에 연인의 '카톡'을 무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21:9라는 새로운 제품군을 통해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것이다. 최근 출시되는 디스플레이 형태와 크기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화면 비율이 16:9로 한정돼있다. 때문에 새로운 비율의 제품은 기존 제품에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으리라 본다.

이런 많은 장점에도 21:9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다. 일반 사용자에게는 16:9 모니터 하나만 있어도 충분한 경우가 많으며, 국내 시장에 21:9 제품을 출시하는 기업도 드물기 때문이다. 그나마 나오는 제품도 화질과 성능을 중시한 고급형 제품이 많아 가격대가 높다. 아직은 일부 전문가, 혹은 영화 감상을 위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제조사가 화질에 초점을 맞추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가 새롭게 내세운 시네뷰 전략은 모니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까? 올 하반기를 기대해본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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