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베스트 프렌드가 될 것" - 케이큐브벤처스 임지훈 대표

안수영 syahn@itdonga.com

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느냐만, 그 중에서도 창업이란 유독 어려운 일이다. 창업을 통해 얻는 보람이나 기쁨도 크지만 각종 애로사항도 많기 때문이다. 자본금 및 인프라 마련이 쉽지 않은데다, 창업을 '무모한 도전'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견뎌내야 하며, 성공에 대한 걱정이나 부담도 크다. 창업자가 걸어가야 할 길은 외롭고도 험난하다.

이런 새내기 창업자들의 '베스트 프렌드'를 자처한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케이큐브벤처스'다. 케이큐브벤처스는 스타트업 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로 인터넷, 모바일, 게임 등 주로 IT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다. 이에 케이큐브벤처스의 임지훈 대표를 만나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케이큐브벤처스 임지훈 대표
케이큐브벤처스 임지훈 대표

역량 있는 사람들이 창업을 해야 세상이 더 좋아진다

임 대표는 대학(카이스트)에서 친구들을 보며 '세상에는 천재들이 존재하고, 그 천재들이 혁신을 일으킨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아마도 이 깨달음이 그가 세상을 바꿔나가는 창업자들과 함께하게 된 계기가 되었으리라). 이어 2004년 NHN에서 일하며 IT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IT가 대중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목표를 두는 산업 분야임을 알게 된 것이다. 2007년에는 일본 IT 분야 투자회사인 소프트뱅크에서 일하며 투자 경험을 쌓았고, 2012년 4월 케이큐브벤처스를 설립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케이큐브벤처스를 설립하게 됐어요. 김 의장님이 실리콘밸리에 2년 정도 머무르며 실리콘밸리 환경을 부러워했어요. 실리콘밸리는 아이디어만 출중하면 얼마든지 투자를 받을 수 있고, 투자를 받은 사람들이 성장해 스타트업 기업들을 돕는 구조가 자리잡은 곳이죠. 김 의장님은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것이 없을까'라는 의문을 가졌고, 저는 소프트뱅크에서 일하며 초기 기업이나 서비스를 내지 않은 창업자들에게도 투자를 한 경험이 많았습니다. 이에 의장님과 함께 초기 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를 하는 회사를 만들고, 투자뿐만 아니라 저희가 겪은 경험을 창업자들에게 전달해 도움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임 대표는 왜 수많은 기업들 중에서도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초기 기업이나 법인 설립도 마치지 못한 창업자들에게 투자를 했을까. 이에 대해 임 대표는 "처음 창업을 할 때 느끼는 부담감을 줄여주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역량이 출중하면서 사업을 하고 싶어하는 분들은 정말 많아요.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기엔 막막한 점이 많죠. 최소 어느 정도의 매출이나 성과를 내야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장벽을 허물고 싶었어요. 케이큐브벤처스는 창업을 하는 분들이 충분한 의지와 능력만 갖췄다면 기꺼이 돕습니다"

이어 임 대표는 "역량 있는 사람들이 창업을 많이 해야 이 세상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가령 카카오가 없었다면 전 국민의 소통이 지금보다 훨씬 줄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혁신은 현존하는 기업에서 나오기가 어려워요. 고인 물에서 혁신이 나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런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전 국민이 좋은 기회를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반대로 혁신을 이루어내는 IT 벤처 기업이 많이 나온다면, 그런 기업들이 만드는 서비스로 하여금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혁신적인 벤처 기업이 늘어난다면 기존에 있는 대기업들도 긴장해 보다 좋은 서비스를 내놓을 것입니다"

최고 매출부터 구글 협력에 이르기까지

그간 케이큐브벤처스가 투자한 기업은 약 12곳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핀콘(FINCON)'이다. 임 대표는 역량 있는 인재들이 사직서를 내고 창업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즉시 그들을 만났다.

