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발자를 위해 엔진을 켜겠습니다"

이문규 munch@itdonga.com

유니티3D 아시아 / 태평양 총괄 매니저, 존 굿데일

자동차에게 엔진은 심장이다. 제아무리 멋있고 화려한 인테리어(내관)/익스테리어(외관)를 갖췄다 해도 엔진이 부실하면 자동차로서 '생명'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 게임에서도 엔진의 존재는 자동차의 그것과 같다. 게임 엔진이 어떠한가에 따라 게임의 품질과 완성도가 달라진다. 동시에 게임의 생명력이 결정되기도 한다. 게임 엔진(game engine)이란 쉽게 말해, 게임을 개발, 제작할 때 활용하는 기능 꾸러미다. 특정 효과나 기능, 작업 등을 간편하게 적용•처리하기 위한 게임 개발 도구다. 프리젠테이션 문서를 작성하는 MS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파워포인트 프로그램 내 특정 기능이나 효과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멋들어진 프리젠테이션 문서를 만들 수 있는 것과 동일하다.

이처럼 게임 엔진은 게임 개발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최근 들어서는 게임 엔진에 따라 그 게임의 사활이 정해지기도 한다. 게임 엔진은 실행 환경(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이나 장르, 스케일 등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현재 국내외에 공개되어 있는 게임 엔진만도 20여 가지가 넘는다. PC용 게임 엔진으로는 '언리얼'이나 '크라이' 등이 대표적이며, 모바일 기기용 게임 엔진으로는 단연 '유니티'가 대세다.

'한국 개발자를 위해 엔진을 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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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발자를 위해 엔진을 켜겠습니다' (1)

유니티(Unity) 엔진은 전세계150만 명 이상의 개발자가 애용하고 있는 게임 개발 엔진으로, 다른 엔진에 비해 파격적으로 저렴한 라이선스 가격과 다양한 플랫폼 지원(MS윈도, Mac, 리눅스, iOS,안드로이드, 콘솔 게임, 플래시 웹 페이지 등)이 장점이다. 최근 유니티 테크놀로지 코리아(대표 윌리엄 양, korea.unity3d.com)는 유니티 엔진 최신 버전인 4.0을 출시하고,국내 IT전문 유통사인 인성디지털과 협력하여 한국 개발자들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유니티 테크놀로지 아시아 지역 총책임자인 존 굿데일(John Goodale) 본부장이 한국을 찾았다.

'한국 개발자를 위해 엔진을 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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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발자를 위해 엔진을 켜겠습니다' (2)

IT동아 > 게임 개발자들에게는 익숙하겠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생소하다. 회사 소개를 부 탁한다.

굿데일>유니티 테크놀로지는 2004년덴마크에서 설립되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다. '게임 개발의 민주화'라는 슬로건 아래 모든 개발자가 간편하게 활용하면서 강력한 게임 성능을 발휘하는 엔진을 개발, 공급하고 있다. 또한 게임 개발을 비롯 의료 분야, 디자인 분야, 교육 분야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그래픽 개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에 약 150만 명의 개발자가 유니티 엔진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으며, '배드피기(Bad Piggies)'나'템플런(Temple Run)' 등 수 많은 글로벌 히트 게임이 유니티 엔진을 기반으로 만들어 졌다. 한국 온라인 게임 중 '카트라이더(넥슨)'나 '삼국지를 품다(엔도어즈)' 등에도 역시 유니티 엔진이 적용됐다.

IT동아 > 이번에 한국의 '인성디지털'과 마스터 디스트리뷰터 업무 협약을 했다. 어떤 내용인가?

굿데일> 한국의 모바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탁월한 게임 기획력/개발력을 발휘하는 이들이 많아 관심을 갖게 됐다. 이에 인성디지털이 우리와 함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어 함께 하기로 했다. 이로써 인성디지털과 30여 개의 파트너 사와의 협력을 통해 유니티에 대한 기술지원과 교육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정기적으로 교육 세미나를 시행하거나 게임잼, 워크샵, 소셜 네트워크 이벤트 등을 인성디지털 및 그 파트너 사와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참고로 인성디지털이 게임 분야, 비게임 분야 모두에 걸쳐 단독 마스터 역할을 담당할 것이고, 유니티 한국 지사가 한국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는데 측근에서 긴밀하게 협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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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발자를 위해 엔진을 켜겠습니다' (3)

IT동아 > 현재 유니티를 사용하는 한국 개발자는 얼마나 되며, 이번 인성디지털과의 업무 협약 후 어느 정도나 늘어나리라 기대하나?

굿데일> 한국 사용자의 정확한 통계는 파악하기가 어렵다. 다만 지난 한달 동안 한국 내 사용자가 전체 사용자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이 사용자 세션 통계로 전 세계 1위다. 참고로 2위, 3위 모두 중국(베이징, 상하이)이다.

