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가 잡혀있다, 에이수스 P8B75-M LX PLUS

김영우 pengo@itdonga.com

새 PC를 구매하거나 기존의 PC를 업그레이드하고자 할 때 '하수'와 '중수', 그리고 '고수'의 안목에 차이가 드러난다. '하수'는 케이스 디자인이나 브랜드와 같은 외적인 면에 신경을 쓰는 반면, '중수'는 CPU(중앙처리장치)나 그래픽카드(화면출력장치)와 같은 성능적인 사양에 주목한다.

반면, '고수'는 메인보드(주기판)이나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와 같이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양에 집중한다. 아무리 디자인이 멋지고 성능이 높아도 오작동이 고장이 잦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메인보드는 PC 전반의 안정성뿐 아니라 각종 주변기기와의 호환성도 책임지므로 이것저것 다양한 종류의 주변기기를 쓰는 사용자라면 더욱 선택에 신중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만, 문제는 안정성이 높은 메인보드일수록 부가 기능이 많은 고가 제품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제품의 품질이 가격과 비례한다는 것은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이긴 하지만, 고급 기능이 필요 없는 알뜰파 사용자들까지 안정성 하나 때문에 고급형 메인보드를 살 필요는 없을 것이다.

asus P8B75-M LX PLUS
asus P8B75-M LX PLUS

이번에 소개할 에이수스(ASUS)의 P8B75-M LX PLUS는 인터넷 최저가 기준 7만원 남짓의 보급형 메인보드다. 값은 저렴한 편이지만 제품 여기저기에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배려가 깃들어있고 최신 IT환경에 대응하는 몇 가지 부가 기능도 깨알같이 갖춘 것이 특징이다.

7만원 남짓의 보급형 메인보드, 그래도 될 건 다돼?

P8B75-M LX PLUS는 최근 PC 시장의 주류 규격인 LGA1155 규격의 소켓을 갖춘 제품이다. 메인 칩셋은 보급형 모델인 B75 규격이지만 최신 CPU인 3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코드명 아이비브릿지)는 물론 2011년에 나온 2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코드명 샌디브릿지)도 호환이 된다. 메인보드의 등급을 생각해 보면 셀러론이나 펜티엄, 코어 i3와 같은 보급형 CPU가 어울릴 것 같지만 코어 i5나 코어 i7 같은 고급형 CPU를 꽂아도 성능상 문제될 건 없다는 의미다.

asus P8B75-M LX PLUS
asus P8B75-M LX PLUS

기판을 살펴보면 크기가 244 x 175mm의 마이크로 ATX 규격임을 알 수 있는데, 일반 ATX 규격 메인보드와 달리 슬림형 데스크탑에도 장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아무래도 기판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메모리(RAM) 슬롯이 2개뿐인 점(최대 16GB의 DDR3 램 지원)은 아쉬운 일이다. 메모리 업그레이드를 자주 하는 사용자라면 참고해두자.

asus P8B75-M LX PLUS
asus P8B75-M LX PLUS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나 SSD(플래시메모리기반 저장장치), ODD(CD, DVD와 같은 광디스크 드라이브) 설치용으로 쓰는 SATA 포트는 6개를 갖춰 보급형 메인보드로선 넉넉한 편이다.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최신 규격인 SATA3(SATA 6GB/s, SATA 리비전 3.0)을 지원하는 포트는 1개(흰색)뿐이라는 것이다. SATA3는 특히 SSD 연결 시에 성능 향상효과가 높으니 만약 SSD를 사용한다면 반드시 흰색의 SATA3 포트에 꽂도록 하자.

그래픽카드 살 돈이 없는데…

확장카드슬롯은 PCI 익스프레스 x16와 PCI 슬롯은 1개씩, PCI 익스프레스 x1 슬롯은 2개를 갖췄다. 일반 ATX 메인보드에 비해 슬롯 수가 적긴 하지만 어차피 P8B75-M LX PLUS를 포함한 요즘 메인보드들은 랜카드나 사운드카드를 내장하고 있어서 그래픽카드용 PCI 익스프레스 x16 슬롯 외에는 쓸 일이 별로 없다. 그리고 P8B75-M LX PLUS에 탑재된 PCI 익스프레스 x16 슬롯은 최신 규격인 3.0 버전이라 신형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원활히 이끌어내는데 문제가 없다.

