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계의 '우사인 볼트', HP 오피스젯프로 X576dw

이상우 lswoo@itdonga.com

잉크젯 프린터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구식이다', '인쇄 속도가 느리다', '잉크가 번진다', '소리가 크다' 등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몇 년 전부터 레이저 프린터가 사무실을 점령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3월, 한국HP가 이런 프린터시장에 잉크젯 프린터(복합기)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로 'HP 오피스젯프로 X576dw(이하 X576dw)'다. 한국HP 온종호 부사장은 이 제품을 소개하면서 "HP 25년 인쇄기술의 집약체"라고 설명했다. 도대체 어떤 제품이길래 이런 자부심을 드러냈을까? 직접 사용해봤다.

HP 오피스젯프로 X576dw
HP 오피스젯프로 X576dw

기네스에 오를 정도로 빠른 인쇄속도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인쇄속도가 일반 레이저 프린터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레이저 프린터 인쇄속도는 보통 30~40PPM(Page per minute, 분당 인쇄 페이지수). 그런데 X576dw의 최대 인쇄속도는 70PPM이다. 이 속도는 지난 2012년 4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업무용 컬러 데스크톱 프린터로 기네스에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미화 1,000달러 이하 레이저 및 잉크젯 컬러 데스크톱 복합기/미화 800달러 이하 프린터 기준). 물론 인쇄내용이나 품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엄청난 속도다. HP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전문가 품질'로 분당 최대 40장, '일반 사무용 품질'로 분당 최대 70장까지 인쇄할 수 있다. 실제로 18페이지 분량의 소논문 한편을 전문가 품질로 인쇄하는데 25초 정도 걸렸다. 양면인쇄도 지원한다. 양면인쇄 속도는 최대 33PPM이다.

HP 오피스젯프로 X576dw 인쇄속도 측정
HP 오피스젯프로 X576dw 인쇄속도 측정

일반 사무용 품질은 출력 속도가 빠른 만큼 인쇄 품질이 조금 떨어진다. 출력한 문서를 최대 화질로 스캔해서 확대해보니 글씨 끝 부분이 갈라진 것이 보인다. 다음 사진은 전문가와 일반 사무용의 인쇄 품질 차이다. 글씨체는 '나눔고딕'이고 크기는 10pt다.

HP 오피스젯프로 X576dw 인쇄 결과물
비교
HP 오피스젯프로 X576dw 인쇄 결과물 비교

빠른 속도의 비결은 HP가 개발한 '페이지 와이드(PageWide)' 기술이다. 일반 잉크젯 프린터는 '프린터 헤드'가 종이 위를 좌우로 이동하며 인쇄하는 방식이라면 이 제품은 프린터 헤드는 고정된 상태로 잉크를 뿌리고, 종이가 이를 지나가는 방식이다. 때문에 일반 잉크젯 프린터보다 인쇄 속도가 빠르다.

물에 넣어도 안 번지는 '안료 잉크'

이 제품은 출력물 잉크가 번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안료 잉크(기름으로 만든 잉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잉크가 빨리 말라 사진을 출력해도 번지지 않으며, 색 구현력도 좋다. 뿐만 아니라 물이 닿아도 잉크가 번지지 않는다. 책상 위에 서류를 올려놓고 실수로 물을 엎질러도 괜찮다. 실제로 사진 한 장을 A4용지에 출력해 물에 넣고 흔들었다. 종이가 찢어질지언정 잉크가 번지지는 않았다.

인쇄한 문서에 물을 엎었다
인쇄한 문서에 물을 엎었다

IDC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 제품의 유지 비용은 기존 레이저 프린터 유지 비용의 50% 수준이다. 잉크 튜브가 필요 없는 잉크 카트리지를 적용해 노즐이 막히는 등의 잔고장이 없고. 잉크 이외의 소모품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카트리지 내구성도 좋다. HP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대용량 카트리지(14만 5,000원)로 최대 9,200장까지 출력할 수 있다.

카트리지 교체도 쉽다. 카트리지 덮개를 열고 카트리지를 손으로 한번 누르면 튀어나온다. DSLR 카메라에서 SD카드를 넣고 빼는 것과 비슷하다. 토너를 처음 교체하는 사람도 쉽게 교체할 수 있으며, 한 손으로 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다.

HP 오피스젯프로 X576dw 카트리지
HP 오피스젯프로 X576dw 카트리지

이밖에도 이 제품은 모든 덮개를 한 손으로 열고 닫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계됐다. 용지함이나 자동 급지대 덮개, 측면 덮개 등을 쉽게 열 수 있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도 손쉽게 제품 덮개를 열어 용지를 넣는다든가 용지가 걸린 곳을 찾을 수 있다.

