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버의 구원투수? 20만 원대 태블릿PC 와우탭 써보니...

강일용 zero@itdonga.com

아이리버가 야심차게 내놓은 20만 원대 안드로이드 태블릿PC '와우탭(WOW Tab)'은 과연 어떤 제품일까. 발매 전에 미리 접해볼 수 있었다. 와우탭의 특징과 장, 단점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시대가 열림에 따라 아이리버, 코원 등 MP3 플레이어와 PMP을 판매하던 기업들이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이리버는 ‘고급화’와 ‘저가형’이라는 두 가지 전략으로 재기를 도모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와우탭은 앞의 전략 가운데 저가형에 해당하는 제품이다. 정가 27만 원, 이마저도 특가 행사를 통해 24만 원에 판매 중이다. 삼성전자, 애플의 태블릿PC보다 20만~30만 원 이상 저렴한 셈.

저렴하다지만 아무래도 걱정이 앞선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했던가. 와우탭도 비지떡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직접 하나하나 검증해보자.

분명 와우탭을 구매했는데 웬 넥서스7이...

"넥서스7?"

상자를 열고 와우탭을 처음 접했을 때 나온 소리다. 와우탭은 구글의 7인치 안드로이드 태블릿PC 넥서스7과 깜짝 놀랄만큼 닮았다. 16:10 화면비(해상도 1,280x800) 7인치 크기의 화면, 양옆으로 좁고 위아래로 넓은 화면 테두리(베젤) 등 비슷한 점이 많다. 후면의 아이리버 로고를 제외하고.

제품을 훑어보니 만듦새는 괜찮다. 틈새가 벌어지는 문제도 전혀 없고, 디자인도 무난하다. 외관 재질은 알루미늄이 아닌 플라스틱이지만 그리 '싼티'나지는 않는다. 덤으로 화면 보호 필름도 붙어있다. 제거하는 것은 사용자 마음이다.

버튼배치는 조금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전원, 음량 조절 버튼은 제품 오른쪽 또는 상단에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와우탭은 전원, 음량 조절 버튼을 왼쪽에 배치했다. 제품 상단에는 스피커/헤드셋 연결 단자(마이크 겸용), 마이크로 USB단자, 마이크로 SD카드 슬롯이 있고, 제품 하단에는 스테레오 스피커가 있다.

제품 전면 왼쪽 상단엔 200만 화소 카메라가 있다. 하지만 다른 일반적인 태블릿PC와 달리 후면 카메라는 없다. 구매할 때 참고하기 바란다(넥서스7도 후면 카메라가 없다. 묘하게 닮은 부분이다).

제품 두께는 1cm 내외다. 삼성전자의 7인치 태블릿PC '갤럭시탭'보다 약간 얇고 애플 '아이패드4'와 비슷하다. 제품 크기는 갤럭시탭과 비슷하다. 10인치 태블릿PC인 아이패드4보다는 훨씬 작다. 성인 남성이라면 한손으로 간신히 들 수 있는 크기다. 손이 작은 남성 또는 여성이 한손으로 휴대하는 것은 약간 힘들 듯하다. 무게는 340g으로, 다른 7인치 태블릿PC와 비슷한 수준이다.

20만 원대 태블릿PC의 성능이 이 정도라니?

외관만 넥서스7을 닮은 것은 아니다. 성능도 넥서스7과 대동소이하다. 넥서스7이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성능 갖춰 호평 받은 만큼 와우탭도 성능으로 호평받을 자격이 있다. 와우탭은 엔비디아 '테그라3' 쿼드코어 프로세서(1.2GHz)와 1GB 메모리 그리고 16GB의 저장공간을 탑재했다. 최신 스마트폰, 태블릿PC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갖췄다. 때문에 '다함께차차차', '도전 가요왕', '솔리팝' 등 유명 카카오 게임뿐만 아니라 '아스팔트', '노바' 등 그래픽이 뛰어난 게임까지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다만 '윈드러너'는 게임을 실행하면 오류가 나면서 강제 종료됐다.

바탕화면에 각종 위젯을 띄워도 느려지는 현상은 전혀 없었다. 인터넷도 빠르게 실행됐다. 다만 기본 웹 브라우저인 '크롬 모바일'의 성능이 생각만큼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미지와 텍스트가 늦게 나타나고, 플래시를 실행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접속해 '오페라', '돌핀 브라우저' 등 다른 웹 브라우저를 내려받아 쓰는 편이 좋겠다.

화질은 어떨까. 와우탭은 7인치 크기의 광시야각 IPS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위아래 양옆 어디서 쳐다봐도 색상이 변하지 않는다. 화면 색감은 한국인이 선호하는 파르스름한 색상(7500K)이 아닌 누르스름한 색상(5000K)에 더 가깝다. 조금 취향을 탈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최근 등장한 태블릿PC나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조금 어두운 편이다. 최대 밝기로 설정해도 그리 밝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70% 정도가 적당하게 느껴지며, 50% 이하로 설정하면 어둡다는 느낌이 강하다.

