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안 노하우 - 승리하는 PT를 하라(2)

안수영 syahn@itdonga.com

제안 성공 노하우 9. 제안 프레젠테이션 요령

PT 장표에는 그래픽을 잘 활용하라

필자가 컨설팅 현장에서 본 70∼80%의 PT 장표는 메시지 전달에 실패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장표가 제안서 같기 때문이다. 제안서처럼 헤드 메시지가 써 있고, 깨알 같은 글씨로 가득 채워져 있다. 당연히 평가 위원들은 읽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대부분의 장표는 평가자에게 보여주려고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발표자가 발표할 때 읽기 위해서 작성하는 것 같다. 고객을 위한 장표를 만들려면 최소한 3일 전에는 완성해 완전히 내용을 숙지한 뒤 장표를 읽지 않고 발표하도록 해야 한다.

효과적인 PT 장표를 만들려면 그래픽을 잘 활용해야 한다. 아래 사진에서 배경에 있는 주사위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연관이 없는 불필요한 그래픽이다. 특히, 제안 PT에서 메시지와 직접 연관되지 않은 비주얼의 사용은 메시지의 전달을 오히려 방해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메시지와 관계없는 이미지를 사용한 예
메시지와 관계없는 이미지를 사용한 예

PT 장표는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인간의 시선은 오랜 기간에 걸쳐서 이렇게 훈련되어 왔기 때문에 이 원칙을 어긴 장표를 보면 불편하거나 긴장한다. 가운데 원이 있거나 화살표가 아래에서 위로 그려지면 강조는 할 수 있겠지만 이를 전 장표에 걸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개념도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경우 읽기 불편하다.

시선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구성의 예
시선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구성의 예

6*6 법칙도 기억해야 한다. 이는 장표에 들어가는 텍스트는 최대 6줄에, 1줄에는 6단어가 넘어가면 안 된다는 법칙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글이 가득 차 있어서 가독성이 떨어진다. 색깔이 너무 많은 것도 좋지 않다. 색깔로 특정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3가지 색(무채색 1개 포함)을 넘으면 안 된다는 것이 시각 디자인 전문가들의 견해다.

6*6 원칙을 어긴 예
6*6 원칙을 어긴 예

하나의 장표에는 하나의 메시지만을 담아야 한다. 여러 가지 내용을 담으면 전달력이 약해진다.

하나의 메시지에 하나의 비주얼 원칙을 어긴
예
하나의 메시지에 하나의 비주얼 원칙을 어긴 예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각 장표는 일관된 템플릿과 색깔의 통일감 속에서 변화를 주어야 내용 전달과 신뢰성 확보에 유리하다. 장표에 일관성을 주려면 제목을 붙이는 방식과 색상 선택에 통일감을 줘야 한다.

일관성 없는 구성의 예
일관성 없는 구성의 예

무대에서 승리하라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조사에 따르면 놀랍게도 '죽음(6위)', '통증(5위)'보다 '높은 곳(2위)', '곤충(3위)'을 더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1위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무대 공포)'이라는 점이다. 심리학자들은 무대 공포가 원시 시대에 우리 조상들이 맹수에게 노출되었을 때 보이는 육체적, 심리적 반응과 매우 유사하며 이를 긍정적으로 소화하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맹수에 노출되었을 때 전력 질주하듯이 적절한 스트레스를 이겨내면 비범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적의 스트레스 구간을 그래프로 표시한 장면
최적의 스트레스 구간을 그래프로 표시한 장면

PT를 할 때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시선 처리에서 드러난다. 청중을 보고 있으면 프로이고, 시각 자료를 보고 있으면 아마추어다. 청중을 보려면 자신의 메시지를 구조화하고 이를 청중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방법과 소화력을 갖춰야 한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키노트(Key Note)를 이용하라. 원고를 줄줄이 외우면 반드시 중간에 생각나지 않는 구간이 있기 마련이고, 그 다음부터 PT는 꼬이기 시작한다. 이를 대비해 핵심 키워드를 크게 쓴 키노트를 준비하라. 설령 한두 문장, 심지어 한두 단락을 빼먹거나, 현장에서 시간이 줄거나 늘어나더라도 핵심 키워드를 숙지하면 강조할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청중들과 시선을 교환할 때도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마음속으로 청중을 서너 개 그룹으로 나누어라. 한 그룹에서 가장 호의적인 표정과 시선을 가진 한 명을 정해서 주로 그와 눈을 맞춘다. 이후 마찬가지로 다른 그룹에서 가장 호의적인 한 명과 주로 눈을 맞춘다. 시선을 각 그룹에 골고루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들은 예외 없이 자신을 봐주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 방법을 사용하면 발표 장소에 있는 어떤 사람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할 수 있다.

