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북 이대로 죽지 않아" 에이서 아스파이어 원

강일용 zero@itdonga.com

넷북은 웹 서핑, 멀티미디어 감상, 문서 편집 등 높은 사양이 필요하지 않은 사용자들에게 적합한 소형 노트북이다. 지난 2007년 넷북은 에이수스 Eee PC, 에이서 아스파이어, MSI 윈드패드 등 다양한 모델과 30만 원 내외라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일반 노트북 판매량을 앞지르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넷북의 시대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저물었다. 사람들의 생각보다 성능이 낮았던 점이 큰 문제였다. 그리고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 넷북을 찾는 이들은 더욱 줄어들었다. 웹 서핑, 멀티미디어 감상 등 넷북으로 할 수 있는 작업 대다수를 태블릿PC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다가, 넷북의 강점인 저렴한 가격마저도 20만 원대 태블릿PC가 속속 등장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하지만 넷북에는 아직 태블릿PC가 따라 할 수 없는 장점이 하나 있다. 바로 문서 편집이다. 키보드가 없는 태블릿PC는 문서 편집측면에서 넷북을 따라잡을 수 없다. 이동하면서 문서 편집이 잦은 이들에게 (저렴한)넷북은 아직 최선의 선택이다.

또한, 넷북은 이제 출시한지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만큼 제품 완성도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초기 넷북 가운데 일부 제품은 발열, 무선랜, 배터리 등 여러 문제점이 많았지만, 이제 더 이상 본체 완성도에 문제가 있는 제품은 없다.

이러한 넷북 가운데(상대적으로) 성능도 뛰어나고 가격도 저렴한 에이서의 '아스파이어 원'을 살펴본다. 아스파이어 원의 현재 판매 가격은 28만 원(320GB 모델 기준)으로, 2GB 메모리와 6셀 배터리를 내장한 넷북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이보다 약간 더 저렴한 넷북도 있지만, 해당 제품은 1GB의 메모리와 3셀 배터리를 갖춰 성능이 아스파이어 원보다 뒤떨어진다.

'넷북 이대로 죽지 않아' 에이서 아스파이어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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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북 이대로 죽지 않아' 에이서 아스파이어 원 (1)

키보드가 쓸만하니 문서 편집할 맛이 나는구나

일단 키보드의 '키'가 큼직한 점이 마음에 든다. 과거 넷북 대다수는 제품 자체의 크기 때문에 키보드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키 크기가 작고, 키 간격이 좁아 오타가 잦았다. 그러나 아스파이어 원 키보드는 키 크기 및 키 간격이 일반 PC나 노트북용 키보드와 다르지 않다. 따라서 오타가 발생할 일이 드물다. F1~F12키나 방향키의 크기는 일반 키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자주 사용하는 키가 아닌 점을 감안하면 그리 큰 문제라고 할 수 없다.

'넷북 이대로 죽지 않아' 에이서 아스파이어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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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북 이대로 죽지 않아' 에이서 아스파이어 원 (2)

아스파이어 원은 모바일 운영체제를 탑재한 태블릿PC와 달리 윈도7, 윈도XP 등 윈도를 운영체제로 사용한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한컴 오피스 등 여러 문서 편집 프로그램을 아무런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반면 태블릿PC용 문서 편집 애플리케이션은 아직 기능이 부족하고 호환성도 완벽하지 않다.

'넷북 이대로 죽지 않아' 에이서 아스파이어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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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북 이대로 죽지 않아' 에이서 아스파이어 원 (3)

문서 파일도 다른 장치로 쉽게 옮길 수 있다. 대표적인 태블릿PC 아이패드는 말할 것도 없고, 안드로이드 태블릿PC도 USB 단자나 SD 카드 슬롯이 없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작성한 문서를 옮기려면 이메일이나 클라우드를 활용해야 했다. 그러나 아스파이어 원은 USB 단자에 USB 메모리를 꽂거나 SD 카드슬롯에 SD 카드를 삽입해 옮기면 그만이다. 문서 하나 빼내자고 인터넷에 연결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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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북 이대로 죽지 않아' 에이서 아스파이어 원 (4)

