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2013] 소니, 몰락과 혁신 사이에서 도약을 노리다

안수영 syahn@itdonga.com

IT 시장은 변화 속도가 빠르다. 하루에도 수많은 제품이나 기술이 쏟아지고, 트렌드가 바뀐다. 그런 만큼 IT 기업들은 비교적 짧은 기간 내 흥망성쇠를 겪는다. 오늘 전성기를 구가하는 업체가 내일 당장 주가 폭락을 겪을 수도 있고, 그 동안 기를 펴지 못했던 업체가 어느 날 갑자기 승승장구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 화웨이와 레노버 등 중국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편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동안 전성기를 누렸던 애플은 스티브 잡스 사후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소니도 예외가 아니다. 소니는 1980~1990년대 당시 IT 업계를 주름잡았지만 현재는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소니는 왜 무너진 걸까. 전문가들은 소니의 문제점으로 디지털 기술에 대한 투자를 줄인 것, 경영진의 대다수가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외이사로 구성됐던 것, 사업다각화와 인수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 등을 꼽았다. 결국 소니는 TV 시장의 선두 자리를 삼성전자에 빼앗겼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다. 4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며 신용 등급도 하락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012년 11월, 소니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3단계 낮췄다.

그렇다고 더 이상 주춤해있기만 할 수는 없다. 2012년 4월 취임한 히라이 가즈오 CEO는 TV, 모바일, 엔터테인먼트를 사업의 중심으로 잡고 소니를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올해 초 세계 가전 전시회 'CES 2013'에서 '4K OLED TV'를 선보였으며, 지난 20일(현지 시각)에는 '플레이스테이션4'를 공개했다. 또한 지난 1월 8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애플과 함께 세계 3대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되겠다. 다른 업체를 인수할 필요는 없으며 자체적인 힘으로 목표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모바일 분야에 집중하기로 한 만큼, 소니는 25일부터 28일까지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이동통신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3)'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선보였다. 이번에 소니가 선보인 스마트폰은 '엑스페리아 Z'와 '엑스페리아 ZL'이며, 태블릿PC는 '엑스페리아 태블릿 Z'이다.

갤럭시, 아이폰과 어깨를 견줄 대항마는?

엑스페리아 Z

소니는 지난 1월 CES 2013에서 엑스페리아 Z와 엑스페리아 ZL을 공개하며, 엑스페리아 Z를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애플 아이폰 시리즈의 대항마로 내세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제품들은 소니가 처음으로 출시한 쿼드코어 스마트폰으로, 스냅드래곤 S4 프로 쿼드코어 1.5GHz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화면은 5인치이며 1,080p 풀HD를 지원한다. 또한 1,300만 화소의 카메라, LTE, 방진/방수(1미터 깊이에서 30분 간 방수) 기능을 갖췄다. NFC(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한 '원터치' 기능도 지원한다. 원터치 기능은 하나의 기기에 있는 음악, 사진, 동영상을 터치 한 번으로 다른 기기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PC에 있는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보고 싶다면 스마트폰을 PC에 갖다 대기만 하면 된다.

두 제품 중에서도 엑스페리아 Z는 소니의 최상급 모델이다. 이 제품은 스마트폰에서 HDR(High Dynamic Range)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이미지 센서인 '모바일용 엑스모어 RS'를 탑재해, 역광에서도 원활하게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또한 '배터리 스태미너 모드'를 채택해 경쟁 모델보다 대기 시간이 4배 이상 길다. 이 외에도 소니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를 활용해 1,800만 곡 이상의 음악, 10만 편 이상의 영화와 TV 시리즈에 접속할 수 있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4.1 젤리빈이다.

소니는 엑스페리아 Z를 전세계 60여개 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엑스페리아 Z를 국내에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월 소니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가 소니코리아에 통합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소니코리아 측은 "사업 철수는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앞으로 국내에서 소니 신제품을 찾아보기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엑스페리아 Z 국내 출시와 관련해 소니코리아에 문의하자,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엑스페리아 태블릿 Z

엑스페리아 태블릿 Z는 LTE 태블릿PC로, 2013년 봄 전세계 60여개 국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 제품은 '모바일용 엑스모어 R(Exmor R for mobile)' 이미지 센서를 탑재해 카메라 성능이 우수하다. 10.1인치 HD 리얼리티 디스플레이, S-포스 프론트 서라운드 3D, 클리어 오디오 플러스를 탑재해 멀티미디어 콘텐츠 감상에 최적화됐다. 또한 엑스페리아 Z와 마찬가지로 원터치 기능, 방진/방수 기능, 배터리 스태미너 모드, 사진, 음악,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소니의 미디어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한다.

"The Best of Sony를 경험하라", 마케팅 캠페인 전개

소니는 MWC 2013에서 엑스페리아 스마트폰의 새로운 통합 마케팅 캠페인을 선보였다. 이번 통합 마케팅은 2013년 3월부터 20여개 국의 TV, 인쇄물, 디지털을 통해 전개될 예정이다. 소니 마케팅 캠페인은 소니 제품 고유의 특성과 사용자 경험, 소니의 역사, 현재의 소니가 전하고자 하는 혁신 등을 표현했다. 소니의 새로운 TV CF는 소니 엑스페리아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sonyxperia)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니가 제품이나 기술뿐만 아니라 마케팅 캠페인까지 선보인다는 것은 소니의 모바일 사업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제품 기술력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그만큼 소비자에게 엑스페리아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판매량을 끌어올리고자 함을 알 수 있다.

수많은 장애물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재기를 노리는 소니의 의지는 돋보이지만, 소니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 업체를 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IDC가 1월 25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9.6%, 애플 25.1%로 양강 구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화웨이, 레노버, ZTE 등 중국 업체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소니가 목표한 대로 '스마트폰 3대 업체'로 거듭나려면 삼성전자와 애플을 추격하면서도 중국 기업들을 뛰어넘어야만 한다.

또 다른 과제는 플랫폼 경쟁력이다. 삼성전자는 타이젠OS(삼성전자와 인텔의 주도하에 개발 중인 모바일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올 여름 출시할 계획이다. LG전자는 HP의 웹OS를 인수했다고 26일 밝혔다. (물론 LG전자는 웹OS를 스마트폰이 아닌 스마트TV에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실상 전자제품 업계에 OS 전쟁이 벌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구글 안드로이드는 오픈형 플랫폼이지만, 일각에서는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후 '구글이 언제 돌아설지 모른다'라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안드로이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애플과 같이 자체 OS를 갖추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소니도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플랫폼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소니의 어깨가 무겁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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