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G보다 3배 더 빨라... ARM 최신 모바일 프로세서 선봬

강일용 zero@itdonga.com

"TI(텍사스인스트루먼츠)가 오맵(OMAP) 모바일 프로세서 비즈니스를 축소한 것은 아쉬운 일이나, LG전자가 새로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 뛰어든 만큼 전체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회사의 가전 시장 점유율은 전체의 40%가 넘는다. ARM은 이들과 함께 해 나갈 계획이다"

갤럭시, 아이폰 등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모바일 프로세서의 설계사 ARM이 신형 프로세서를 공개하고 향후 전략을 발표하는 'ARM 테크 심포지엄'을 20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ARM은 '코텍스(Cortex) A53', 'A57' 등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를 선보이고 향후 시장 전망을 예측했다.

'LG전자가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 합류한 것 기쁘게 생각해'
(1)
'LG전자가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 합류한 것 기쁘게 생각해' (1)

ARM이 가장 강조한 것은 '저전력(Low-Power)'이다. 모바일 프로세서는 전력을 적게 소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전력을 실현하기 위해 ARM은 신기술 'big.LITTLE'을 소개하고, 이 기술을 통해 모바일 프로세서의 전력소모를 1/4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big.LITTLE은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뿐만 아니라 현존 모바일 프로세서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곧 여러 제조사에서 big.LITTLE을 적용한 신형 프로세서를 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형 모바일 프로세서 코텍스 A53과 A57도 눈길을 끌었다. A57은 성능에 중점을 둔 제품이다. A57의 성능은 '옵티머스G'에 탑재된 퀄컴 '스냅드래곤S4 Pro'보다 3배 이상 뛰어나다. 이에 비해 전력소모는 현존 스마트폰과 비슷한 수준이다. ARM은 "A57은 고성능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서버 시장도 겨냥한 제품"이라며, "일반 프로세서 하나보다 A57을 여러 개 내장하는 것이 성능도 더 뛰어나고 전력도 더 적게 소모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A53은 저전력 위주의 프로세서다. 전력소모는 현존 모바일 프로세서의 1/3수준에 불과하지만, 성능은 스냅드래곤S4 Pro와 대등하다. 또한, 제품 크기도 기존의 1/4 정도로 모바일 기기를 한층 더 작게 제작할 수 있다.

두 프로세서 모두 64비트를 지원한다. 따라서 이들을 탑재한 스마트폰, 태블릿PC는 메모리를 4GB 이상 확장할 수 있다. ARM은 "삼성전자 등 여러 파트너사가 A53, A57 기반의 프로세서 제작에 돌입했다"며, "두 제품이 탑재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은 2014~2015년경에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 합류한 것 기쁘게 생각해'
(2)
'LG전자가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 합류한 것 기쁘게 생각해' (2)

이밖에 ARM은 '갤럭시S3', '넥서스10' 등에 탑재된 말리(Mali) 그래픽 프로세서의 최신 모델도 함께 공개했다. 말리는 스마트폰, 태블릿PC뿐만 아니라 디지털TV, 셋톱박스 등 다양한 곳에 탑재된다. 또한, 전체 디지털TV 가운데 70% 이상이 말리 그래픽 프로세서를 내장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RM은 말리 그래픽 프로세서를 채택한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 락칩(Rockchip), 미디어텍(MediaTEK) 등이며, 올해 제품을 1억 5천만 개 이상 출하해 작년보다 3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 고 밝혔다.

'LG전자가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 합류한 것 기쁘게 생각해'
(3)
'LG전자가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 합류한 것 기쁘게 생각해' (3)

한편, ARM은 TI가 오맵 프로세서 사업을 정리한 것에 관해, "중요 파트너사 중 하나였던 TI가 철수결정을 내린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라며 아쉬운 심정을 내비쳤다. 오맵은 LG전자의 일부 스마트폰, '갤럭시 넥서스', '킨들파이어' 등에 탑재된 프로세서다.

하지만 ARM은 LG전자가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 뛰어든 만큼 TI 철수로 인한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굴지의 가전회사인 LG전자가 ARM의 파트너사가 된 것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라는 것이 ARM 측의 의견이다. ARM에게 LG전자의 참여 이유를 묻자, "자사의 스마트TV와 스마트폰에 탑재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답했다. 그리고 인텔이 ARM 라이선스를 다시 취득할 가능성은 없는가 묻자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참고로 인텔은 지난 2006년 자회사 'Xcale'을 '마벨'에게 매각하면서 ARM 기반 모바일 프로세서 생산을 중단했다.

'LG전자가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 합류한 것 기쁘게 생각해'
(4)
'LG전자가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 합류한 것 기쁘게 생각해' (4)

ARM, 제2의 인텔을 노리나?

ARM은 행사 내내 인텔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텔의 신형 프로세서뿐만 아니라 CEO 근황 등도 예의주시 했다. 사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인 인텔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거짓말이리라. 하지만 ARM은 자사와 인텔은 걷는 길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인텔처럼 전면에 나서지 않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파트너사 뒤에서 보조하는 형태의 비즈니스를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ARM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이미지네이션이 MIPS를 인수하면서 모바일 프로세서 업계에 ARM만 남게 된 것에 대한 해명으로 볼 수 있다. ARM이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인텔처럼 제조사 전면에 나서는 것 아닌가 하는 세간의 추측을 사그라트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ARM은 이제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을 넘보는 인텔과의 일전을 준비해야 한다. 아톰을 통해 ARM의 본진 모바일로 진출하려는 인텔, 그리고 코텍스 A57을 앞세워 인텔이 장악한 서버 시장에 진출하려는 ARM. 두 프로세서 업체 간 피할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됐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