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슬레이트PC, 두 마리 토끼 잡겠다더니…

약 1년 전, ‘슬레이트PC’라며 새로운 제품군이 될 것이라고 야심차게 선보였던 삼성전자의 슬레이트PC가 갑자기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슬레이트PC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를 탑재한 태블릿PC 형태의 기기다. 삼성전자는 슬레이트PC를 출시하며, 태블릿PC의 주요 장점인 휴대성에 기존 일반PC를 사용해왔던 편의성을 더한 새로운 제품군이라고 소개했었다. 기존 일반 노트북을 태블릿PC 형태로 제작한 것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노트북과 태블릿PC의 결합으로 제품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슬레이트PC는 ‘고성능을 탑재했다’며 다양한 에피소드로 엮은 미국드라마 컨셉의 TV 광고가 공개되며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약 1년이 지난 지금 TV 광고는 사라졌고, 제품을 알리던 홈페이지(www.samsungslatepc.co.kr)도 사라졌다.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제품 소개 정도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삼성 슬레이트PC, 두 마리 토끼 잡겠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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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이트PC의 기본 사양, 높기는 했지만

확실히 슬레이트PC는 타 태블릿PC와 비교해 기본 사양이 높다. 현재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슬레이트PC 시리즈7’의 기본 사양을 살펴보자. 11.6인치 크기의 HD 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슬레이트PC는 인텔 코어 i5-2467M(동작 속도: 1.60 GHz, L3 캐시 메모리: 3 MB) 프로세서, 4GB DDR3 1333MHz 메모리, 128GB SSD를 탑재했다. 무게는 약 0.86kg에 불과하고 두께는 1.3cm 정도. 여기에 인텔 센트리노 어드밴스드-N + 와이맥스 6150 무선 네트워크를 내장해 국내 와이브로 망을 사용할 수도 있다.

삼성 슬레이트PC, 두 마리 토끼 잡겠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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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슬레이트PC, 두 마리 토끼 잡겠다더니… (2)

그리고 태블릿PC와는 달리 다양한 외부 연결 인터페이스도 탑재했다. 마이크로 HDMI, USB 2.0 포트 1개, 마이크로 SD 카드 슬롯 등을 탑재했다. USB 인터페이스의 키보드나 마우스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것. 200만 화소 웹 카메라도 내장했다. 여기에 터치스크린과 액티브 방식의 와콤 스타일러스 펜 등도 제공한다. 운영체제는 윈도7 홈 프리미엄 64비트를 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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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슬레이트PC, 두 마리 토끼 잡겠다더니… (3)

기본 사양과 다양한 외부 연결 인터페이스는 확실히 다른 태블릿PC와 비교되는 장점이다. 윈도7 운영체제를 탑재해 일반 PC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사용자의 눈길을 끄는 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태블릿PC처럼 얇고 가볍게 제작하기는 했지만, 일반 노트북에 준하는 성능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 이를 삼성전자는 프로세서의 성능을 임의적으로 제한하는 ‘스로틀링’ 기능으로 제어했다. 결국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슬레이트 PC는 동작속도 1.6GHz의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를 탑재했지만,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성능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를 과도한 스펙 경쟁이 나은 문제라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1~2mm 정도만 두께를 늘려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차단할 수 있는 단열재를 넣었으면 충분히 해결될 문제였다는 것. 조금이라도 얇게, 가볍게 만들려고 제작했던 점이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지부진한 판매, 대책은?

내부 성능 문제와 함께 170만 원이 넘는 비싼 가격도 도마 위에 올랐다. 동급 성능의 노트북이나 타 태블릿PC보다 높은 가격은 사용자의 외면을 받는 원인 중의 하나였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7월 2일, 슬레이트PC 시리즈7 코어 i3 프로세서 탑재 제품을 시중가 보다 30% 저렴한 59만 원에 판매라는 프로모션을 실시했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가뜩이나 태블릿PC와 노트북 사이에 위치해야 했던 애매한 제품 포지셔닝에 여러 문제가 뒤따르다 보니 전체 판매가 지지부진했다는 평가다.

삼성 슬레이트PC, 두 마리 토끼 잡겠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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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삼성전자는 일단 슬레이트PC를 소비자용이 아닌 기업용 제품으로 사용하겠다는 전략을 내비쳤다. 지난 5월 15일, 중국 항공사인 에어 차이나의 조종사 교육용 PC로 3천 대의 슬레이트PC를 공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 IT솔루션사업부의 송성원 전무는 “이번 에어 차이나 공급으로 향후 B2B 시장에서 슬레이트PC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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