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TL소녀, Bigi, 홀맨 광고를 기억하나요?

'빠름'이란 단어 하나만으로 광고음악(Commercial Song, 이하 CM송) 한 곡이 만들어지는 현실이다. '한국'하면, '빨리빨리'가 따라붙는 것처럼 모바일 시장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아니 어쩌면 '모바일 시장=빠르다'라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일지도 모른다.

국내 이동통신 3사(이하 이통 3사)는 서로 자사의 데이터 속도가 더 빠르다며 소비자를 유혹한다. CM송을 통해자사의 특징을 '강조'하거나, 데이터 속도가 왜 중요한지'설득'한다. 심지어 다른 이통사와 자사의 데이터 속도를 측정해 비교한다. 비슷비슷한 광고를 매일같이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아, 감성 충만했던 그때 그 광고가 그립다!'라고.

약 10년 전,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광고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전 연령층에게 '핸드폰의 로망'을 심어줬던 광고들은 무엇이 있는지 이통3사별로 나눠 살펴봤다. 대상은 SK텔레콤과 KT(KTF), LG유플러스(LG텔레콤) 등이다. '그때'를 떠올리며 감성에 젖어보자. 자신이 모르는 광고라 해도 부디 서운해하지는 말기를.

한석규, TTL소녀, 현대생활백서 - 'SK텔레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벌써 15년이 지났다. 이 한문장만 봐도 배우 한석규의 목소리가 여전히 생생하다. 바로 지난 1998년 배우 한석규가 광고한 SK텔레콤의 스피드011 '전남 담양편' 속 문구다. 광고는 단순하다. 한 승려와 한석규가 대나무 숲을 거닐고, 한석규의 휴대폰 벨이 울린다. 그리고는 이내 한석규의 내레이션이 퍼지고, 광고는 끝난다.

여전히 많은 사람은 SK텔레콤 광고 속 한석규의 이미지를 기억하고 그리워한다. 많은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 카페 등에 해당 광고를 게시했다. 오죽하면 지난 2011년, SK텔레콤이 자사의 광고를 패러디해 방영까지 했을 정도. 더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테다.

SK텔레콤 광고 중 또 한가지 대중들의 뇌리에 박힌 것을 꼽으라면 단연 'TTL소녀'편이다. 큰 눈망울을 가진 단발머리 광고 모델은 당시 대중들에게 신선함을 안겼다. 광고 속 주인공은 배우 임은경. 광고 방영 후, 임은경은 'TTL소녀'로 불리며 일약 스타대열에 올랐다.

임은경이 출현한 광고가 인기를 끌자, SK텔레콤은 그녀를 내세운 TTL시리즈를 7편이나 제작했고, 이외에도 별도의 '토형','비', '블루', '토마토'등의 광고도 제작했다. 그녀가 출연한 광고는 '스무살 Made in 20 TTL'이라는 콘셉트로 이뤄졌는데, '토마토' 편은 그간 없었던 이색적인 영상미로 이목을 끌었다.

광고가 마치 한편의 시트콤을 보는 것 같다. 지난 2006년 SK텔레콤이 제작한 '현대생활백서' 시리즈 광고다. 현대생활백서 시리즈가 대중들의 관심을 이끈 것은 '공감' 때문이다. 일상에서 일어날법한 일들을 재치있게 연출해 대중들의 이목을 이끈 것이다.

사람들마다 각자 기억에 남는 광고가 다를 테지만, 기자는 '현대생활백서9-공주의 품위유지' 편이 가장 인상 깊다. 식사 후 휴대폰 카메라로 치아 사이의 이물질을 확인하는 내용이 기자에게도 '공감'된 게 아닐까.

이영애, Bigi, 쇼곱하기쇼는쇼 –'KTF'

'여신 이영애'가 벨이 울리면 생활이 드라마가 된단다. 사고 싶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지난 2003년 여성들 사이에 '드라마' 열풍이 불었다.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준다는 휴대폰 때문이겠지만, 무엇보다 고급스러움의 대명사인 배우 이영애 공이 컸다. 1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모습에 다시 한 번 놀랍다. 아마 이영애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주고 광고한다 해도 '대박'이 나오리라.

