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61 메인보드의 반란, ASUS H61M-PLUS 리뷰

김영우 pengo@itdonga.com

자동차 이야기를 해보자. 같은 제조사의 차량이라도 1,600cc 모델은 3,000cc 모델에 비해 최고속도나 가속력, 그리고 편의장비 등이 한 수 아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운전자들이 3,000cc 차량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이동수단으로 쓰기에는 1,600cc 모델로도 충분하며, 무엇보다도 가격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몇 운전자들 중에는 값싼 차량을 튜닝(tuning)해서 고가 차량 못지않은 성능과 기능을 발휘하게끔 하는 경우도 있다. 1,600cc 엔진을 탑재한 건 맞는데, 여기에 터보(과급기)를 달아 출력을 높이거나 고급 카오디오를 달아 '빵빵'한 사운드를 내게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PC부품, 특히 메인보드(주기판, 마더보드)도 차량과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다. 메인보드의 엔진 같은 존재라면 역시 칩셋(chipset)을 들 수 있다. 어떤 칩셋을 탑재했느냐에 따라 CPU나 메모리(RAM),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와 같은 주요 부품의 지원 범위가 달라지며, 각종 주변기기를 연결하기 위한 포트의 종류도 차이가 난다. 그리고 칩셋의 종류에 따라 메인보드 자체의 가격도 달라진다.

asus H61M-PLUS
asus H61M-PLUS

하지만 몇몇 메인보드의 경우, 칩셋 자체는 값싼 보급형이지만 여기에 제조사의 튜닝을 거쳐 고급 칩셋 메인보드와 유사한 기능을 일부 가지게 된 제품이 종종 나온다. 이번에 소개할 에이수스(ASUS)의 H61M-PLUS도 바로 그런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자그마한 기판에 담긴 에이수스의 '튜닝정신'

에이수스 H61M-PLUS는 인텔의 H61 칩셋을 탑재하고 있다. 이는 인텔의 2세대 코어 i시리즈(코드명 샌디브릿지)와 3세대 코어 i시리즈(코드명 아이비브릿지) CPU용 메인보드 칩셋 중 가장 저렴한 제품으로, 기본적인 성능과 기능만을 요구하는 보급형 PC를 위한 것이다.

asus H61M-PLUS
asus H61M-PLUS

기판의 크기도 상당히 작다. 제조사의 소개에 따르면 H61M-PLUS는 소형 PC, 보급형 PC에 주로 쓰이는 '마이크로ATX' 규격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실제로 제품을 보면 마이크로ATX(244x244mm) 표준보다 더 작은 226x180mm의 크기를 갖추고 있다. 이런 크기의 메인보드 규격을 '플랙스ATX'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구 공간이 협소한 초슬림 PC케이스로 PC를 구성할 때 상대적으로 수월한 조립이 가능할 것 같다.

SATA3 지원 지원으로 H61의 한계를 뛰어넘다

각종 슬롯의 구성을 살펴보면 이 역시 상당히 간략한 것을 알 수 있다. 2세대와 3세대 코어 i 시리즈를 지원하는 1155 규격의 CPU 소켓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여느 제품과 다를 바 없지만, DDR3 메모리(RAM) 슬롯이 2개(최대 16GB 탑재 가능), 그래픽 카드를 장착하는 PCI익스프레스x16 슬롯이 1개, 그리고 그 외의 확장카드를 꽂는 PCI익스프레스x1 슬롯이 2개다. HDD나 SSD를 꽂는 SATA 포트도 4개뿐이다.

asus H61M-PLUS
asus H61M-PLUS

고급형 메인보드의 경우 4개의 메모리 슬롯이 있어 최대 32GB의 메모리를 꽂을 수 있다. 그리고 2개의 PCI익스프레스x16 슬롯을 이용해 복수의 그래픽카드를 탑재, 그래픽 성능을 높이기도 한다. 그 외에 PCI 익스프레스 슬롯 외에 PCI 슬롯까지 갖춰 이전에 나온 구형 확장카드를 꽂아 쓰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H61M-PLUS는 이런 것들이 불가능하므로 기능 확장에 한계가 있음이 분명하다.

asus H61M-PLUS
asus H61M-PLUS

다만, 2013년 현재 절대 다수의 PC사용자들이 8GB 이하의 메모리와 1개의 그래픽카드만 꽂아 쓰는 것이 사실이므로 이를 치명적인 단점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 어차피 이런 보급형 메인보드는 이것저것 업그레이드 해가며 고성능을 추구하는 고급 사용자를 위한 제품이 아니다.

