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 2013] 이 곳에서 만난 개발자 이야기 - 비욘 제프리

애플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 6월 10일(현지 시각)부터 진행하고 있는 '애플 세계개발자 회의 2013(Apple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2013, 이하 WWDC 2013)'은 신제품 발표도 주요 관심사 중 하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개발자에게 자사의 운영체제를 소개하는 것이다. 이는 자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의 양이 많아지고, 질이 향상되기 위한 출발선은 개발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개발자가 등을 돌린다면, 아무리 좋은 운영체제일지라도 그림 속의 떡일 뿐. 이에 WWDC 2013에 참가한 개발자를 만나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앱을 만들고 있는지, 앞으로 바라보는 바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WWDC 2013 둘째 날, 처음 만난 개발자는 토카 보카(Toca Boc AB)의 비욘 제프리(Björn Jeffery) CEO. 그는 스웨덴의 출판 및 미디어 회사 Bonnier의 계열사로 유아용 교육 앱을 전문으로 디자인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앱스토어에 첫 앱을 소개한 이후 많은 베스트셀러 앱을 선보였다. 지금까지 공개한 앱 숫자만 17개. 단순한 교육이 아닌 놀이를 통해 학습하는 것이 효과가 높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포인트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앱을 통해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WWDC에서 만난 토니 보카의 비욘 제프리
CEO
WWDC에서 만난 토니 보카의 비욘 제프리 CEO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토카 보카가 선보인 앱은 게임 내 캐릭터가 단순하게 경험치를 쌓아 레벨을 올리거나, 보상을 받는데 그치지 않는다. 아니, 목적 자체가 다르다. 놀이 전문가, 아트 디렉터, 개발자, 인터래션 디자이너, 마케터 등이 협업해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앱을 디자인한다. 비욘 제프리 CEO가 첫 말문을 연 내용도 이와 같았다.

그는 "처음 앱을 개발했을 때 아이들처럼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앱을 테스트했다. 그리고 이제는 앱을 구동하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해당 기기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교재와 함께 사용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앱과 스마트폰은 교육을 위한 또 다른 교재라고 생각한다. TV는 가만히 앉아서 영상을 보는 일방적인 미디어 장치지만, 스마트 기기는 다르다. 사용하면서 공감하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다. 때문에 아이들이 지겨워하지 않고 놀면서 앱을 이용할 수 있다. 즉,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중요한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WWDC에서 만난 토니 보카의 비욘 제프리
CEO
WWDC에서 만난 토니 보카의 비욘 제프리 CEO

이어서 그는 "우리가 개발한 앱은 게임이 아니라 디지털 장난감(Toy)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게임이 아니다. 룰, 시간 제약, 최고가 되기 위한 과정 등이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없다. 열린 콘텐츠를 제공해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하고자 노력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이다"라며,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많이 노력한다. 앱을 아무나 만들지 않는다. 놀이 디자인(Play Design)을 전문으로 하는 디자이너가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방향성, 컨셉 등을 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학교나 유치원을 다니면서 아이들을 연구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의 행동패턴을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해 앱을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한 다섯 가지 행동패턴이란, 나가서 뛰노는 활동성이 강한 패턴과 인형을 가지고 앉아서 스토리를 만들어 노는 패턴, 레고 같은 조각으로 무언가는 만드는 패턴, 그림을 그리는 패턴, 그리고 마지막은 책이나 교재 등을 통해 지식을 배우는 패턴이다. 그는 "앱스토어를 조사한 결과 마지막 다섯 번째에만 치중한 앱 수가 상당했다. 이 모든 행동 패턴을 적절히 조합한 앱을 개발하고 싶었다. 앞의 4가지 패턴을 적절히 섞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직접 움직이며 만드는 앱을 추구한다

토카 보카 앱은 단순히 앉아서 웃고 떠드는 앱, 그리고 책을 읽는 앱을 지향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직접 스마트 기기를 들고, 움직이고, 돌아다니는, 즉, 활동할 수 있는 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가만히 앉아서 화면을 터치하는 앱이 아니라는 뜻. 그는 직접 앱스토어에 런칭한 앱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핵심은 스마트폰에 탑재한 카메라와 자이로스코프 센서 등의 활용이다.