5년간 숙성된 노하우, 더 이상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

초창기 넷북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제품 품질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전력, 저발열이 특징인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체가 뜨겁고 환풍구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뜨겁기만 하면 다행이다. 키보드가 휘는 현상이나 상판과 하판이 제대로 겹치지 않고 어긋나는 현상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5년의 시간이 지났다. 아스파이어 원은 이러한 문제를 찾을 수 없었다. 열기도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으며, 키보드가 휘거나 상판과 하판이 어긋나는 현상도 없었다. 오히려 어지간한 노트북 못지 않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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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북 이대로 죽지 않아' 에이서 아스파이어 원 (5)

아스파이어 원은 10.1인치에 불과한 작은 몸체에 일반 노트북에 버금가는 단자를 갖췄다. USB 단자가 3개(USB 3.0은 없다), HDMI, VGA, 유선랜, SD 카드 슬롯, 마이크, 스피커, 도난 방지 케이블용 구멍 등 없는 게 없다. SD 카드 슬롯도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태블릿PC와 비교할 수 없는 확장성을 갖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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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북 이대로 죽지 않아' 에이서 아스파이어 원 (6)

상판의 물결무늬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 처음 제품을 접했을 때 상판이 파도 치듯 물결무늬가 새겨져 있어 “헉 불량인가”하고 당황했지만, 자세히 보니 에이서의 정성(?)이 깃든 세심한 디자인이었다. 혹시 구매한 사용자들이 필자처럼 놀라는 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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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북 이대로 죽지 않아' 에이서 아스파이어 원 (7)

무게도 가볍다. 본체의 무게는 1.13kg에 불과하다. 또한 전원 어댑터를 휴대하기 편리하게 디자인한 점도 높게 살만하다. 일부 노트북의 경우 본체를 가볍게 설계해 놓고 무겁고 큼직한 전원 어댑터를 동봉해, 휴대하기 편리한 본체의 장점을 무색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참고로 전원 어댑터의 무게는 200g이다. 본체와 전원 어댑터를 같이 휴대해도 1.32kg에 지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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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북 이대로 죽지 않아' 에이서 아스파이어 원 (8)

참고로 아스파이어 원을 구매한 사용자는 윈도7 운영체제를 직접 설치해야 한다. 내장된 리눅스는 사실 유명무실하다. 윈도 운영체제를 설치할 줄 모른다면 아스파이어 원을 구매하기 앞서 설치법을 익혀두거나, 대신 설치해줄 지인을 확보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참고로 윈도XP용 드라이버가 없기 때문에 윈도7을 설치하는 편이 좋다.

아스파이어 원은 배터리 사용시간도 길다. 아스파이어 원을 배터리만으로 사용해본 결과 약 5시간 가까이 사용할 수 있었다. 화면 밝기를 최대로 하고 문서 편집 및 웹 서핑을 했을 때 기준이다. 일반 노트북의 경우 같은 상황에서 3~4시간이 한계다(울트라북 제외).

이처럼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넷북에 내장된 아톰 프로세서 때문이다. 아톰은 성능보다 저전력, 저발열에 더 치중한 프로세서다. 원활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정도에 불과하다(이보다 높은 성능을 원한다면 넷북이 아닌 울트라북, 일반 노트북을 구매해야 한다). 다만, 그 반대급부로 긴 배터리 사용시간을 얻었다. 구매를 원하는 사용자들은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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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북 이대로 죽지 않아' 에이서 아스파이어 원 (9)

풍전등화 넷북, 앞으로 운명은?

저렴한 가격, 뛰어난 완성도 등 아스파이어 원 제품 자체는 흠잡을 데가 없다. 문제는 넷북이라는 제품군 전체가 태블릿PC의 위협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넷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키보드를 통한 문서 편집을 제외하고 모두 태블릿PC로 할 수 있다. 또한 넥서스7 등 저가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 넷북의 가장 큰 장점인 저렴한 가격마저도 넷북만의 것이 아니다. 자칫 UMPC처럼 넷북도 올해가 지나면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넷북이 이대로 사라질 것이라 생각치 않는다. 키보드와 저렴한 가격이라는 장점을 갖추고 있는 이상 이를 원하는 수요는 지속적으로 있을 것이고, 수요가 있는 만큼 에이서, 에이수스 등 여러 제조사에서 넷북을 계속 출시할 것이다. 예전만큼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겠지만, 앞으로도 넷북은 노트북의 한 분야로서 살아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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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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