"(전 직장에서) 언제 퇴사를 하는지 물어보니 두 달 뒤에 나온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퇴사 날짜를 잡은 분들을 대상으로 바로 투자하기로 했어요. 물론 제가 퇴사를 종용한 건 아닙니다(웃음). 그 분들이 만든 게임이 바로 '헬로히어로 for kakao'입니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카테고리에서 한 달 넘게 5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또 다른 성과를 낸 회사는 '프로그램스(frograms)'다. 프로그램스는 사용자의 취향에 꼭 맞는 영화를 추천하는 서비스 '왓챠'를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스 경영진 분들은 남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어요. '왜 콘텐츠를 소비할 때 전 국민이 모두 똑같은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하고 똑같은 화면을 보고 있을까. 개인에게 꼭 맞는 콘텐츠를 추천할 수는 없을까'라는 의문으로 사업을 시작했어요. 이에 사용자가 영화에 대한 평가와 별점을 남기면, 그 다음부터는 해당 사용자에게 꼭 맞는 영화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현재 왓챠 사용자는 10만 명이 넘고, 왓챠에서 6개월 동안 누적한 영화 별점 수는 800만 개 이상입니다. 반면, 네이버가 지난 10년 동안 누적한 영화 별점의 수는 600만 개입니다. 구글에서 왓챠의 신뢰도를 인정해 협력을 요청했고, 현재 구글에서 영화 이름을 검색하면 화면 오른쪽에 왓챠의 별점 점수가 나타납니다."

구글에서 영화를 검색하면 왓챠 별점이 나타난다. 검색 화면
사진.
구글에서 영화를 검색하면 왓챠 별점이 나타난다. 검색 화면 사진.

케이큐브벤처스는 인터넷, 모바일, 게임 등 IT 관련 분야에 두루 투자하고 있다. 특정 영역을 한정 짓지는 않는다.

"사업이란 자신이 풀고 싶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사업을 할 때는 무엇보다 창업자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투자자가 '이 분야가 유망하니 이것을 해 봐라'라고 짚어주는 경우도 있겠지만, 케이큐브벤처스는 그렇게 하지는 않아요. 가장 역량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문제를 풀어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혁신이 일어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혁신을 이뤄낸 기업들을 보면,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하다가 대박이 난 경우가 많지요."

특정 영역을 한정 짓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투자를 할 때도 특별한 기준을 두지 않는다. 다만 임 대표는 '뛰어난 인재와 평범한 사람은 분명 다르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인재를 파악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특출난 사람들은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하고 이에 대한 열정도 커요. 비록 논리적이지 않더라도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나 열정이 돋보인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또한, 창업자들이 과거에 어떤 경험을 했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왕년에 자동차 판매왕이었던 사람이 영업이 중요한 사업을 한다면 이미 검증된 바가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임 대표가 말하는 인재란 학벌이나 스펙이 좋은 '엄친아'가 아니다. 해당 분야의 지식과 고민이 풍부하고 열정과 끈기가 남다른 사람을 일컫는다. 케이큐브벤처스는 이들 인재를 대상으로 상시 투자 모집을 받고 있다. 투자 금액은 사업마다 다르지만 대개 10억 이하를 투자하며, 자세한 내용은 케이큐브벤처스 홈페이지(http://kcubeventures.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창업자들의 끈끈한 연결고리, '케이큐브 패밀리'

앞서 언급했듯이 초기 기업이라도 가능성만 있다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실적보다 사람을 위주로 투자를 결정한다는 것이 케이큐브벤처스의 강점이다. 이 외에도 케이큐브벤처스의 강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케이큐브벤처스가 투자한 회사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는 '케이큐브패밀리' 제도다. 케이큐브벤처스의 투자를 받은 기업들은 매달 정기 모임을 갖고 있다(패밀리데이). 각 기업 대표이사들이 모두 모여 세미나도 진행하고, 각 회사만의 노하우나 애로사항을 공유한다. 한 회사가 어려워하는 점에 대해 다른 회사가 도움이나 조언을 준다.

