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번개' 문화 SNS로 이동... '제2의 아이러브스쿨'

이문규 munch@itdonga.com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이들은 현재 모두 서비스가 종료됐지만, (응답하는) 90년대 PC통신시대를 대변하던 '번개' 문화(인터넷 채팅 등을 통한 갑작스런 만남)의 주역들이다. 번개 문화는 90년대 중후반 인터넷의 대중화로 인기를 끈 '아이러브스쿨', '다모임', '세이클럽' 등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동창 찾기, 즉석만남, 취미 동호회, 팬클럽 모임과 같은 다양한 오프라인 정모(정기모임)로 커졌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을 지나며 수십만~수백만 회원의 이들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서서히 사라졌다. 인터넷의 트랜드가 PC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모바일 세상에서도 그 중심엔 역시 사람이 있다. 그 시절 번개 문화는 관계 맺기가 핵심인 'SNS 무대'로 이동해 20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

지난 5월 4일 서울 홍대 인근에서는 SNS 사용자 100여 명이 모인 번개 모임이 진행됐다. 바로 위치기반 SNS 씨온의 사용자 번개 모임이다. '시간 되면 한번 만나자'는 한 사용자의 제안을 시초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당초 예상 인원을 훌쩍 뛰어 넘는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사용자를 중심으로 모임 준비, 진행은 물론 모임 포스터 제작까지 자체적으로 진행됐다. 100여 명의 인원이 참석하는 번개 모임 개최는 과거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가 사라진 이후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씨온 모임
포스터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씨온 모임 포스터

위치기반 SNS 씨온은 사용자 위치를 중심으로 주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관계를 맺는 SNS로, 기존에는 특정 지역 중심으로 소규모 번개 모임이 종종 진행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대대적인 번개 모임이 자체적으로 열린 것.

이날 번개 모임에서 사용자들은 실명이 아닌 씨온 아이디로 자신을 소개했다. 온라인이라는 가상 공간을 벗어나 현실 세계에서 처음 만나 처음에는 서먹한 눈치였으나, 이내 테이블을 돌아가며 마치 오랜 동창생을 만난 듯 이야기꽃을 피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20대~40대 연령층의 사용자가 참석하여 나이를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회가 됐다. 이날 모임에 씨온 회사의 안병익 대표와 관계자들도 방문해 사용자들에게 감사의 뜻과 기념품을 전했다.

씨온 번개 모임
씨온 번개 모임

위치기반 SNS에는 모두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친구들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동네 이웃을 만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마트폰의 이용자 위치 정보를 이용해 인근의 다른 이용자와 쉽게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것이다. 온라인을 통해 인맥을 만들고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에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과 동일하지만,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에게 자신의 위치를 공개하고 소통한다는 차별점이 있다. 씨온은 이번 대형 번개 모임 사례를 통해 LBSNS(Local Based SNS, 위치 기반)를 넘어 HBSNS(Human Based SNS, 사람 기반)로 도약할 계기를 얻게 됐다.

물론 트위터에서도 번개 모임은 활발히 개최된다. 초기에는 유명인과 언론인을 중심으로 이념과 정책 등에 의견을 나눴다면, 이제는 한국적인 모임의 특성, 즉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는 묻어 두고 사람 사는 정겨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트위터에는 여러 가지 '당' 있다. 같은 취미,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트위터 상에 만든 온라인 모임이다. 온라인 모임이지만 오프라인 번개 모임 등을 통해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

이처럼 SNS상의 친구 관계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번개 모임을 방문한 씨온의 안병익 대표는 "현대사회의 경쟁과 비교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마음을 닫는다고 본다"며, "SNS는 무엇이든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고 언제든지 관계를 맺고 끊을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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