asus P8B75-M LX PLUS
asus P8B75-M LX PLUS

PCI 익스프레스 x16 슬롯이 1개뿐이라 그래픽카드를 2개 꽂아 게임 성능을 높이는 AMD 크로스파이어나 엔비디아 SLI 기능 등은 사용할 수 없지만 이 정도 가격대의 메인보드를 구매하는 사용자가 크로스파이어나 SLI를 구성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만약 게임을 거의 하지 않아 높은 그래픽 성능이 필요 없다면 아예 그래픽카드를 꽂지 않고 메인보드 후면 패널에 탑재된 그래픽 출력 기능(DVI, D-Sub 포트)을 이용해 비용을 절약하도록 하자. 2세대와 3세대 코어 시리즈는 CPU 내부에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내장하고 있어 P8B75-M LX PLUS와 같이 그래픽 출력 포트를 갖춘 메인보드를 쓰면 그래픽카드 없이 화면을 출력할 수 있다.

asus P8B75-M LX PLUS
asus P8B75-M LX PLUS

참고로 P8B75-M LX PLUS는 CPU 내장 GPU를 오버클러킹(임의적으로 동작속도를 기본수치 이상으로 높임)할 수 있는 GPU 부스트 기능도 지원한다. 물론 내장 GPU를 오버클러킹한다 해도 별도로 꽂는 그래픽카드의 성능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한 푼의 비용이라고 아끼고자 하는 사용자에겐 나름 유용할 것이다.

후면뿐 아니라 전면도 USB 3.0 지원

P8B75-M LX PLUS의 후면 패널에는 그래픽 출력 기능 외에도 USB 3.0 2개를 포함한 총 6개의 USB 포트를 탑재한 점이 눈에 띈다. USB 3.0은 기존의 USB 2.0에 비해 10배에 달하는 대역폭(데이터가 지나는 통로)를 갖추고 있어 USB 3.0을 지원하는 외장하드나 USB메모리를 꽂으면 빠르게 데이터의 복사나 이동이 가능하다.

asus P8B75-M LX PLUS
asus P8B75-M LX PLUS

그 외에 또 한가지 주목할만한 점이라면 메인보드 상에 USB 3.0 규격의 헤더(header)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PC케이스 전면의 USB 3.0 포트를 사용할 수 있다. 전면 USB 3.0 포트까지 지원하는 보급형 메인보드는 아직 드문 편이라 더욱 눈에 띈다.

안정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구성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설계도 충실한 편이다.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메인보드 고장이라면 역시 기판 상의 캐패시터(콘덴서) 폭발인데, P8B75-M LX PLUS은 기판 전체에 기존의 전해질 콘덴서보다 수명이 긴 폴리머(솔리드) 캐패시터만을 탑재하고 있다.

asus P8B75-M LX PLUS
asus P8B75-M LX PLUS

그 외에도 급격한 전압 변화 발생시 내부 부품을 보호하는 안티서지(Anti-Surge) 칩셋을 갖춘 것도 특징이다. 오래된 PC는 파워서플라이 기능 저하로 인해 전압이 출렁거릴 때가 있는데, 이때 CPU나 메모리 같은 주요 부품이 타버릴 수 있다. 안티서지 칩셋은 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리뷰에서 실제로 이런 극한 상황을 연출할 사정이 되지 못해 기능의 효용성을 실제로 체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시스템 안정성을 중시하는 PC방에서 에이수스의 메인보드를 선호한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asus P8B75-M LX PLUS
asus P8B75-M LX PLUS

그 외에도 P8B75-M LX PLUS는 최신 메인보드답게 기존의 바이오스(BIOS, PC의 기본적인 동작을 제어하는 펌웨어)보다 발전한 UEFI(Unified Extensible Firmware Interface) 바이오스를 탑재하고 있다. UEFI는 초보자도 이해하기 쉬운 시각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며 키보드뿐 아니라 마우스로 제어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2.1TB 이상의 고용량 HDD도 인식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기본기를 중시하는 알뜰파들에게

최근 에이수스는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과 같은 완제품 사업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그래서 PC관련 지식이 많지 않은 소비자들은 에이수스를 노트북 전문회사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PC를 제법 오랫동안 다뤄온 사용자들이라면 역시 ‘에이수스=메인보드’를 떠올릴 것이다..

asus P8B75-M LX PLUS
asus P8B75-M LX PLUS

이번에 살펴본 P8B75-M LX PLUS는 보급형 제품답게 수치적인 사양이 높거나 매니아 성향의 부가 기능을 다수 갖추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제품 여기저기에 에이수스 특유의 노하우는 느껴진다. 특히 튼실한 전원부 구성과 각종 소자의 적절한 배치가 눈에 띈다. 구매 비용은 최소화 하면서 무난하고 말썽 없이 구동되는 PC를 장만하고 싶은 알뜰파 사용자라면 P8B75-M LX PLUS을 구매 후보에 올려두어도 좋을 것 같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