"패밀리 제도는 처음 사업을 할 때부터 매우 중점을 두었던 부분입니다. 케이큐브벤처스를 설립하며 실리콘밸리 생태계와 유사한 연결망을 만들고 싶었어요. 케이큐브벤처스가 투자한 회사들은 모두 모바일 관련 기업으로, 저마다의 강점이 뚜렷하고 서로 경쟁 회사가 아니다 보니 상호 협력하기 좋습니다. 이에 일종의 '마피아'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교류하고 있습니다. 각 기업들 간 성공과 실패 사례를 공유해, 사업 성과와 수준은 높이고 실패 확률은 낮추고 있습니다"

임 대표에 따르면 패밀리 제도로 위안을 얻는 창업자들도 많다. 창업이 힘들고 외로운 일인데다, 창업자들이 평소 어려움을 토로할 곳도 없다. 하지만 패밀리 제도를 통해 서로 비슷한 입장의 창업자들과 만나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이 모여 노하우를 공유하고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이 큰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종종 김범수 의장님도 모임에 참석해 조언을 해 주십니다. 그러면 젊은 창업가 분들이 '저 분도 저렇게 고생을 하셨구나' 하며 위안을 얻는 거죠. 서로서로 힘이 되는 건 물론이고요. 그러다 보니 각 기업들이 정말 친해요. 일부러 서로 가까운 곳에 사무실을 차리고 매일 식사도 함께 하더라고요. 요즘에는 저는 부르지도 않고 창업자 분들끼리 술자리를 할 때도 있어요(웃음). 요즘에는 패밀리 제도 때문에 케이큐브벤처스에 투자를 받고 싶다는 벤처기업도 생겨났습니다."

도와주고, 성장하고, 다시 도움을 주는 선순환 구조 만들 것

케이큐브벤처스 임지훈 대표
케이큐브벤처스 임지훈 대표

케이큐브벤처스는 지난 4월 16일 1주년을 맞았다. 아직 1년 남짓이지만 벌써 업계에 '스타트업의 투자자'라기보다는 '스타트업의 베스트 프렌드'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케이큐브벤처스가 창업자 분들과 함께 호흡하는 친구로 인식되길 바랍니다. 지난 1년 동안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이 '친구'라는 인식을 심는 것이었는데, 기쁘게도 이런 생각이 점차 업계에 인식되고 있어요. 처음에는 '왜 저런 곳까지 투자하느냐, 저러다가 임 대표 한 번에 훅 간다'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달라졌어요. 다른 투자 기업이 매출 수준을 묻는 반면, 케이큐브벤처스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점차 알려진 거죠. 이제는 케이큐브벤처스에서 투자를 받고 싶다는 분들도 늘어났습니다. 앞으로 누구나 창업을 할 때 '당연히 케이큐브벤처스에 연락해야겠다'라고 생각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베스트 프렌드'라는 점에서, 임 대표는 현재 하고 있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인터뷰 내내 그의 눈은 열정으로 빛났다.

"만약 저희가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창업자 분들은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에 창업자 분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었다는 사실이 참 뿌듯해요. 물론 세상을 바꾸는 주역은 창업자이고, 벤처캐피탈은 이를 보조하는 역할만 한 것이지요. 향후에는 저희 도움을 받은 분들이 성장해 또 다른 분들께 도움을 줄 거예요. 이런 선순환 구조를 증명하고 싶습니다"

임 대표가 바라는 바는 역량 있는 인재들이 창업을 많이 하는 것이다. 그가 앞서 언급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해야 혁신적인 서비스나 상품이 나올 수 있고, 이를 통해 세상이 좀 더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5~10년 전과 달리 최근에는 창업 분위기도 좋아졌어요. 벤처캐피탈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요. 케이큐브벤처스는 연대 보증이나 담보, 많은 지분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역량 있는 분들이라면 벤처캐피탈의 힘을 빌어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해볼 수 있게 된 거죠. 설사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다른 기업들이 그 경험을 높이 사서 인수를 하거나 스카우트를 제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창업에 나서지 않는 인재들이 많다. 창업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케이큐브벤처스처럼 초기 기업에 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탈이 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케이큐브벤처스는 역량이 뛰어난 인재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만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언제든지 찾아오시고 연락 주세요."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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