그리고 확장슬롯의 수는 적은 편이지만 내부적으로 튜닝을 가해 상위 제품에 근접하는 성능을 발휘하게 한 것이 눈에 띈다. 기존 H61 기반 메인보드는 1,600MHz 속도의 메모리까지만 지원했지만, H61M-PLUS는 최대 2,200MHz의 메모리를 오버클러킹 형식으로 지원한다. 그리고 PCI익스프레스x16 슬롯 역시 최신 버전인 3.0을 지원(3세대 코어 i 시리즈 탑재 시)하므로 신형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원활히 이끌어내는데 손색이 없다.

asus H61M-PLUS
asus H61M-PLUS

SATA 포트가 4개 밖에 없는 점은 아쉽지만 그 중 2개가 SATA 리비전 3.0(이하 SATA3) 규격이라는 점은 눈에 띈다. SATA3는 기존 SATA2의 2배에 달하는 최대 6Gbps의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를 발휘하므로 특히 SSD의 성능을 이끌어내는데 유리하다. 본래 H61 칩셋은 SATA2까지만 지원하지만 H61M-PLUS의 경우는 별도의 칩을 추가해 SATA3를 구현했다.

4개뿐인 USB 아쉽지만 3.0 지원하는 것에 위안

후면 포트의 구성도 간결하다. USB 포트가 4개뿐이고 대신 요즘 메인보드에서 사라지는 추세인 PS/2 포트를 2개 갖춘 것이 눈에 띈다. 그리고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없이 CPU 내장 그래픽기능을 쓸 때를 대비해 총 3종류(D-Sub, DVI, HDMI)의 영상 출력 포트를 갖추고 있어 시중에 쓰이고 있는 대부분의 모니터와 호환이 된다.

asus H61M-PLUS
asus H61M-PLUS

요즘 나오는 USB 규격의 주변기기가 한둘이 아닌데 후면 USB 포트가 4개 밖에 없는 점은 분명 단점이다. 그래도 4개 중 2개는 최신 규격인 USB 3.0이라 위안이 된다. USB 3.0은 기존 USB 2.0에 비해 최대 10배의 대역폭을 갖추고 있어 이를 지원하는 USB메모리나 외장하드 사용시 대단히 유용하다. UBS 3.0도 SATA3 포트와 마찬가지로 이 역시 H61 칩셋에서는 본래 지원하지 않지만, H61M-PLUS는 별도로 이 기능을 집어넣었다. 다만, USB 3.0 전면 포트는 지원하지 않아 아쉽다.

상위 제품과 거의 같은 소프트웨어 지원 만족스러워

소프트웨어적으로 상위 제품과 큰 차이가 없는 것도 H61M-PLUS의 장점이다. 파란화면과 글자로 구성된 메뉴를 키보드로만 조작해야 하는 기존 바이오스(메인보드의 기본 제어 프로그램)와 달리 화려한 시각적 인터페이스에 마우스 조작도 지원하는 UEFI 바이오스를 탑재한 것이 대표적이다.

asus H61M-PLUS
asus H61M-PLUS

그 외에도 USB 3.0 장비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이는 USB 3.0 부스트, 사용자 환경에 따라 대역폭을 자동 조절해 인터넷 속도를 높이는 네트워크 아이컨트롤 등을 갖추고 있다. H61 칩셋이 보급형이라고는 하지만 이정도 만듦새라면 상위 제품 못지 않은 활용이 가능할 것 같다.

상위 제품 못잖은 기능 매력적, 가격은 애매

탑재된 칩셋이 메인보드의 선택기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제부터 생각을 바꿔야겠다. 저가칩셋인 H61을 가지고도 상위 제품인 B75 칩셋 못잖은 사양을 발휘하는 에이수스 H61M-PLUS 같은 제품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사의 튜닝으로 USB 3.0과 SATA3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 눈길을 끈다.

asus H61M-PLUS
asus H61M-PLUS

약간 애매한 점이라면 가격이다. 2013년 4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H61M-PLUS는 6만원 후반 내지 7만원 초반 남짓의 가격에 팔리고 있다. 상위 제품인 B75 메인보드에 비하면 몇 천원 정도 싸지만 기존 H61 메인보드에 비하면 만원 정도 비싼 편이다.

물론 B75 못지않은 사양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 제품의 장점이지만 이럴 바에야 B75 제품을 사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도 있을 수 있다. 에이수스 브랜드의 신뢰성, 몇 천원의 가격 차이, 그리고 작은 기판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소비자가 이 제품의 주 고객층이 될 것같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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