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인지 도용인지 투표 좀 해주세요, '카카오폴'이 뭐길래

윤리연 yoolii@itdonga.com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떠오른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주식회사 카카오가 성장통을 겪고 있는 모양이다. 카카오가 올해 초 출시한 투표 앱인 '카카오폴' 서비스가 한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것. 2013년 3월 현재, 카카오폴은 해외시장에서만 서비스 중이며 국내 출시 예정은 아직 미정인데, 이조차도 도용논란을 피하기 위한 시간 끌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을 정도다.

카카오에 아이디어를 도용 당했다고 주장하는 '두잇서베이는 지난 2011년 카카오 측에 투표앱과 관련한 제휴 제안서를 보냈지만 거절당한바 있다. 그런데 얼마 후 카카오가 두잇서베이의 제안서에 있는 내용과 흡사한 카카오폴을 내놓았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현재 두잇서베이는 직접 개발한 투표 앱 '오백인'을 서비스 중이다. 이 앱은 두잇서베이가 당시 카카오에 제안했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두 서비스 모두 사용자가 원하는 설문을 올리면 네티즌들이 의견을 투표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다만, 이런 투표 서비스는 카카오폴이나 오백인 외에도 많다. 그렇다면 두빗서베이가 '도용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카카오폴 서비스는 오백인과 어떻게 다른지 본 기자가 직접 살펴봤다. 참고로, 카카오폴은 국내에 출시되지 않아, 해외 버전을 사용했고, 카카오 홈페이지에 있는 정보도 참고했다.

카카오폴, 오백인 '직접 써보니'

카카오폴과 오백인, 두 앱은 모두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마켓에서 내려 받아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앱이다. 카카오폴은 카카오톡 계정으로 로그인해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폴은 개방형 플랫폼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서로의 생각을 묻고,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다양한 SNS 계정을 연결해 설문의 결과를 공유할 수 있다. 이는 모바일 메신저에 익숙하지 않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사용자를 자연스럽게 카카오톡으로 이끌기 위한 카카오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오백인은 외부 계정이 아닌 오백인 고유의 계정을 만든 후 로그인하지만, 카카오폴과 마찬가지로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계정을 연결해 설문과 설문 결과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같다. 특이한 점이라면 딱히 투표 인원의 제한이 없는 카카오폴과 달리, 오백인은 500명의 사용자가 설문에 참여하면 설문이 자동으로 종료된다는 것이다.

카카오폴과 오백인 두 앱 모두 설문 작성 버튼이 오른쪽 상단에 위치해있다. 메인 페이지에 설문이 게시돼있는 형식과, 카테고리 범주 또한 비슷하다. 카카오폴의 Hot 카테고리는 오백인의 인기순 카테고리와 대응하고, Now 카테고리는 최신순 카테고리와 대응한다.

카카오폴은 처음부터 카카오 계정으로 로그인해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사용자의 카카오톡 프로필(사진,설문 개수 등)을 '엿보기' 기능으로 볼 수 있고, 팔로잉을 할 수도 있다. 사용자는 팔로잉 한 상대방이 발제한 모든 설문의 진행 상황 및 결과를 'Following 카테고리'에서 볼 수 있다.

반면, 오백인은 카카오톡 계정을 연결해 사용하는 앱이 아니기 때문에, 오백인에서 사용자의 프로필(사진, 설문 개수 등)을 볼 수 없다. 오백인은 팔로잉 기능 대신 '나도 궁금해요' 기능을 지원한다. 다른 사용자가 발제한 특정 설문의 진행 상황 및 결과가 궁금할 경우, 나도 궁금해요 버튼을 누르면 하단에 위치한 MY BOX에 해당 항목이 저장할 수 있어 나중에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설문 종료 후 결과는 자동으로 뜨는 팝업창을 통해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카카오폴의 팔로잉 기능은 다른 사용자의 모든 설문을 볼 수 있는 기능이고, 오백인의 나도 궁금해요 기능은 자신이 궁금한 특정 설문의 결과를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카카오폴은 설문 작성 틀에서 '카카오폴에 묻기' 또는 '팔로워에게 묻기'를 선택해 카카오폴 사용자 전체에게 공개할 수도 있거나, 자신을 팔로잉한 사용자들에게만 부분적으로 공개할 수도 있다. 다만, 카카오폴은 주제별로 설문을 분류하는 기능은 없다.

오백인은 설문 작성 틀에서 성별, 연령, 결혼 여부 등 응답자를 나눠 설문을 요청할 수 있다. 이 설문은 모든 오백인 사용자에게 공개되지만 투표는 지정된 응답자만이 할 수 있다. 또한, '선택의 고민', '궁금증 해결', '뉴스 메이커', '이미지 판정단' 등의 주제로 분류해 게시할 수도 있다.

카카오폴, 오백인, 두 앱 모두 설문에 댓글을 달 수 있어, 보기 항목과 설문 결과 외에도 다양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다. 카카오폴은 '선택지 추가' 기능이 있어 투표에 참여하는 사용자가 지정된 선택지 외에 다른 선택지를 추가해 독특한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다. 반면, 오백인은 선택지 추가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범용적인 서비스라 비슷할 수 있다" VS. "목적과 기획 자체가 도용이다"

기자가 두 앱을 직접 쓰며 비교해보니 설문조사(투표)라는 기본 기능은 같았지만 부가 기능 면에서는 차이가 제법 있었고 서로 다른 매력도 지니고 있었다. 다만, 두잇서베이에서 도용의혹을 제기한 SNS 연동기능 등은 제법 유사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카카오 커뮤니케이션 팀은 "두잇서베이 측에서 서비스 내용이 유사하다, 사실 관계를 확인해달라 라고 요청이 온 뒤 검토해보니 유사한 점을 전혀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실제로, 앱 마켓에서 폴 서비스 또는 투표 앱이라고 검색하면 수백 개가 나오는 것처럼, 투표 앱은 범용적인 서비스다. 애초에 두잇서베이가 카카오에 제안한 내용은 아이디어 단계 수준이었다"라고 밝혔다.

반면, 두잇서베이 최종기 대표는 "다른 언론에서는 카카오폴과 오백인의 구동 장면만 가지고 버튼의 위치 및 이름 등이 비슷하다고 밝혔는데, 두잇서베이의 입장은 그것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애초에 카카오 안에 폴 서비스를 집어넣어 SNS 개념으로 넓히자. 친구관계를 넓혀 소통의 공간을 넓히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한 아이디어 자체를 도용한 것이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종기 대표는 중소기업을 대표해 "카카오의 이 같은 행동은 중소기업 생태계를 위협하는 일이다. 중소기업이 제안을 하면 베끼기만 하고, 거절하는 상황에서 어느 중소기업도 자신 있게 아이디어를 낼 수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양사의 주장이 이렇게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폴의 국내 서비스 개시일은 계속 미정 상태다. 사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것이 도용이든 아니든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다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입장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단순한 이익 외에도 회사의 명예, 그리고 개발자의 자존심까지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리라.

글 / IT동아 윤리연(yoolii@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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