IT동아 > 언급한 대로 무엇보다 한국 개발자를 위한 교육 지원이 절실하다 본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굿데일>지난 4월 서울에서 '아시아 부트캠프'라는 개발자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처럼, 내년에도 이와 유사한 교육 관련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지 않았다). 이외에도 소규모 교육 행사도 꾸준히 진행해 한국 개발자들이 좀 더 용이하게 개발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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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발자를 위해 엔진을 켜겠습니다' (4)

IT동아 > 외국 개발사 입장에서 한국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굿데일> 한국의 모바일 시장은 확실히 다른 나라에 비해 한 단계 앞서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그럼에도 성장의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 매력적인 특징이다. 또한, 모바일 트렌드를 파악하는데 한국 시장은 좋은 기준이 된다. 현재 한국 내 주요 모바일 개발사에서 유니티 엔진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내년, 후년에도 가속화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IT동아 > 유니티 엔진을 얹은 모바일 게임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 유니티 측에도 별도의 수익이 발생하는가?

굿데일> 전혀 없다. 그런 게임이 여럿 있었는데 우리는 그저 박수 치며 축하할 뿐이었다. 물론 큰 성공을 거둬 더 많은 게임을 개발하면서 유니티 라이선스도 많이 구매해 주길 바란다(웃음).

IT동아 > 그렇게 '대박'난 대표적인 게임이 뭐가 있는가?

굿데일> '앵그리버드' 개발사의 '배드피기(Bad Piggies)'가 대표적인 대박 게임 중 하나다. 참고로 앵그리버드는 2D 게임이라 3D의 유니티 엔진이 적용되지 않았다. 아울러 글로벌 히트 게임인 'CSR 레이싱(Racing)'역시 유니티로 만들었다. 모두 수십억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밀리언셀러다. 이 밖에 연 매출 천 억 원대의 미국 상장게임사인 'GLU 모바일'의 경우 대부분의 게임을 유니티로 만들어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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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발자를 위해 엔진을 켜겠습니다' (5)

IT동아 > 유니티는 게임 분야 외 여러 산업 분야에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스마트TV에도 도입됐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굿데일> 현재까지의 반응은 나름대로 고무적이다. 물론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잠재력은 대단히 높음을 확인했다. 이에 이후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통해 시장을 키워 나갈 생각이다.

IT동아 > 유니티 엔진의 장점 중 하나는 저렴한 가격이다. 타사의 비싼 엔진에 비해 월등히 저렴한 가격대에 공급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굿데일> 단 한가지 이유다. 판매 물량이다. 많이 판매하니까 그만큼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재무적으로 유니티는 아무런 문제 없이 탄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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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발자를 위해 엔진을 켜겠습니다' (6)

IT동아 > 그만큼 훌륭한 게임 엔진을 가지고 있다면 직접 게임을 개발해도 성공할 수 있을 텐데, 어떤가?

굿데일> 우리는 게임 개발에는 전혀 관심 없고 노하우도 없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생각한다. 솔직히 처음 창업 시에는 게임 엔진이 아닌 게임 자체를 개발했다. 게임 엔진 구매할 여건이 되지않아 이를 직접 만들어 게임을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머지 않아 게임 개발이 크게 실패한 후 게임 개발은 우리가 갈 길이 아니라고 판단해 엔진 쪽으로 전향했다. 앞으로도 우리가 게임을 개발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IT동아> 유니티 창업 때와 비슷한 소규모 개발사가 국내에도 많다. 유니티 엔진이 저렴하다 해도 1인 혹은 2인 개발사에게는 이 역시 부담일 텐데, 이들을 위한 혜택이나 지원 사항은 없는가?

굿데일>일단 유니티 엔진은 무료 버전(유료 버전은 '유니티 프로')도 있다. 물론 약간의 기능 제한이 있지만 게임을 개발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무료 버전으로 우선 초기 개발 후 향후 세부 기능이 필요할 때 유료 버전을 구매하면 된다. 무료 버전으로 수익을 어느 정도 얻은 후 유료 버전으로 전환하면 되겠다. 물론 무료 버전으로 개발된 게임을 상용화하는 경우 유니티 측에 어떠한 비용(개런티)을 지불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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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발자를 위해 엔진을 켜겠습니다' (7)

IT동아 > 끝으로, 유니티 4.0 이후 차기 버전에 대해 일부 공개할 수 있는가?

굿데일> 유니티 4.0을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유감스럽지만 차기 버전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할 수 없다. 다만 4.0에 적용하는 업데이트나 패치는 이전보다 정기적으로, 또 자주 제공할 것이다. 또한, 사용자의 요청/요구 사항 등도 즉시 반영하겠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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