HP 오피스젯프로 X576dw
HP 오피스젯프로 X576dw

스캐너도 훌륭해

스캐너 기능은 아주 좋다. 스캔한 파일은 원본과 별반 다르지 않다. 스캔 최대 해상도는 1200PPI(Pixel per inch, 사진 1인치당 얼마나 많은 점으로 구성됐는지 나타내는 단위로 높을수록 선명하다)다. A4용지 한 장을 최대 해상도로 스캔하면 14,028x9,924 크기로 저장된다. 신문에 있는 사진을 스캔해 확대하면 잉크 입자가 보일 정도다. 파일 형식은 JPEG와 PDF를 지원하며, 스캔한 파일은 PC뿐만 아니라 유선 및 무선통신을 통해 네트워크 폴더에 저장하거나 이메일로 전송할 수 있다. 또한, USB 단자를 갖춰 스캔한 파일을 USB 메모리에 바로 저장할 수 있다. 이를 사용하면 PC를 켜지 않고도 스캐너를 사용할 수 있다. 만약 PC와 제품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라면 USB 메모리 하나만 들고 스캔한 파일을 자기 자리로 가져올 수 있다.

컴퓨터를 안 켜도 인쇄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제품에는 USB 메모리를 꽂을 수 있는 단자가 있다. 이 제품은 USB 메모리에 들어있는 문서를 바로 출력할 수 있는 플러그 앤 프린트(Plug and print). 다만 한글이나 MS워드 등의 텍스트로 된 문서는 지원하지 않는다. 지원하는 형식은 PDF, PEG, JPG, PNG, TIFF 등이다. 만약 서류를 출력해야 한다면 텍스트 파일을 PDF형식으로 저장하면 된다. 이밖에도 프린터에 이메일을 보내 이를 출력하는 e프린트, 아이폰/아이패드에 있는 문서를 출력하는 에어프린트(Air Print)기능을 갖췄다. 또한, 와이파이 기능도 있어 프린터와 노트북이 같은 AP에 접속해있다면 노트북에서 바로 출력할 수도 있다.

HP 오피스젯프로 X576dw
HP 오피스젯프로 X576dw

프린터로 온라인에 접속해 서식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도 있다. 메뉴에서 Apps를 선택하면 전용 페이지로 연결된다. 여기서 간단한 문서 서식이나 온라인 뉴스를 내려받아 출력할 수 있으며, 스도쿠 같은 게임도 내려받아 출력할 수 있다.

스도쿠
스도쿠

사진 인쇄 품질은 평범해

사진 인쇄 품질은 정말 평범하다. 사실 사무실용 프린터는 사진보다는 문서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때문에 사진 품질은 기대하기 힘들다. 사무실용 프린터로 프레젠테이션 자료나 사진도 '평범한' 정도로 뽑을 수 있다면 이는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음은 필자가 사진을 A4용지에 출력해 최대 해상도로 스캔한 사진이다. 약간 물이 빠진듯한 색감으로 출력된 이유는 사진 인화지가 아니라 일반 A4용지에 인쇄했기 때문이다. 인화지를 사용하면 원본과 비슷한 색감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사진 품질 비교
사진 품질 비교

몇 가지 아쉬운 점

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가장 먼저 자동 급지대에 용지가 잘 걸린다는 점이다. 한두 장 정도 복사하는 정도라면 평판유리에 하면 되지만 양이 많은 문서를 복사하려면 자동 급지대를 사용하기 마련이다. 필자가 문서 10장을 자동 급지대를 사용해 반복 복사해본 결과 복사 과정에서 문서 대부분의 한쪽 끝이 구겨졌으며, 10장 중 한두 장은 급지대 내부에 걸렸다. 자동 급지대에 용지가 걸리는 것은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지만 이 경우는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뷰 제품에만 있는 결함이기를 바란다.

용지가 걸린 모습
용지가 걸린 모습

터치스크린의 터치감도 조금 아쉽다. 이 제품은 다른 프린터처럼 '감압식' 터치스크린을 탑재했다. 때문에 정전식 터치스크린인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터치감이 나쁘다고 느낄 것이다. 스마트폰 화면처럼 손가락을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화면을 꾹꾹 눌러가며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잉크젯은 아직 죽지 않았다

사무실 프린터는 레이저 프린터가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잉크젯 프린터는 인쇄 속도가 느리며, 카트리지가 비싸고, 잉크가 물에 잘 번진다는 단점 때문이다. X576dw는 이런 잉크젯 프린터의 한계를 극복한 제품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레이저 프린터보다 인쇄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며, 최대 9,200장까지 인쇄할 수 있는 대용량 카트리지를 갖췄다. 또한, 잉크 번짐 문제도 안료 잉크를 사용해 해결했다. 이 제품이 레이저 프린터가 점령한 프린터 시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지켜볼 일이다.

HP 오피스젯프로 X576dw
HP 오피스젯프로 X576dw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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