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계의 챔피언, 인텔 코어 i7 980X 익스트림 체험기 1일차

김영우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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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가 하나의 자동차라면 그 핵심인 CPU는 그 자동차를 조종해서 성능을 이끌어내는 드라이버와 같은 존재다. 요즘 PC업계에서 손꼽히는 가장 강력한 CPU라면 역시 인텔의 코어 i7을 들 수 있는데, 이를 자동차 드라이버로 비유한다면 F1 레이싱 세계 챔피언인 ‘미하엘 슈마허’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헌데 얼마 전에 더욱 강력한 코어 i7이 등장했다. 말하자면 슈마허보다 더 뛰어난 F1 레이서가 등장했다는 소리다. 그 주인공은 걸프타운(Gulftown)이라는 개발 코드명으로 불리던 ‘코어 i7 980X 익스트림 에디션(이하 코어 i7 980X)’으로, 제품명만 봐도 강력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뭔가 심상치 않다. 실제로 내부엔 무려 6개나 되는 코어(CPU의 두뇌)가 들어 있다고 한다. 때마침 IT동아에 코어 i7 980X가 입수되어 이를 체험할 기회가 있었으니 그 느낌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일단은 첫인상부터다.

첫인상

대개 어떤 제품을 리뷰할 때 가장 먼저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 바로 제품 외형이다. 헌데 단일 제품도 아니고, CPU같이 PC 내부에 들어가는 부품에 대해 외형 설명을 하는 것은 그다지 재미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 번 짚어주는 것이 좋겠다. 언뜻 보기엔 단순한 네모꼴의 칩 덩어리에 불과할지 몰라도 자세히 살펴보면 나름 의미가 있는 구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윗부분을 살펴보자. 은색의 금속판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히트 스프레더’라고 하여, 내부의 코어를 보호함과 동시에 CPU의 열을 원활히 쿨러로 배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씌워진 것이다. CPU를 처음 장착할 때는 이 부분이 쿨러의 방열판 접점면과 제대로 밀착되도록 써멀 구리스를 도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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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부분을 살펴보면 수많은 금색 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메인보드의 소켓(Socket: CPU를 꽂는 틀)에 돋아있는 핀들과 접촉하는 부분으로, 이를 통해 전력을 공급받고 데이터도 교환한다. 비슷해 보이는 CPU라도 나온 시기나 시리즈, 등급에 따라 소켓 핀의 수가 다르기도 한데, 핀의 수가 다르면 당연히 메인보드와 호환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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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 i7 980X는 총 1,366개의 핀이 달린 ‘LGA1366’ 규격의 소켓을 사용한다. 이는 현재 인텔의 CPU 소켓 중에서 최상위급 제품만 사용하는 규격으로, 여기에는 코어 i7 980X 외에도 코어 i7 900시리즈가 해당된다. 만약 2008년에 처음 나온 코어 i7 920, 940, 965 등이 장착된 PC를 사용하고 있다면, 같은 LGA1366 소켓 규격의 메인보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므로 이번에 나온 코어 i7 980X로도 손쉽게 CPU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참고로 코어2 듀오 / 쿼드 시리즈는 LGA775 규격의 소켓, 코어 i3 / i5 시리즈와 코어 i7 800시리즈는 LGA1156 규격의 소켓을 사용하므로 코어 i7 980X 메인보드와 호환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CPU뿐만 아니라 메인보드도 새로 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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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 i7 980X는 CPU 자체의 모양은 기존의 코어 i7 900시리즈와 같지만 함께 들어 있는 쿨러의 모양은 사뭇 다르다. ‘익스트림’이라는 제품명과 어울리게 크기나 구성면에서 한층 충실해진 쿨러가 들어간다. 이 쿨러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여러 겹의 얇은 방열판들이다. 방열판이 얇을수록, 그리고 그 수가 많을수록 열 배출 효과가 좋다고 하니, 아무래도 기존의 쿨러보다는 높은 냉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성능이 높아질수록 전력 소모와 발열량도 높아지는 만큼, 쿨러 역시 업그레이드를 한 것이다.

장착해 보자

이제 코어 i7 980X CPU를 직접 장착해 보도록 하자. 이번 리뷰에 사용할 메인보드는 인텔의 ‘DX58SO’ 모델로, X58 칩셋 기반의 LGA1366 소켓의 제품이다. 그 동안 IT동아 내에서 코어 i7 920 CPU를 장착해 사용하고 있었다.