“나, 50알만 보내주면 안돼?” KTF의 청소년 전용 요금제를 쓰던 80~90년대 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한다고 단언한다. 원단위 요금을 '알'로 표현하며, 같은 비기요금제를 사용하는 친구끼리는 사용 가능한 요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요금제다. 'Bigi(비기)' 알은 10대 청소년들의 '빅 이슈'였다. 이통 3사도 10대 청소년을 '주 공략대상'으로 생각했던지, 청소년 요금제 광고가 유난히 많았고 눈에도 잘 띄었다.

그 중에서도 '비기 스터디 요금제' 광고는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었다. 해당 요금제 광고 주인공은 배우 박신혜와 개그맨 정종철이다. 광고 내용은 주인공인 박신혜가 결혼식장에서 정종철(마빡이)이 남편임을 알고 눈물을 흘린다. 알고보니 꿈이다. 그녀는 이내 안심하고 그때부터 열심히 공부한다. 교실에 붙은 '열심히 공부하면 신랑 얼굴이 바뀐다'는 급훈을 보면서. 광고가 방영된 후 전국 중/고등학교의 급훈이 해당 문구로 바뀌었다는 후문도 있었다.

뭐 이런 광고가 다 있나 싶다. '쇼'를 곱하고 곱하고 또 곱하란다. 귀여운 모양의 캐릭터가 반복해서 노래를 부르며 쇼를 외친다. 하나의 쇼 캐릭터가 노래를 부르며 수천개로 늘어나는 모습이 이채롭다. 노랫말이 입에 착착 달라붙어, 흥얼거렸던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지난 2007년,KTF가 'Show(쇼)' 가입자 100만 명 돌파, WCDMA 시장 71%점유 등을 기념해 제작한 광고다.

카이코코, 배용준, 홀맨–'LG텔레콤'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빨간색 립스틱을 칠한 가수 박지윤이 어둠 속에서 뒤척인다. 그 후 립스틱 색과 비슷한폴더 휴대폰이 등장한다. 카이전용 폴더폰 '카이코코' 광고다. 이 광고 한 편으로 카이코코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특히 휴대폰 크기가 6.8cm로, 당시 국내 최소형 휴대폰이라 더욱 관심을 받았다. 주머니에서 빨간 카이코코를 꺼내면, '광고 속 박지윤처럼 섹시해보이지 않을까'라는 환상이 심어진 듯하다. 풀HD 6인치대 화면에 열광하는 현재, 이 광고를 처음 봤다면 절대 공감하지 못했을지도.

LG텔레콤은유난히 배우 배용준을 모델로 내세운 광고가 많았다. 그가 주인공으로 출연하지 않아도 광고 끝부분에 '처음사랑 끝까지'를 말하는 배용준의 영상이 담겼다. 이외에도 '더 많이 웃으세요'와 같은 광고문구도 있었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끌리지 않을 리 없다.

최지우나 전지현, 손예진 같은 정상급 여배우들도 다수 출연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남자주인공은 배용준이었다. 배용준의 자상하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LG텔레콤의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도움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용준 외에도 LG텔레콤하면 바로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다. 1990년대 전국의 여자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의 마음을 빼앗은 '홀맨'이다. 둥그런 머리에 둥그런 얼굴을 한 모습이다. 눈/코/입도 없다. 광고 속 홀맨은 다소 엉뚱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엉뚱한 행동을 오히려 귀엽게 느끼고 결국 반해버리고 만다. 기자도 홀맨 때문에 부모님께 LG텔레콤 휴대폰을 사달라고 투정부리던 때가 떠오른다. 결국 LG텔레콤 휴대폰을 쓰지 못했지만, 아직도 홀맨의 목소리만큼은 잊혀지지 않는다. '가자 가자, 카~이 홀맨!'

당시 SK텔레콤에 TTL소녀 임은경이 있었다면, LG텔레콤에는가수 죠앤이 있었다. 홀맨과 죠앤의 '어색한'듀엣 연기는 가히 일품이었다. 지금 봐도 민망하지만, 그때라고 다를 건 없었다. 그럼에도 집중하고 볼 수밖에 없던 이유는 뭘까. 문득 긴 생머리의 풋풋한 여고생 모습이던 그녀는 지금쯤 어디서 뭘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글 / IT동아 양호연(yhy420@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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