몸은 흔들지 않아야 한다. 손을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옷 재봉선에 내려놓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 상태를 유지하면 바보 같아 보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적절한 제스처를 취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스처 사용시 주의해야 할 점은 반복이다. 제스처가 반복되면 오히려 메시지를 강조하는 것이 아닌 '노이즈'가 되어 메시지의 선명도를 떨어뜨린다. 습관적인 제스처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

질의응답을 지배하라

제안에서 질의응답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질의응답 시간에 발표자는 의도적으로 평가자의 궁금증을 유발하거나 이슈화해 그들의 질문을 유도해야 한다. 경쟁자가 어떤 점을 장점을 내세울지 예상한 후 질의응답 시간에 그 장점을 어떻게 공략할지를 생각하라. 질문에 답변할 때는 결론부터 이야기하고, 자신의 답변이 만족스러웠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앞서 배웠던 3S 기법을 활용하여 답변을 구조화하는 것이 좋다. 우선 받은 질문을 확인하라. 그리고 결론부터 이야기하라(State). 그 다음 사실을 통해 대답을 입증하라(Support). 마지막으로 요약해서 말하고(Summarize), 대답이 만족스러운지 질문자에게 확인하라.

질의응답 사례

Q: 발표자께서는 우리가 국제적 수준의 안전벨트 의무 착용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잘못된 답변)
음, 질문자께서도 아시겠지만 이것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문제입니다. 많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문제이지요. 얼마 전 발표된 몇몇 중요한 통계를 보면 질문하신 내용과 관련되는 부분이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우선 이 문제가 처음 발생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봅시다. 어떤 사람들은 안전벨트가 처음 만들어진 것이…

(좋은 답변)
1. 그러니까 국제적 수준의 안전벨트 의무 착용법 제정 여부에 대한 제 의견을 물으시는 것이지요? (재진술)
2. 네. 저는 찬성입니다. (주장, State)
3. 우선 안전벨트의 역사와 새로 발표된 통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증명, Support)
4. 저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우리가 국제적 수준의 안전벨트 의무 착용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약, Summary)
5. 제 이야기가 답이 되었는지요? (만족 여부 질문)

Q&A를 메시지의 강조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VIPs(Very Important Points)를 사전에 정해두고, 난해하거나 비본질적인 질문을 받았을 때 그 질문에 답하기보다 오히려 핵심 메시지를 강조하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다.

VIPs (Very Important Points) 기법 활용법

- 청중이 기억해주기 바라는 중심 메시지들을 이야기하라
- 명확하고 단순하게 하며, 전문용어를 피하라
- 최대 20초를 넘지 않도록 하라
-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라

VIPs 사례

- 질문: 이 서버는 중국산 제품입니까?
- 답변: 네, 맞습니다. 그러나, 서버를 선택할 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서버 품질의 국제 인증 여부와 품질 테스트 결과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희는 세 가지 국가의 제품을 비교했고, 성능이 가장 우수한 이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글 / 쉬플리코리아 김용기
편집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쉬플리코리아

쉬플리코리아(대표 김용기, http://www.shipleywins.co.kr)는 제안 및 입찰 전문 컨설팅 기업인 '쉬플리'의 한국 지사이며, 국내 유수의 방위 산업체에 제안과 관련된 각종 컨설팅과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쉬플리코리아 김용기 대표

김용기 대표는 7년 간 컨설팅 회사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쉬플리 아시아 퍼시픽과 함께 2008년 4월 쉬플리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 현재 국내 유수 방위 산업체 및 7개 기업에 20여 개 제안 프로젝트를 시행했으며, 80% 이상의 높은 사업 수주 효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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