코어 i7 920은 2008년 11월에 발표된 제품으로, 최초로 발매된 코어 i7 시리즈 중의 하나다. 개발 코드명인 ‘블룸필드(Bloomfield)’라고 부르기도 한다. 코어의 수는 4개이며, 클럭(clock: 동작속도)은 2.66GHz다. 비록 출시된 지는 2년이 지났고, 코어 i7 시리즈 중에서 가장 저렴한 모델(2010년 4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30만 원 상당)이긴 하지만 아직도 최상위급 CPU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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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최신 CPU인 코어 i7 980X로 교체해 보자. 코어 i7 980X는 6개의 코어를 갖췄고 클럭은 3.33GHz이니 수치상으로만 보더라도 코어 i7 920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인터넷 최저가 130만 원가량).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거의 똑같고, 소켓 규격 역시 LGA1366으로 동일하니 교체 작업 자체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CPU만 바꿔 끼우면 되니까.

일단 PC 본체를 열어서 메인보드를 빼낸 뒤 CPU를 덮고 있는 쿨러를 제거한다. 그러자 기존의 코어 i7 920 CPU가 모습을 드러냈다. CPU를 고정틀을 젖히고 기존의 CPU를 빼낸 뒤 새로이 코어 i7 980X를 장착하니 잘 맞아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쿨러를 장착하면 일단 설치는 끝난다.

장착 후, 부팅이 되지 않아?

코어 i7 980X로 CPU를 업그레이드했으니 이젠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차례다. 그런데 전원을 켜도 PC 화면은 감감무소식이다. 혹시 CPU를 잘못 장착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니 당연한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든 메인보드에는 장착된 CPU의 정보를 인식하는 소프트웨어인 바이오스(bios)가 들어 있다. 하지만 테스트에 사용한 DX58SO 메인보드는 2008년 11월에 나온 바이오스가 탑재되어 있으니, 2010년 3월에 나온 코어 i7 980X CPU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메인보드 제조사인 인텔사의 홈페이지를 가보니 DX58SO용 바이오스의 최신 버전이 등록되어 있었다. 일단 CPU를 기존의 코어 i7 920으로 다시 교체해 부팅 가능하게 한 상태에서 인텔에서 제공하는 바이오스 업데이트 프로그램을 이용해 바이오스를 최신 버전으로 교체했다(윈도우 상태에서 해당 프로그램만 실행하면 된다). 그리고 다시 코어 i7 980X를 장착하니 정상적으로 부팅되고 CPU도 정확하게 980X로 인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2개의 CPU를 장착한 것으로 인식

새로운 CPU를 장착하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윈도우의 시스템 등록정보다. 윈도우 7 울티메이트 32비트 운영체계를 설치한 상태에서 코어 i7 980X가 정확히 인식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PC의 대략적인 성능을 짐작할 수 있는 윈도우 체험지수 중 프로세서(CPU) 부분 점수가 7.4(코어 i7 920)에서 7.7(코어 i7 980X)으로 향상된 것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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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코어 i7 980X을 장착하면 볼 수 있는 장관이 하나 있는데, 바로 윈도우 시스템 등록정보에 나오는 CPU의 수다. 1개의 CPU만을 장착했는데도 불구하고 총 12개의 CPU를 갖춘 것으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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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코어 i7 시리즈가 제공하는 하이퍼쓰레딩(HyperThreading) 기능 덕분이다. 하이퍼쓰레딩은 물리적으로 하나인 CPU 코어를 논리적으로 둘로 나눠 마치 전체 CPU 코어의 수가 2배로 늘어난 것과 유사한 성능 향상 효과를 볼 수 있는 기능이다. 때문에 6코어인 코어 i7 980X은 운영체계상에서 12개의 CPU를 가진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운영체계상에서 인식되는 1개의 CPU 단위를 쓰레드(thread)라고 하는데, 코어 i7 980X과 같은 경우에는 6개의 코어에 12개의 쓰레드를 갖춘 CPU가 되는 셈이다.

물론 코어 i7 920과 같은 기존의 코어 i7 시리즈도 하이퍼쓰레딩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4개의 코어를 가진 쿼드코어 CPU기 때문에 운영체계상에선 8개의 쓰레드를 가진 것으로 인식된다.

다만 하이퍼쓰레딩이 적용되었다 하여 갑자기 CPU의 성능이 2배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각 코어당 점유율이 한계치까지 올라가지 않는 자잘한 작업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할 때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볼만하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지경인 CPU

코어 i7 980X 익스트림 에디션의 첫인상은 이와 같았다. 다른 PC부품들이 거의 그러하듯, 겉모습에서 이렇다 할만한 느낌을 받지는 못했지만, 일단 기존의 LGA1366 소켓 규격(X58 칩셋)의 메인보드라면 바이오스 업데이트만으로 쉽게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또한 12개의 쓰레드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지경이며, CPU 하나의 가격이 130만 원가량이라는 점도 이것이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CPU계의 챔피언이라는 코어 i7 980X 익스트림 에디션이 과연 어느 정도의 능력을 발휘하는지, 다음 기사에서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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