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성사태+영업정지+폰파라치의 결과는 '버스폰' 증발?

김영우 pengo@itdonga.com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스마트폰을 장만하던 스마트폰 매니아들이 요즘 '멘붕'에 빠졌다. 이런 매니아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던 비공식 할인폰, 이른바 '버스폰'들이 시장에서 그야말로 '증발'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 1월 7일부터 실시된 이동전화 온라인 파파라치 신고포상제, 이른바 '폰파라치' 제도 때문이다. 이는 한국통신진흥협회와 이동통신 3사가 시행한 것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이동통신사가 정한 가이드라인을 벗어날 정도로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동통신 대리점을 신고하면 최대 1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번 폰파라치 제도의 시행은 불법 보조금 경쟁으로 인해 혼탁해진 시장을 정상화해 소비자들을 보호한다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작년 말, 한 휴대전화 대리점이 거액의 비공식 보조금을 지급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 다수의 가입자를 유치한 뒤, 정작 개통 후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아 '먹튀' 논란을 부른 이른바 '거성 사태'도 이번 폰파라치 제도 도입의 발단으로 작용했다.

다만, 폰파라치 제도 도입 이후, 비공식 보조금이 사라지면서 시장에서 판매되는 단말기의 전반적인 시세가 급격히 높아졌다. 작년 한 때 60만원 대에 팔리기도 하던 갤럭시노트2는 2013년 1월 현재 90만원 대에 팔리고 있으며, 10만원 이하로도 구할 수 있어 진정한 '버스폰' 소리를 듣던 '옵티머스LTE2'나 '베가S5' 등은 30~40만원 대에 팔리는 것이 보통이다. 이동통신사나 단말기 제조사 입장에선 이것이 바로 '정상가'이겠지만 이미 싼 가격이 익숙해진 소비자들로선 납득하기가 힘들 것이다.

소비자들을 위해서 시행되었다던 폰파라치 제도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KT 커뮤니케이션실의 김철기 팀장은 IT동아와의 통화에서 "불법 보조금이 존재하던 과거 시장에서 이득을 보던 소비자는 소수에 불과했고, 보조금이 차별 지급됨에 따라 오히려 일반 소비자들은 피해를 봤다"며 "이번 조치로 인해 왜곡된 시장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T의 이러한 언급대로 과거 일부 소비자들은 비공식적으로 할인 판매되는 단말기를 대량 구매한 후 중고시장에 비싼 가격으로 내다 팔아 차익을 챙기는 이른바 '폰테크'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단말기를 개통한 소비자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던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애당초 소비자들이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가격의 출고가를 매겨 단말기를 판매하고 있는 제조사들, 그리고 이동통신 3사를 거치지 않고는 정상적인 가격과 서비스를 거의 기대하기 어려운 현재의 시장 구조를 생각해 본다면 이번 폰파라치 제도로 손해를 보고 있는 소비자가 과연 일부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만도 하다.

이런 와중에 1월부터 이동통신 3사는 작년 여름에 있던 보조금 과다지급 경쟁행위로 인한 방통위의 처분에 따라 차례로 영업정지에 들어간다. 이미 1월 7일부터 24일 동안 LG유플러스가 신규가입자 모집이 금지되었으며, 이후부터 SK텔레콤, KT도 차례로 22일, 20일간 같은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이번 영업정치 처분이 폰파라치 제도와 맞물려 한동안 이동통신 시장은 침체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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