그가 가방에서 꺼낸 아이폰으로 앱을 실행하자 화면에 귀여운 소녀가 등장했다. 그리고 화면 하단을 터치하자 여러 패턴의 무늬가 나타났는데, 해당 무늬를 선택해 소녀의 옷을 갈아 입힌다. 마치, 인형놀이를 연상케 하는 앱. 이걸로 끝이 아니다. 그는 아이폰 카메라로 옆 사람의 옷을 찍었다. 그러자 옷의 무늬가 그대로 화면에 나타났고, 해당 옷으로 화면 속 소녀의 옷을 갈아입힌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상상하며, 움직일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다.

WWDC에서 만난 토니 보카의 비욘 제프리
CEO
WWDC에서 만난 토니 보카의 비욘 제프리 CEO

자이로스코프 센서를 이용한 앱도 소개했다. 해당 앱을 실행하자 화면 가득 헬리콥터가 날아다닌다. 배경은 아이폰 카메라가 찍고 있는 주변 모습이다. 그리고 화면 아래 헬리콥터를 태워달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 때 아이폰을 손바닥이나 바닥 등 평평한 곳에 놓으면 헬리콥터가 착륙하고, 캐릭터가 헬리콥터에 올라탄다. 이처럼 행동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WWDC에서 만난 토니 보카의 비욘 제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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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에서 만난 토니 보카의 비욘 제프리 CEO

아이가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앱도 소개했다. 앱을 실행하자 화면에 기차가 나타난다. 기차는 마을이나 산을 지나며, 기적을 울리고, 사람을 태우곤 한다. 이를 통해 부모와 함께 대화를 나눈다. 마치 구연 동화를 읽는 것과 비슷하다.

나라, 언어 등 제약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토카 보카는 나라마다 다른 언어의 제약을 없애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그는 "간단한 동작을 통해 앱을 실행하기 때문에 설명 등이 필요 없는 앱을 제작한다. 영어, 한국어, 일본어 등 언어의 제약이 없는 것을 추구하는 것. 어렵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설명하며, "현재 토카 보카 앱은 150여 개국에 출시했다. 미국에서 약 40% 정도를 내려받았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내려받는다. 다만, 이상하게 한국은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라며 웃었다.

이어서 그는 "각 나라와 어울리는 앱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한국도 몇 번 방문했다. 한국 앱 시장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유명한 캐릭터나 한국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실제 몇몇 업체와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WWDC에서 만난 토니 보카의 비욘 제프리
CEO
WWDC에서 만난 토니 보카의 비욘 제프리 CEO

토카 보카는 현재 선보인 17개의 앱 중 16개를 애플 앱스토어에만 선보였다. 그 이유에 대해서 그는 "앱스토의 보안이 안전하다는 것과 앱에서 무분별한 광고가 실행되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는 앱 내 결제도 지향하지 않는다. 처음 앱을 내려받을 때만 결제한다. 결제 금액도 1달러에서 3달러 사이로 정한다. 아이들이 앱을 사용하면서 무분별하게 이것저것 구매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며, "이러한 철학이 애플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아이들 연령대에 맞는 앱을 선보인다

그는 아이들 연령대에 맞는 앱을 선보이는 것도 전략 중 하나라고 전했다. 유치원과 초등학생을 같은 대상으로 분류할 수는 없는 법 아닌가. 먼저 소개한 앱은 일종의 소꿉놀이다. 어린 아이들을 위한 앱으로 식탁 위에 식탁보, 접시, 컵 등을 올리고 음료와 빵을 담는다. 터치하면 음료를 마시며, 빵을 먹는다. 잘못 누르면 컵이 넘어져서 음료가 식탁 위로 쏟아지는데 이 때는 휴지로 닦아야 한다. 모든 음식을 먹고 나면 설거지로 마무리도 해야 한다.

WWDC에서 만난 토니 보카의 비욘 제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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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에서 만난 토니 보카의 비욘 제프리 CEO

단순히 앱만 보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소꿉놀이를 통해 친구, 부모와 대화를 나누고 그를 통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다는 것. 그와 대화를 나눌수록 우리가 생각하는 책과 씨름해야 하는 교육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스마트 기기를 통해 보다 활동적이고 창의적으로 교육할 수 있다는 것.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는 교과서가 없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글 / 샌프란시스코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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