배터리 사용시간도 제법 길다. 화면 밝기를 70%로 맞추고 인터넷, 게임, 동영상 감상 등을 해보니(와이파이 연결, 위젯은 이메일과 일정만 사용), 5시간 20분 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화면 밝기를 50% 이하로 내리면 6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

마이크로 SD카드 슬롯에 주목, 용량 부족 걱정 없어

아무리 살펴봐도 넥서스7의 워너비(Wannabe)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와우탭이지만, 넥서스7보다 뛰어난 점도 분명 있다. 바로 마이크로 SD카드 슬롯을 탑재해 저장공간을 확장할 수 있는 것. 넥서스7은 저장공간 확장이 불가능해 동영상 감상 등 대용량을 필요로 하는 작업을 할 때 아쉽다는 평을 들었다. 반면 와우탭은 16GB의 내부 저장공간에 마이크로 SD카드를 통해 32GB를 추가할 수 있다. 운영체제 등을 제외하면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12.81GB(내부 저장공간)+29.71GB(32GB 마이크로 SD카드)다. 보통 HD급 영상의 용량이 300MB 내외, 풀HD급 영상의 용량이 1.5GB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동영상을 30~100편 가까이 저장할 수 있는 셈이다.

저장공간이 넉넉해도 동영상 재생능력이 뒤떨어지면 아무 쓸모가 없을 터. 다행히 와우탭은 동영상 재생능력도 뛰어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동영상 재생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MX플레이어 프로'를 설치하고 와우탭의 동영상 재생능력을 확인했다. 그 결과 HD급 영상은 확장자에 관계없이 대부분 재생할 수 있었고, 풀HD급 영상도 프레임이 30 이상인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정상적으로 재생했다(확장자 MKV 포함). 영상을 30 프레임 이상으로 인코딩 하는 경우는 드문 만큼(보통 24~30 사이다), 대부분의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을 재생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영화도 모두 정상적으로 재생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이 여기저기

와우탭에 마냥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용하다보니 아쉬운 점이 몇 가지 눈에 띈다. 일단 카메라 기능이 부실하다. 거의 구색 맞추기 수준이다. 200만 화소라고 하는데 30만 화소 웹캠과 다를 바 없다. 화질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동영상 촬영 기능도 처참하다(확장자는 무려 3GP다). 스카이프 등 화상 VoIP를 사용할 때를 제외하고는 쓸모가 없다. 그래도 나름 파노라마 촬영 기능은 있다(정확히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기본 기능이지만).

외장 스테레오 스피커의 성능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고음은 무난하지만, 묵직한 저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마치 참새가 짹짹 떠드는 느낌이다. 헤드셋을 연결하고 사용하는 편이 좋겠다.

또한 마이크로 USB단자가 너무 깊이 들어가 있다. 일반적인 USB연결선을 꽂으면, 조금만 흔들려도 USB연결선이 쏙 빠진다. 연결선에 따라 아예 꽂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아이리버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지 와우탭에 동봉한 USB연결선(정확히는 금속부분의 길이가 6mm 이상인 연결선)을 사용하는 편이 좋다고 적어뒀다.

고쳐주세요

소프트웨어적 문제도 몇 가지 있다. 조속한 패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일단 제품이 완전히 충전된 상태로 계속 충전을 지속하면 화면이 지 멋대로 켜지는 버그가 있다. 제품을 완전 충전한 후 전원 케이블을 분리하는 편이 좋겠다.

또한 기본 화면 설정이 거꾸로다. 전원을 켜고 처음 설정대로 사용하면 카메라와 전원 버튼이 오른쪽 하단으로 가게 된다. 화면을 180도 회전시켜 사용하면 되지만, 사용자들이 헛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두 가지 문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개선할 수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로 해결하길 기대한다.

성공의 관건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소프트웨어가 중요하지 않은 IT기기가 있겠냐만, 태블릿PC만큼 소프트웨어의 비중인 큰 제품도 드물다. 태블릿PC 시장에서 애플, 삼성전자가 승승장구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다. 넥서스7이 선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단지 싸기만 해서는 사용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와우탭은 어떨까. 사실 와우탭은 아이리버가 직접 제작한 제품은 아니다. 모니터, 저가형TV로 유명한 뷰소닉이 제작한 제품을 OEM(주문자 상표 부착)으로 들여온 제품이다. 해외에선 와우탭과 동일한 제품을 뷰소닉이 직접 판매한다. 와우탭의 사후지원은 사실상 뷰소닉이 하는 셈. 해외 사이트를 둘러보니 뷰소닉의 사후지원은 그리 평가가 나쁘지 않다. 실제로 와우탭을 처음 받고 설정에 들어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있는지 확인해보니, 자잘한 버그를 수정한 패치가 이미 준비돼 있었다. 뷰소닉이 자사 제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하는 만큼 와우탭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공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참고로 현재 와우탭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4.1(젤리빈)로 실행된다.

물론 아이리버가 와우탭에 아무런 손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이리버는 와우탭에서 DRM이 적용된 국내 교육용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미리 받은 제품에는 포함돼 있지 않아서 체험할 수 없었다). 교육 시장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생각건대, 아이리버의 두 번째 태블릿PC 와우탭의 성공여부는 판매사 아이리버와 제조사 뷰소닉의 소프트웨어 지원 의지에 달렸다. 와우탭 구매자들이 지속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공받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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